취준생이 봉? 입꼬리 성형하려다 견적만 7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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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경제 DB

수년째 취업시즌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취업준비생들을 유인하는 ‘취업성형’ 광고가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물론, 미에 대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보다 나은 모습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일 것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간절하게 취업을 바라는 취준생들의 심리를 자극해 불필요한 성형을 부추기는 성형의료업계의 행태에 대한 비판과 성형부작용 사례도 곳곳에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잡앤조이’는 실제로 성형외과를 잠입 취재해, 취준생들에게 교묘히 취업성형을 유도하는 성형외과들의 천태만상을 소개한다.
입꼬리만 수술하려다 견적만 700만원 우리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취준생들이 취업을 하는데 갖춰야한다고 여기는 ‘스펙 9종세트’에 성형이 포함되는 것도 이를 단적으로 방증한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지난 8월 2010년부터 2015년 8월까지 성형을 주제로 블로그 81만5213건과 트위터 146만2277건을 분석한 결과, 취업을 위한 성형 언급량은 2011년 1828건, 2012년 2218건, 2013년 2375건, 2014년 3571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8월까지는 무려 6217건으로 조사될 정도로 취준생들 중 상당수가 취업대비 성형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기자를 꿈꾸는 A씨(24·국문학과)는 “방송 쪽 일은 외면도 중요한 것 같아서 각종 온라인게시판을 통해 성형정보를 얻고 있다”면서 “그 중에는 ‘면접 준비’ ‘취업 성공 비결’ 등의 제목이 달린 성형외과 광고기사들도 접하게 되는데 취준생 입장에서는 ‘마치 이것만 좀 고치면 합격할 수 있다’는 것처럼 혹하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보다 밝게 웃는 모습을 강조하고자 입꼬리 수술과 보조개 수술을 하고자 성형으로 유명한 대형한방병원을 찾아갔다고 한다. 그는 “병원을 가니 처음에는 입꼬리만 가볍게 해도 된다고 하더니 서서히 이마필러, 보조개 수술, 피부리프팅까지 시술을 권했다”면서 “80만원을 예상했던 견적이 순식간에 수백만 원까지 치솟았다. 자신감을 얻으러 병원에 간 거였는데 되레 내 외모가 이렇게 부족한가 싶어 마음만 더 착잡해졌다”고 토로했다. 비행기 승무원을 준비하는 B씨(24)도 A씨와 유사한 일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올해 국내 대형 항공사 공채 2곳에서 면접까지 치른 B씨는 “좀 더 또렷한 인상을 주고 싶어서 지난해 성형외과를 방문했다”면서 “콧대만 높이려고 갔던 건데 하다 보니 의사의 권유에 따라 보조개와 쌍꺼풀까지 하게됐다”고 말했다. B씨는 그러면서 “눈과 코가 커지니 솔직히 사진 상으로는 얼굴이 선명하게 나오긴 하지만 아무래도 면접에서는 그것이 좀 부자연스럽게 보여지는 것 같다”면서 “남은 전형이 끝나면 수술한 눈과 코를 원래 내 것으로 수정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 모두 단지 조금 더 나은 모습을 위해 한두 군데 정도 성형을 하려고 했지만 해당 병원에서는 더 많은 수술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가격도, 기준도 천차만별 이들 주장의 진위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실제로 본 기자는 취준생 신분으로 분해 최근 신촌, 이대, 압구정 일대의 유명 성형외과 7곳을 방문했다. 방문 결과, 7곳 모두 상이한 진단을 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7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단 한곳만 기자에게 별다른 성형이 필요없다고 진단을 내렸을 뿐 6곳에서는 수많은 시술과 수술을 권했다. 이들의 진료수법은 대개 비슷했다. 면접을 위해서는 세련된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안면윤곽수술 및 이마돌출 시술, 콧대와 얼굴지방 흡입 수술까지 권유했다. 일부 병원은 이른바 ‘걸그룹 주사’라고 불리는 지방분해 주사도 추천했다. 1회 시술 당 20만원이며 4회를 패키지로 할 경우 60만원까지 가격할인을 해준다는 제안과 함께 현금결제 시 492만원의 총 수술비를 450만원까지 할인해준다고 현혹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해당 수술을 연예인이나 항공 승무원들이 수시로 한다”거나 “취업준비생들이 많이 찾는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각 병원마다 처방전이 극명하게 달라 과연 어느 것이 맞는지 판단기준이 명확하지 않았고, 행여 있을 부작용에 대한 가능성도 회피하기 급급했다. 그럼에도 막상 성형외과를 방문한 취준생들의 경우, 이들의 제안을 쉽게 뿌리치기 힘든 것은 성형을 해서라도 취업을 하고 싶은 간절한 열망 때문일 것이다. 인담들 “외모도 중요하지만 역시 실력이 우선” 이처럼 취준생들 상당수가 취업성형을 고심하고 있지만 정작 채용을 담당하는 인사담당자들 대부분은 외모보다는 인성과 실력이 우선이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 유명호텔의 인사담당자는 “호텔리어는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일부 호텔의 경우, 채용 시 외적인 면을 높게 평가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그건 일부일 뿐, 우리 호텔을 포함해 대부분은 외모보다는 실력과 인성을 더 많이 본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도 “절대로 외모를 1순위로 뽑지는 않았다”면서 “생김새보다는 밝고, 자신감 있는 표정이 더 중요하다. 얼굴은 성형으로 바꿀 순 있지만 표정은 그 사람의 됨됨이와 살아온 흔적을 읽을 수 있다. 오히려 최근에는 성형한 것이 확연하게 티가 나는 지원자들도 상당수 있는데 그게 딱 감점요인이 되진 않지만 솔직히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공기업 측 입장도 다르지 않았다. 공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는 “수년째 직접 면접에 참여해 본 결과, 외모는 부수적인 것이지 그게 주가 될 수 없다”면서 “오히려 공사에는 화려한 외모를 뽐내는 지원자들보다는 수수하고, 학생다운 깔끔한 용모를 더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학생들이 외모보다는 자신의 실력과 인성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채용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것들이 기반이 됐을 때 면접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이 연출되기 마련이다. 불필요한 성형에 돈 쓰지 마시라”고 거듭 당부했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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