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를 통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연극 <호스피스>가 오는 29일까지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호스피스>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서울시와 한국소극장협회가 후원하는 ‘2015 연극창작환경개선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영화 <해무>의 작가이자 26회 전극연극제에서 ‘은상’을 수상한 김민정 작가와 영국왕립연극학교 출신의 실력파 연출가 강민재가 함께 작품을 만들었다.
이 작품을 만들기에 앞서 작가와 연출은 “주요한 사회적 이슈이자 쟁점사항인 안락사의 문제에 대해 작가와 연출의 개인적인 견해를 떠나 중립적인 입장에서 작품을 진행하여 관객들이 스스로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다”며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에서 인물들의 행위가 묘사될 수 있는 연극적인 장치들을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
주인공 강인수 역에는 행복배달부 우수씨, 이혈 등의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실력파 배우 원종철이 캐스팅 됐다. 대한민국연극대상연기상과 연극배우협회배우상을 수상한 배우 박팔영, 2005년 서울연극제 연기상과 2014년배우협회 올해의배우상을 수상한 배우 김용선, 제36회 서울연극제 연기상, 2015 신춘문예 희곡 단막극제 연기상 등을 수상한 배우 김왕근 등 관록 있는 배우들이 주요 캐릭터들을 탄탄하게 잡아주며 극적 긴장감을 더욱 팽팽하게 한다.
이 이야기는 작가가 경험한 대학시절 중환자실 간호사를 하다가 이단의 종교에 빠지고 끝내 자살을 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기획됐다. 중환자실이 어떤 공간이기에, 어떤 환경이었기에 평범하고 모범생이기만 했던 한 사람의 정신세계를 그토록 허물어트린 것일까하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존엄한 죽음과 생명의 가치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야기 한다.
이 작품은 실제로 미국에서 모르핀 과다투여로 환자를 사망하게 한 범죄자의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그 사건 기록을 취재하며 재판이라는 형식에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도록 극을 구성했다. 최대한 작가와 연출의 선입견을 배제하고 중립적인 시선에서 안락사를 다루기 위한 다양한 극적 장치를 설정했다.
주인공 강인수에게 왜곡된 의지를 심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다양한 요소들을 생각해 보고, 그 과정을 보면서 죽음과 삶의 문제, 안락사와 고통스런 생명 연장의 문제와 그로 인해 고통 받는 가족의 문제까지 들여다보고자 한다.
삶의 유한함 앞에 자유로운 인간은 없다. 그 유한함 속에서 죽음의 존엄은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었기에 강인수는 범죄라는 방식의 답을 낸 것은 아닌지 가늠해본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늘 죽음을 맞닥뜨리는 중환자실 간호사의 환경이 어쩌면 나약한 인간들을 대표하는 바로 그러한 실존의 위치가 아닐까? 이 희곡은 그 첨예한 환경에 놓인 인간들의 딜레마를 그렸다.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