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경제 배울 수 있는 금융사관학교

' 숫자만 봐도 골치가 아프다. ELS(Equity Linked Security, 주가연계파생결합증권), ELD(Equity Linked Deposit, 주가지수연동예금), ELF(Equity Linked Fund, 주가연계펀드), DLS(Derivative Linked Securities, 파생결합증권)이라는 영문만 봐도 어리둥절해진다. 하지만 면접이나 인적성검사에는 경제 문제가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가까운 듯 먼 당신! 경제씨! 알기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지난 2013년 9월에 첫 문을 연 금융사관학교는 현재까지 총 130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곳 사관학교를 찾는 학생들은 금융권 취업을 바라보고 입학한 사람이 전부는 아니다.단순히 세계 경제를 알고 배우고 싶은 지원자도 있고, 기업 면접이나 인적성시험에 도움을 받기 위한 지원자도 있다. 또 어려운 경제 단어 등을 쉽고 재밌게 배우고자 지원하는 사회초년생에서부터 이공계 1~2학년 학생들까지 수업에 참석하고 있다.
금융사관학교를 처음 개설한 신동원 팀장은 “경제 ? 경영학과는 전체 학생 수 중 20~30%에 불과하다.” 며 “이공계 공대생 및 기초과학, 순수문학 등의 비 상경계 지원자가 70~80%에 달한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금융권 취업이 목표가 아니라 기본 경제에 대한 이해를 돕고 금융권에서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을 쉽게 배우기 위한 전공과 무관하게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학교에서 자체 조사한 학생들의 취업률에 따르면 4학년 졸업반 기준 총 123명(17.5%)이 대기업 입사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입사한 기업도 다양하다. 국내 은행권을 빼고도 삼성전자 재무팀, 한화리조트 인사팀, 이수그룹 영업기획팀, 아모레퍼시픽 수출팀, 제약회사 연구원 등 금융회사가 아닌 기업에 입사한 학생들도 많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입사한 졸업생들은 한 목소리로 “경제, 금융 지식을 배워두길 잘했다.” 라고 얘기한다고 신 팀장은 강조한다.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들이 면접에서 세계 경제가 흘러가는 현황 등에 대해 한 두 가지는 질문을 받았다는 거죠” 대기업은 국제 경제에 민감해 질 수 밖에 없고, 그런 상황들을 이해하고 있는지,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면접을 통해 들어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신 팀장은 “금융사관학교 졸업생 중 한화리조트 인사팀에 입사한 학생이 있었는데, 임원 면접에서 세계 경제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며 “면접자들 중 세계 경제에 대해 답을 잘 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면접관에게 자신 있게 어필해 잘 답변했다는 얘길 들었을 때 미리 공부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분도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다른 학생은 이수그룹 영업기획팀에 입사하게 됐는데 회장님께 보고드릴 경제리포트를 쓰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 친구도 있었다.”고도 전했다. 금융사관학교의 교육 과정은 총 3단계다. 1단계는 국제경제, 2단계는 자산관리, 3단계는 금융훈련 등이다. 1, 2단계는 금융 지식을 쌓는데 기본적인 과목으로 환율과 자본이동, 석유와 금 가격, 펀드 투자, 보장성 보험, 재무 설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3단계는 실무적인 내용으로 프리젠테이션을 비롯해 고객 상담 훈련, 금융지식롤플레잉 등이며, 1대 1 개인 수업도 진행된다. 3개월 동안 이 과정을 모두 이수하게 되면 우수 수료자에게는 미래에셋에서 취업 관련 추천서를 발급해준다. 현직 금융권 종사자들이 직접 강의에 나선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현대증권, 삼성증권, 유진투자증권, 하나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에서부터 지역 은행까지 다양한 강사진을 갖추고 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한다. 하지만 금융사관학교는 지원한다고 아무나 받아주는 곳이 아니다. 평균 5.1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신 팀장은 “간단한 자기소개서를 받는다.”며 “지원자의 성실함과 절박함, 의지를 보기 위해 2가지 사항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소개서는 가장 열심히 살았던 하루 일과를 시간대로 설명하고, 입교 후 각오가 전부다. 끝으로 신 팀장은 성실한 사람에게 입학 기회가 우선적으로 제공되며, 그런 사람이야말로 이곳 금융사관학교에서 수업도 잘 받고 면접, 취업에서도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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