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평균 290만원? 현실은 209만원이었다”

실제 신입사원 월급은 얼마일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302명 조사 결과 실제 월급 209만원… 1년차 191만원
“어이가 없었어요. 이전 직장을 합치면 제 사회생활 경력이 7년인데 저를 포함한 주변 친구들도 290만원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거든요. 통계나 평균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잖아요. 실제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난 10월 25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4년제 대졸 신입 초임 월 290만원이라고 발표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진짜 대졸 신입사원 김효준 씨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그의 월급은 200만원이 채 되지 않았고 이마저도 3년차 째 겨우 받게 된 금액이었다. “똑같이 4년제를 졸업한 신입사원인데 왜 내 월급은 평균치에 한참 못 미치는 거지?”라는 자괴감도 들었다.

서울 용산구 삼각지 근처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난 김효준 씨. 사진=이도희 기자.


나중에, 경총의 발표가 모집단 수집 단계부터 오류가 가득한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6000개 모집단 기업 중 월급이 높은 100인 이상 대기업 위주의 414곳만 조사했고 심지어 이 안에는 상여금까지 포함돼 있었다는 것.
결과가 100% 신뢰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은 밝혀졌지만 김 씨는 아예 직접 나서보기로 했다. 통계학 전공자도, 언론기관에 종사하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나'와 같은 청년들의 실제 모습이 궁금해서였다.

[PROFILE]김효준1984년생2008년 서울과학기술대 건축공학 졸업2015년 3년차 직장인

실제 월급은 209만원… 1년차는 191만원
단도직입적으로, 그의 조사 결과 나온 4년제 대졸 1~3년차 신입사원 302명의 평균 월급은 209만8000원이었다. 이중 1년차(148명)의 평균은 191만8000원, 2년차(59명)는 215만7000원, 3년차(95명)의 평균 월급은 232만6000원이었다. 세전에, 경총의 조사처럼 상여금을 월 할부로 포함시킨 금액이다. 이중 가장 많은 수가 몰려있는 금액은 140~220만원 사이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 총 165명이 이 수령한 액수였다.
이번 설문 모집은 경총의 발표가 나온 직후 일주일 동안 이뤄졌다. 홍보는 페이스북이라는 SNS를 활용했는데 최대한 주관적 수치를 배제하고자 비슷한 환경의 지인에게는 알리는 것을 자제했다. 또 온라인 그룹 역시 특정 직군 종사자의 모임이 아닌 최대한 다양한 직장인이 몸담고 있는 곳에 글을 게시했다. 안 그래도 조사결과에 의문을 품었던 청년들은 서로를 태그하며 동참했고 김 씨는 혼자의 힘으로 일주일 동안 총 302명의 모집단을 모았다.

김효준 씨가 얻은 조사 결과.


“일주일 동안 글에 댓글도 많이 달렸어요. 응원도 있었고 나중에 꼭 결과를 알려달라는 글도 있었죠. 한 분이 4년제 대학 졸업자 중에 일자리를 못 구한 경우도 많은데 수입 0원부터 책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더라고요. 어쩌면 정말 현실적인 평균월급은 걷잡을 수 없이 낮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왜 290만원이나 받고 힘들다하느냐’ 할까 걱정됐어요”
조사결과를 다시 세부적으로 들여다봤다. 그리고 김 씨는 302명 중 3명은 100만원도 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한 것.
반대로 500만원 이상에 표시한 사람도 3명이 있었다. 최저금액과 최고금액의 차이가 너무 크다고 생각한 김씨는 이 6명을 제외하고 다시 계산해봤다. 새로 나온 평균치는 206만7000원, 3만원이 더 낮아졌다. 김씨는 “어쩌면 평균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회를 대변하기엔 문제가 많은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30대 초반, 그가 생각하는 진짜 청년들의 현실은 어떨까.
“한 친구가 작년 그러니까 서른에 겨우 학자금을 모두 갚았어요. 그런데 얼마 전, 결혼을 앞두고 이번엔 학자금보다 더 큰 돈을 대출받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또 다른 친구는 매달 190만원을 받아 학자금을 갚고 월세도 내요. 대출 없이는 공부도, 결혼도 못하는 거죠.”
“처음에 경총 조사결과를 봤을 때, 덜컥 걱정이 앞섰어요. 소위 어른들이 ‘요즘 살기 좋아졌다’ ‘이렇게 월급도 많이 받는데 젊은이들은 왜 늘 힘들다고 하느냐’고 생각할까봐서요. 심하게는 세대갈등을 더 부추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제 설문 결과가 많이 전파돼서 청춘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내 월급만 적은 것이 아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다라고요.”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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