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업, 스타트업부터 도전해보세요"

독일 '글리스파' 입사한 박선정 씨막연하기만 한 해외취업, 그의 생생한 '맨땅에 헤딩' 스토리
마냥 어렵게만, 남의 일처럼만 보이는 해외 취업을 스스로 부딪혀가며 이뤄낸 청춘이 있다. 박선정(26) 씨는 2013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스페인계 한국지사에서의 인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취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박씨가 소소한 취업 이야기를 적어 뒀던 개인블로그는 금세 입소문을 타 해외취업을 꿈꾸는 구직자들의 소통이 장이 됐다. 후배격의 동생들부터 직장인의 문의도 쏟아졌다. 마침 11월 초, 출장 차 한국에 들르게 된 그는 모교에 직접 특강을 제의했다. 학교에서도 ‘선배와의 멘토링’이라는 취지에 적극 공감했고 11월 4일 오후 4시, 그에게 특별한 두 시간을 마련해줬다.
불과 몇 달 전의 그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친구, 선후배들에게 나름의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다며 인터뷰를 요청해 온 박 씨를 특강 전 미리 만나봤다. 그는 몸소 부딪히며 어떤 노하우를 얻게 됐을까.

졸업 후 2년 만에 모교를 찾아 후배들에게 취업 노하우를 전하게 됐다는 박선정 씨. 사진=김기남 기자


[PROFILE]박선정1989년생2013년 8월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2015년 9월 독일 글리스파 입사
Q. 졸업 후 바로 해외취업을 결심했나?
국내 사기업과 해외 기업을 같이 준비 했지만 해외 취업에 조금 더 비중을 뒀다. 그러다 한 국내 기업의 브라질 지사에 합격했는데 갑자기 합격취소통지가 날아왔다. 낙담하던 차에 4학년 1학기 무렵 스페인에 교환학생을 떠났다가 알게 된 현지 친구에게 한 스페인계 컨설팅 회사의 한국지사 채용공고를 소개 받았다.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합격했다. 첫 회사였다.
Q. 입사하기 어렵지는 않았나? 회사 생활은 어땠나
우선 2개월은 인턴으로 시작했다. 정규직이 아니어서인지 전형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면접 질문도 일반적인 내용이 많았다. 지사장 한 명과 단 둘이 일 했고 스페인 회사들의 한국진출을 컨설팅 하는 업무를 맡았다.
Q. 2개월 후에는 어떻게 됐나?
프리랜서로 1년을 연장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조건은 좋지 않았지만 해외취업에 대한 꿈이 컸기 때문에 우선 해보자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1년 뒤 다시 재연장을 요구해왔다. 이번엔 스페인 본사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본사로 가서 일을 더 하다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에 뛰어들고 싶어서 이직을 준비했다.
Q. 이직은 어떻게 준비했나
스페인에서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유럽에서 모바일이나 온라인마케팅 붐이 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관련 시장을 찾다가 독일의 베를린에 허브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일자리는 찾는 과정은 힘들었다. 한국에는 채용과 관련된 온라인 카페나 웹사이트가 많지만 외국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제대로 분류가 돼 있지 않아 이용할 수가 없다. 결국 구글에서 무작정 회사를 검색해봤다. 우선 업종을 무역으로 정해 무역회사를 전부 찾아 엑셀로 정리해 놓은 뒤, 세부적으로 온라인마케팅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는지를 봤다. 마지막으로 이 회사의 웹사이트를 하나씩 뒤져 한국인을 필요로 하거나 한국 비즈니스가 있는지를 봤다.
본격적으로 대표 메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냈다. 이걸로 부족해 ‘링크드인’ 사이트를 통해 인사과에 이메일을 보냈다. 이 사이트가 우리나라에서는 활용도가 높지 않은데 외국에서는 비즈니스의 교두보로 사용된다. 그렇게 수백 개의 이메일을 보냈고 그 중 지금의 회사 인사과에서 면접제안이 왔다. 면접 제의는 아니었지만, 도움이 될 것이라며 관련 현직자 모임 티켓을 보내준 곳도 있었다.
Q. 면접은 어떻게 이뤄졌나
첫 단계는 면접이었다. 20분 동안 ‘왜 스페인에서 일했는지’ 등 일반적인 질문을 받았다. 그 다음 주에는 부서미팅이 잡혔다. 부서장과 직속매니저가 전화로 한 시간 동안 구체적인 꼬리물기식 질문을 했다. ‘이 업계에 대해 무엇을 아는지’ ‘5년 후에도 유럽에서 일할 것인지’ ‘한국시장과 유럽시장이 어떻게 다른지’ ‘한국 사업을 성사시킬 때 어떤 노하우를 쓸 것인지’ 등이었다.
Q, 그 뒤 최종 합격된 것인가
그 후에도 많은 전형이 있었다. 5일 뒤, 이번엔 한국시장 진출방안에 대한 PT를 보내라는 연락을 받았다. 보낸 뒤 한참 소식이 없어 계속 연락을 했다. 그 뒤, 담당부서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고 이번엔 HR테스트를 봐야한다고 했다. 온라인 시험이었고 계산이나 데이터 찾기 등 간단한 문제를 최대한 빨리 풀어야 하는 이른바 순발력 테스트였다.
그런데 그 후에 또 연락이 없어서 다시 전화를 했다. 그러면서 마침 베를린에 갈 일이 있어서 이 사실을 알렸다. 인사과 담당자는 직속매니저와 부서장, 인사과 대표와 미팅을 잡아주겠다고 했다. 미팅 당일, 원래는 20분 정도만 면접을 보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마침 그날 인사과 대표가 바뀐 상태였다. 나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다시 구체적인 질문을 쏟아냈고 이전에 냈던 PT를 직접 발표해보라는 요청도 받았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HR테스트가 또 있었는데 이번엔 우리나라의 인적성과 똑같은 시험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드디어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력서를 쓴 뒤 최종합격까지 두 달이 걸렸다.



Q. 입사 당시 정확한 직무가 없었던 것 같다
처음에 채용공고가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지원부터 한 거라서 정해진 직무는 없었다. 대신 인사과 첫 면접 때 한국시장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말을 들었고 나중에 신사업 팀에 배치돼 한국시장을 전담하게 됐다. 즉 없던 직무를 만들어 입사한 셈이다.
Q. 전공도 무관하고 관련 경력도 없는데 어떻게 역량을 어필했나
사전에 업계에 대해 굉장히 조사를 많이 했다. 관련 기사나 보고서 결과도 꼼꼼히 읽었다. 또 모바일업계는 어려운 용어가 많은데 하나하나 찾아서 배웠다. 회사도 경력이 없다는 점을 우려했지만 사실 이 업계 자체가 새로운 영역이다 보니 회사 입장에서도 관련 경력자를 찾기 쉽지 않다. 이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 대신 열심히 배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Q. 해외취업을 준비하면서 어떤 게 가장 어려웠나
정보가 없다는 것이었다. 업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모임을 방문했다. 이쪽 업계는 소셜 모임이 많아서 저녁마다 맥주모임, 워크숍 등이 많다. meet up이라는 사이트에 들어가 관심분야를 선택하면 국가별로 모임일정을 알려준다. 유럽에서는 이런 형태의 모임이 굉장히 활성화돼 있다. 이 사이트를 활용해 현직자들을 만났다.
Q. 현재 회사생활은 어떠한가?
이곳은 미국인 대표와 독일 경영진이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전체 직원이 150명인데 이들의 국적만도 40가지다. 우리팀원 9명도 모두 국적이 다르다. 그래서 주로 영어로 대화를 한다. 또 상사가 든든한 동료 느낌이고 CEO에게도 거리낌 없이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많은 한국 학생들이 생각하는 외국계의 장점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대신 능력을 키워야 한다. 매달 직원의 성과를 공개하기도 한다.
Q. 현재 맡고 있는 모바일 마케팅은 정확히 무엇인가?
고객사의 앱을 광고해주는 일이다. 한국의 앱 광고라 하면 주로 배너광고나 온라인 기사 안의 광고배너 형태가 전부다. 반면 유럽은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컨설팅하는 데 힘을 쏟는다.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객사에게 맞춤형 광고를 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사 중 게임회사가 있다면 우리의 네트워크 범주에 있는 사용자 중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가 가지고 있는 앱에 이 고객사의 광고를 띄우는 것이다. 최대한 광고가 아닌 것처럼 해 네이티브 광고라 부른다. 한국에서도 수요가 점차 커지는 추세다.
Q. 베를린 현지생활은 어떠한가?
베를린에는 외국인이 많아서 독일어를 몰라도 영어만으로 생활할 수 있다. 또 치안도 잘 돼 있고 분위기도 자유롭다. 무엇보다 맥주가 맛있고 어느 바를 가도 값이 저렴하다. 한 잔에 싼 데는 2~3유로(한화 4000~5000원) 정도다.
Q. 주거문제는?
회사에서 첫 한 달은 지원해 줬다. 베를린ㄴ은 집세도 그리 세지 않다. 원룸 아파트를 예로 들면 월세가 400~500유로(한화 50~60만원)인데 이 안에 수도세, 전기세, 가스비가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하지만 베를린은 집을 구하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다. 외국인이 넘치는 데다 최근에 난민들도 대거 이주하면서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집을 하나 보려면 놀이공원처럼 줄이 몇 바퀴 늘어서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독일은 유독 한국인에게 호의적이다. 한국 커뮤니티도 잘 돼 있고 이곳에서 근무하는 한국인도 많다.
Q. 복지는?
객관적인 월급은 높지 않지만 베를린은 물가 자체가 낮은 편이다. 그래서 먹고 사는 데는 크게 지장 없다. 국가적 복지도 잘 돼 있지만 독일은 월급의 60%가 세금으로 나간다. 회사 차원의 복지라고 하면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는 데 지원을 한다는 주의다. 행정처리를 인사과에서 전담해준다든가 출장비를 넉넉하게 챙겨준다거나 하는 것이다. 또 금요일마다 소셜파티가 있고 맥주를 마시며 일할 수도 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회사다 보니 단합을 중시해 외부활동이나 스포츠 활동을 함께 하기도 한다.
Q. 베를린의 현지 취업상황은 어떠한가?
이곳에는 스타트업 회사가 유독 많다. 그래서 특별한 경력이 없어도 비교적 도전해볼 만하다. 또 한국이 인터넷이나 모바일 시장에 대한 수요가 높은 곳이다 보니 한국인 채용에도 긍정적이다.
Q. 스타트업은 기업 안정성 때문에 취업을 꺼리는 경우도 많지 않나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해외취업을 한다는 건 정말 힘들다.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해봐라. 3~6개월 정도 경력이 쌓이고 나면 내가 어떤 걸 잘하는지, 해외업무에 맞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런 후에 본격적인 일을 찾아도 늦지 않다.
Q. 해외 취업을 할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하는 게 있다면?
블로그를 통해 특히 많이 들어오는 질문이 문의를 받는 게 ‘이러한 경력을 갖고 있는데 될까요?’라는 것이다. 답은 없다. 나도 없던 직무가 나중에 생겨 취업한 케이스다. 항상 준비를 하고 전투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외취업을 원한다면 생각의 틀부터 깨라. 이메일 받아 보면, 해외 취업에 대한 환상만 있고 뜬구름만 잡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다. 이것저것 건드려 본 경우는 많은데 정작 무엇을 좋아하는지 못 찾은 것이다. 하지만 활동을 많이 했다면 이 안에서 충분히 키워드를 잡을 수 있다. 도시, 업계를 선정해 선택과 집중하라. 물론 해외에서 일 하면 외롭고 힘든 점도 많다. 충분히 각오가 돼 있다면 꼭 도전해보라.

<박선정 씨가 입사한 '글리스파'는 어떤 곳?>- 2008년 설립- 글리스파는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글로벌모바일마케팅 전문회사- 모바일시장의 중심인 미국·유럽을 기점으로 동남아, 중동, 중남미 등 세계 6개 오피스 보유- 8천여개의 퍼블리셔들로 이루어진 애드네트워크를 통해 광고주들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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