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금융권 A매치 ‘NCS·논술’에 진땀, 어떤 문제들 나왔나



이 사진은 기사와 상관이 없습니다. 사진 = 한경 DB

10월 한 달 동안 금융권 신입 채용 필기시험이 주말마다 무더기로 치러졌다. 이른바 ‘금융권 A매치’로 평가되는 한국은행?IBK기업은행?NH농협은행?KB국민은행의 필기시험도 마무리됐다. 금융권은 비교적 임금이 높고 고용이 안정적이어서 취준생들이 선망하는 직종으로 손꼽힌다. 4사 모두 경쟁률이 100대 1을 상회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올해부터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직무능력 평가가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취업준비생들의 고충도 커 보였다. 필기시험의 백미인 논술 주제도 녹록치 않아 향후 금융권 필기시험은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IBK기업은행, 올해 NCS 첫 도입
기업은행은 올해 처음으로 필기시험에 NCS를 도입했다. 지난 10월 17일 건국대 공과대학 B공학관에서 치러진 기업은행의 필기시험은 NCS, 약술, 논술 등 3단계로 구성됐다. 난이도는 다소 어려웠다는 반응이 많았다. 고려대 통계학과에 재학 중인 한 취준생은 “NCS를 실제로 치러보는 것은 처음이어서 90문항을 90분 안에 풀다 보니 시간이 많이 부족했고, 지문이 길어 문제를 풀기가 여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약술?논술 문제에는 금융권이 처한 환경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약술에서는 핀테크 통합 및 비금융사가 추진 중인 인터넷 페이먼트 시스템과 관련한 은행의 기회와 위기 요소에 대해 서술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이 외에도 4문제가 더 출제돼 6문제 중 2개를 선택해 서술하도록 했다. 경제?일반상식?IT 등 세 분야 중 하나를 택해 의견을 개진하는 논술시험에서도 경제분야에서 ‘G2 리스크에 대한 은행의 대처 방안을 논하라’고 하여 국제 금융환경 변화에 대한 민감함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NH농협은행, 논술과 직무평가에 진땀
농협은행은 10월 19일 5급 신입사원(일반분야·전역장교·IT분야)의 서류전형 합격자를 발표한 데 이어 25일 서류 합격자를 대상으로 필기시험을 실시했다. 시험은 인·적성평가, 논술평가, 직무능력평가 순으로 이뤄졌다. 4세트 총 340문제(세트 당 85문제)가 출제된 인·적성 유형은 앞서 서류전형에서 진행됐던 온라인 인·적성 평가와 비슷했다.
농협은행 필기시험의 백미로 불리는 논술평가는 금융과 관련된 공통(일반) 주제 외에 인문?시사?역사 등의 일반상식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취준생들의 고심이 큰 편이었다. 올해 일반 주제는 ‘국부론’과 관련해 ‘개인의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이 충돌하는 사례를 농협이나 농촌에서 찾고, 대안책에 대해 논하는 것’이었다. 선택문항은 ‘기술금융이 이슈화되고 있는데 이것의 의의와 특징 및 문제점, 은행의 대안책을 묻는 문제’와 ‘중소기업과 상생금융 대책에 대한 문제’가 출제됐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개인의 지적능력을 평가하는 직무능력평가였다. 기존의 출제유형과 전혀 다른 유형으로 실무중심 40문항이 출제됐다. 특히, 문과생들의 경우가 더 어려웠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양대에 재학 중인 한 취준생은 “직무능력평가 시험지를 받는 순간 살짝 멘붕이 왔다”면서 “대부분 실무중심의 분석·계산·추리 유형의 문제들로, 이과생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문과 출신인 내 경우 무척 어려웠다”고 말했다. 예컨대 ‘엑셀파일 문서를 제시하고, 이 문서를 어떤 조건으로 한글 파일로 변경했을 때 어떻게 변하겠는가’ ‘분석표를 주고 다음 중 옳지 않은 것을 골라라’는 등의 문항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은고시, 한국은행 역시 ‘난이도 상’
금융권 중에서도 ‘취업난이도’가 가장 높다는 한국은행도 10월 24일 서류 합격자를 대상으로 필기시험을 치렀다. 시험은 경제학·경영학·법학·통계학·IT/컴퓨터공학 등 5개 과목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치르는 전공학술(300점)과 논술(100점) 등으로 구성됐다.
한국은행은 지난해에 비해 전공학술 배점을 확대하고 논술은 축소했지만, 올해 논술 주제 역시 취준생들을 당황하게 했다. 논술 주제는 ‘빅 아이(Big I)와 스몰 위(Small We)’였다. 개인주의가 만연하는 사회에서 점점 축소되는 공동체(스몰 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물은 것.
‘빅 아이와 스몰 위’는 미국의 심리학자인 마틴 셀리그만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현대 미국사회의 지나친 자기중심주의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뜻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한 수험생은 답하기 어려웠을 질문이다. 전공학술시험도 녹록치 않았다. 지난 9월 3일 진행한 채용설명회에서 한국은행 관계자는 “전공학술부문에 과거 전공논술과 비슷한 유형의 논문형 문제가 있으니 시간 배분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이날 시험을 치른 한 취준생은 “예상보다 시간이 부족해 당황했다”며 “배점이 높은 문항 위주로 문제를 풀어나갔다”고 한숨을 쉬었다.
논술 평이, 객관식 어려웠던 KB국민은행
10월 1일 서류전형 합격자(3000명)를 발표한 국민은행도 10월 4일 서울 여의도중·고교와 여의도여고에서 필기시험을 치렀다. 이날 필기시험은 논술(60분)과 국어?한국사?경제금융상식 분야 객관식 50문항(60분)으로 이뤄졌다.
올해 논술 주제는 ‘국내 금융산업의 현황과 대응 방안을 논하라’는 것으로 꾸준히 금융권 취업을 준비한 학생들에게는 큰 부담이 없었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이날 수험생 상당수가 “논술은 대체로 평이했으나 객관식 문제는 제법 까다로웠다”고 평했다. 이미 한 차례 국민은행 시험을 치러봤다는 한 취준생은 “지난해에는 객관식 난이도가 크게 높지 않았는데, 올해 시험은 변별력을 고려했는지 너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국민은행의 객관식 문제는 선물환, 도덕적 해이, 지니계수, 본원통화, ELS, 코코펀드, 커버드본드, 고전학파, 케인스 학파, 정보재, 보비의 외부효과, 네트워크 효과, 펭귄 효과, 마이크로 크레딧 등에 관해 출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같은 날 필기시험을 치른 금융감독원의 논술 문제로는 ‘소득불균형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설명하시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과 금융기관의 리스크를 상정하고, 10조 원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을 설명하시오’ ‘금융사기 증가와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금감원의 역할을 SWOT로 분석하시오’ 등이 제시됐다. 산업은행의 경우 ‘조조의 인사 방식과 탕평책의 인사 방식(정치세력 간 균형정책)을 논하시오’ ‘환율상승이 경상수지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시오’ 등이 출제됐다. 수출입은행은 ‘TPP의 역외국가인 한국이 향후 어떤 영향을 받고, 앞으로 한국이 TPP에 가입한다면 어떤 이익을 받을 수 있는가’를 물었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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