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학식 먹을래 10화. ″대학교 3학년, 꿈이 과학자? 레알? 참 트루?″

서강대학교. ‘을씨년스럽다’. 갑자기 차가워진 가을 바람을 맞거나 바닥에 뒹구는 낙엽이 발에 치일 때 종종 이런 말을 한다지만 나는 학교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이 말이 생각났다.
정문을 지나 언덕길을 조금 올랐더니 바로 학생식당이 있는 우정관이 보였다. 건물 앞에 서서 오늘의 학식 메이트를 기다렸다. 바로 앞에 테니스 코트가 있었는데 사람도, 테니스 라켓도, 공도 없는 코트를 보니 또 을씨년스러웠다.
서강대학교 캠퍼스 분위기는 을씨년스럽다?
l 서강대 ‘우정관 학생식당’ 인터쉐프(함박스테이크)와 치즈떡라면 (각 2,500원 2,500원)
학식을 앞에 놓고 마주 앉아 물었다.“학교가 너무 쓸쓸해. 학생들 다 어디 갔어?”“다들 시험 끝났나 봐요. 저는 이제부터 시작 이예요”
[ ‘꿈’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몇 년? ]
꿈, 장래희망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언제까지 일까? 초등학교 때 종이에 써냈던 꿈이 대학에 가서도 유효할까?
내꿈은과학자(*초등학생에게 물었다 꿈이 뭐니? “과학자요!” 대학생에게 물었다 꿈이 뭐니? “과학자요!”)군은 1학년 마치고 바로 군대에 갔다. ‘인제 가면 언제오나’ 하는 속설이 있을 만큼 멀리에 있는 인제보다도 더 먼 강원도 ‘양구’라는 곳으로.
집(본가)은 학교에서 1시간 넘게 걸린다. 통학을 하다 작년부터는 남자 셋이서 자취를 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도 입학하고부터 꾸준히 2개씩 해오다 지금은 자리가 없어 구하는 중이다.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녀 대학에서도 기독교 동아리를 하게 됐는데 어쩌다 보니 동아리 대표를 맡았다. 임기는 이번 학기까지.
약간 바쁘게 느껴지긴 하지만 특출 날 것 하나 없이 평범해 보이는 대학생 라이프를 가진 이 남학생의 꿈은 바로 ‘과학자’다.
[ ‘꿈’과 ‘대학’의 상관관계? ]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물으면 내 짝은 “과학자 될래요!” 하고 대답했다. 그걸 보며 당시의 나는 머리 속으로 하얀 가운에 안경을 쓰고 폭탄머리를 한 백발의 할아버지가 손에 비커 들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곤 했다.
그때의 기억이 업데이트가 안 된 건지 내꿈은과학자군이 들려준 이야기(군대, 장거리 통학, 자취방)는 꽤나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과학자… 과학자가 뭘까? 어릴 때 잠깐 꾸는 꿈 아니었나? 스물 넘어서도 유효한 꿈이었나? 적어도 연예인이라는 나의 어릴 적 꿈은 어릴 적 꿈으로 그쳤는데 말이다.
“과학자가 뭐야? 과학자 하면 나는 아인슈타인이나 예전에 TV에 나왔던 천재소년 송유근 밖에 생각이 안 나. 왜 과학자가 되고 싶었어? 왜 커서도 계속 과학자가 되고 싶었어? 대학은 왜 물리학과로?”
“밑도 끝도 없이 과학자였어요. 아무런 생각 없이. 물리 화학 생물 다 재미있었거든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책 있잖아요. 우주가 어떤 모양인지 사진과 함께 친절하고 재미있게 설명도 해주고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고. 신기하다 과학이 이렇게 재미있구나 하면서 본 기억이 나요. 대학 입학할 때는 자연과학대였어요. 학과는 2학년 때 선택했는데 물리가 제일 기초인 것 같고 제일 어려워서. 수학도 어렵긴 하지만. 더 공부해보고 싶어서 물리를 선택했어요.”
[ ‘꿈’에 호흡기를 다는 법 ]
그렇다면 어릴 적 꿈이 스물 넘어 까지 유효하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 멈추지 않도록 호흡기를 달아야 하는 건 아닐까?
예술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은 천재가 아니거나 계속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부모님이 지원해주지 않으면 꿈을 이어가는 게 힘들다고 말한다. 얼마 전 쇼팽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한 스물한 살 피아니스트 조성진 군의 경우는 아마 천재에 속하지 않을까? 집은 평범했지만 어릴 적부터 상도 많이 받고 지금은 해외 유명 대학에서 음악 공부를 하고 있는 걸 보면.
과학자도 예술가와 비슷할까? 내꿈은과학자군은 우선 천재는 아니다. 어릴 때 과학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은 기억도 과학의 날 동력글라이더 대회에서 1등을 해서 친구들의 부러움을 산 적도 없다. 영재학교는 고사하고 영재 소리를 들은 적도 없다.
집에서 지원을 해주시기에도 빠듯했다. 심지어 고등학교 때부터 아들을 포기하셨다고.
“남고를 나왔는데 고등학교 때는 기본으로 자습이 12시까지 했었거든요. 학원은 수업이 12시에 시작해요. 2시에 끝나고. 그때부터 부모님이 걱정을 내려놓으신 것 같아요. 지금도 무소식이 희소식이겠지 하면서 지내시는 것 같아요.”
[ 이룰 때 까지 주는 ‘꿈 장학금’이 있다면? ]
천재가 아니어도, 부모님의 지원이 없어도 꿈을 이룰 수 있게 5년 10년 도와주는 ‘꿈 장학금’이 있다면?
기초과학을 공부하는 친구들에게만 주어지는 장학금이 있다. 내꿈은과학자군은 매 학기 장학금을 받아 공부를 이어나가고 있다. 학교가 아닌 기업에서 기부 형식으로 지원해주는 장학금인데 일종의 ‘꿈 장학금’이다. 학부뿐 아니라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신청 가능하고 ‘졸업 후 입사’ 같은 조건도 없다. 단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최종 성적 백분위가 상위 10% 안에 들어야 하고 일정 시간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매 학기가 ‘도전’이에요. 다음 학기를 다닐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달려있으니까요. 그래도 지금까지는 간신히 다니고 있어요. 하루만 사는 사람처럼? 허허. 지금처럼 하면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은 3학년 2학기라 어떤 분야로 더 공부할지에 대한 고민을 조금씩 하고 있어요. 반도체를 공부하는 곳도 있고 빛, 광학이라고 해서 2D, 레이저 만드는 법 빛을 계속 쏴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하는 쪽도 있고 두 가지가 저에게는 가장 큰 축 이라 둘 중 하나를 생각하고 있어요.”
[ 오늘의 추억팔이: 꿈 ]
어릴 때 자주 쓰던 학용품, 자주 보던 만화, 자주 먹던 과자만 추억 팔이 할 게 아니라 꿈을 갖게 된 계기 같은 걸 추억 팔이 해보는 건 어떨까?
“마지막으로 꿈을 갖게 된 계기 같은 게 있어? 기억나는 물건 이라던지?”

“어렸을 때 학습지 '눈높이' 했거든요. 선생님이 제가 과학 좋아하니까 한 번은 과학상자를 큰 걸 주셨어요. 스포이트 비커 약품 이런 거 들어있거든요. 과학 실험할 수 있는. 양쪽으로 열리는 거. 그거 진짜 되게 엄청 좋아했어요. 애들이 과자 선물세트 받는 그런 느낌. 지금도 집 장롱에 있을 거예요. 초등학교 때. 그게 집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기획·글 캠퍼스 잡앤조이 nyr486@hankyung.com그림 BOXI(웹툰 '여대생의 정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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