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 필기시험, "인적성 평이, 논술 중상, 직무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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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수정 기자
10월 25일 오전 8시부터 서울 성남중·고등학교 주변에는 젊은이들의 설렘과 긴장감이 넘실됐다. 이른바 금융공기업이라 불리는 NH농협은행의 필기시험을 보기위해 전국 곳곳에서 수험생들이 몰린 것이다. 농협은행은 이달 19일 올해 5급 신입사원(일반분야·전역장교·IT분야)의 서류 전형 합격자를 발표했고, 25일 서류 합격자를 대상으로 필기시험을 실시했다. 이번 5급 공채에는 서류모집에서 1만4800여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99대1에 육박했다. 서류합격자는 일반전형 934명, 전역장교 304명, IT분야는 407명으로 총 1645명이었다. 이 밖에도 이날 같은 장소에서 NH농협그룹 계열사인 NH농협캐피탈(서류통과 30명)과 NH저축은행(120명), NH무역(180명) 수험생들도 시험을 치렀다. 농협은행의 필기시험은 8시 30분 입실을 시작으로 9시부터 12시45분까지 약4시간가량 진행됐다. 시험은 인·적성평가, 논술평가, 직무능력평가 순으로 이뤄졌다. 4개의 세트에서 총 340개(한 세트 당 85문제)의 문항이 출제된 인·적성 유형은 앞서 서류전형에서 진행됐던 온라인 인·적성 평가와 유사했다. 이날 필기시험을 치른 농협은행 수험생들 대다수는 인·적성평가에 대해 “다소 평이했다”는 반응이다. 한 수험생은 “그야말로 인성평가였다. 시간도 적절히 배분했고, 크게 부담된 문항들은 없었다”고 평했다. 곁에 있던 또 다른 수험생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인성평가보다는 논술이나 직무평가가 쉽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사진 = 김수정 기자


논술이 필기당락의 핵심
농협은행 필기시험의 백미로 불리는 논술평가는 논리성, 창의성, 전문성 등 종합사고능력평가를 평가한다. 공통주제인 일반주제(시사, 인문, 역사)에서 1문항이 나오고, 금융상식에서 제시되는 2문항 중 1문항을 선택해 약1시간 동안 2가지 논술을 서술하는 것이다. 지난해 일반주제의 문항은 ‘기업경영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소통이 강조되고 있는데 그 이유와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서술하라’였다. 금융상식에선 ‘달러화 대비 원화환율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그 원인과 대응방향에 대해 서술하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올해 일반주제로는 일종의 ‘국부론’과 관련된 문항이 출제됐다. ▲개인의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이 충돌하는 사례를 농협이나 농촌에서 찾고, 대안책에 대해 논하는 것이었다. 선택 문항은 금융과 관련된 것이었는데 ▲기술금융이 이슈화되고 있는데 이것의 의의와 특징 및 문제점, 은행의 대안책을 묻는 문제와 ▲중소기업과 상생금융 대책에 대한 문제가 출제됐다. 특히, 농협은행의 경우 공통주제가 금융과 관련된 주제 외에 인문, 시사, 역사 등과 관련된 일반상식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고심이 큰 편이었다. 이날 시험 직전 만난 성균관대 경제학과 학생은 “다른 금융권 시험은 대부분 금융과 관련된 논술문제가 많이 나와서 준비가 용이한 편인데 농협은행은 일반상식에서도 출제돼 준비하는데 부담이 된다”고 긴장했다. 상반기에 이미 한차례 농협은행 공채에서 고배를 마셨다는 한 여학생도 “결국 논술에서 당락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떤 문제가 나올지 전혀 예상할 수 없어서 평소 신문 등을 꼼꼼하게 읽고 틈틈이 논술을 써봤다”고 말했다. 이날 필기시험 후 수험생들 상당수도 논술이 어려웠다고 했다. 한 수험생은 “어떻게든 논술을 시간 내에 작성했는데 쉽지 않았다”고 말했고, 또 다른 수험생도 “예상한 문제에서 나온 것도 있지만 썩 잘 쓴지는 모르겠다”고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개인의 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직무능력평가였다. 직무능력평가는 주로 언어, 수리, 창의력, 상황판단력, 계산력, 추리력 등 다양한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들이 출제돼 왔다. 이날 시험에서는 약 120문항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전혀 다른 유형의 실무중심의 40문항이 나왔다. 특히, 문과생들의 경우 더 어려웠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양대에 재학 중인 한 수험생은 “직무평가 시험지를 받는 순간, 살짝 멘붕이왔다”면서 “40문항 정도가 나왔는데 대부분 실무중심의 분석, 계산, 추리 유형의 문제들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령, 어떤 문제는 엑셀 파일 문서를 제시하고, 이 문서를 어떤 조건으로 한글파일로 변경했을 때 어떻게 변하겠는가라는 문제도 나왔고, 분석표를 주고 다음 중 옳지 않은 것을 골라내라는 문항들도 더러 있었다. 이과생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문과인 내 경우에는 무척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여학생도 “인성이나 논술은 예상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데 직무평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문제라서 적잖이 놀랐다”면서 “피셋 형태와 같은 시험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편, 농협은 하반기 5급 150명, 6급 2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학력 제한은 없지만 5급·6급 모두 대부분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이 뽑힌다. 특히, 200명 채용 예정인 6급은 현재 서류전형을 진행 중으로 다음 주 중 1차 합격자를 발표한 후 다음달 1일 필기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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