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Q열전] 도시를 업사이클링하다! ‘어반 그라운드’가 만드는 달콤한 도시



도시를 업사이클링하다! 대학연합동아리 ‘어반 그라운드’달콤한 우리의 도시를 위해 Come to my world~


‘어반 그라운드’는 올 초 결성된 대학연합동아리다. 이들이 의기투합한 이유는 도시 곳곳에 자리 잡은 파손된 물건이나 버려진 공간을 유쾌하게 바꾸기 위해서다. 동아리 이름도 야심차게 ‘도시가 우리의 놀이터’라는 뜻에서 ‘어반(Urban)'과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를 합해 '어반 그라운드'라고 지었다.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삭막한 철조망, 버려진 연탄, 성의 없이 놓인 헌옷수거함이 발견되는 순간이 놀이의 시작이다.


(왼쪽부터) 김대흥(건국대 지리 2), 김종찬(세종대 건축 4), 유승하(세종대 건축 5), 사진=이승재 기자
무언가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것은 가치를 매기기 어려울 만큼 위대한 일이다. 역사는 짧지만, 어반 그라운드의 내공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 누구도 시킨 적 없지만, 두 손을 번쩍 들고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겠노라”며 나선 10명의 대학생이 모인 연합동아리 어반 그라운드. 그 시작은 올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양천구 지역 디자이너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디자이너로 활동했는데, 활동이 끝난 후에도 내용이 좋아 계속 같은 일을 하고 싶더라고요. 그 길로 SNS에 모집 글을 올렸어요. 같이 해보자고.”
유승하(세종대 건축 5) 씨의 이런 모집 공고에 많은 대학생이 관심을 보였고,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으라는 특명을 받은 10명의 청년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중에는 유씨가 “좋은 프로젝트이니 같이 해보자”고 제안해 쪼르르 달려온 학교 후배들도 있었다. “‘과제’가 아닌 ‘놀이’로 생각할 것”이라는 어반 그라운드만의 규칙도 지원자들의 부담을 덜었다.
이들의 첫 활동지역은 서울 양천구. 양천구의 훼손된 곳을 비롯해 방치된 공간, 무질서한 공간 등을 100가지 아이디어로 변화시키겠다는 ‘양천100 프로젝트’였다. 서울시의 공공 공간을 관찰하고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회적기업 ‘서울100’에서 모티프를 얻은 기획이었다.
"무심코 길을 걷다가도 길목의 작은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의미를 부여하면 자신에게는 특별한 공간이 되잖아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공간에 우리의 작은 아이디어로 의미를 더하면 모두에게 특별한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다 보면 도시 전체가 특별한 공간이 되지 않을까요?”
동아리 막내가 양천구 주민공동회에 참여한 사연도시 재생 프로젝트 실행의 첫 단계는 지역조사. 팀원 중 4명이 양천구 주민인 덕분에 ‘훼손된 곳’을 찾는 일은 수월했다.
놀잇감을 찾아 헤매던 이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헌옷을 넣어도 거둬가지 않을 듯한 시크한 모습의 헌옷수거함, 골 결정력을 높여주려는 의도인지 의구심이 생기는 분수대 앞의 무용지물 농구대, 보기만 해도 포근한 이 빠진 벤치였다. 이렇게 발견한 작은 문제들의 사진을 찍어 작은 지도를 완성했고, 퐁퐁 샘솟는 아이디어 중 10개를 선정해 활동 아이디어를 준 ‘서울100’과 미팅을 통해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그렇게 구청의 허가를 받고 완성한 작품은 지금까지 3개. 좁은 길목에 놓여 사람들을 위협하는 철조망에 음표 달기, 훼손된 점자블록에 게임 캐릭터 그려 넣기, 단정한 자전거 주차를 위한 주차선 그리기 등이다. 모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완성한 작품이다.
특히 철조망에 음표를 달 때는 음표를 옮겨 달 수 있도록 해두었는데, 한참 뒤 찾아가보니 비용 문제로 두 마디밖에 완성하지 못했던 악보가 여러 사람이 음표를 가지고 놀면서 네 마디 넘게 만들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지만 유쾌한 변화였다. 돈을 버는 것도, 눈에 보이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일이 아님에도 10명의 대학생이 한데 모여 아이디어를 짜내는 이유였다.




“피드백이 가장 큰 원동력이에요. 우리가 만든 것들에 사람들이 공감하고 재미를 느낀다면 더 바랄 게 없죠. 다만 공공장소에 손을 대는 활동인 만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우리는 좋은 의도로 했지만, 누군가에게는 좋지 않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잖아요. 10명 중 1명이라도 ‘싫다’고 하면 다시 한 번 고려하죠.”
무엇보다 주민들의 반응과 참여가 관건이었다. 그래서 구성원 중 한 명, 게다가 막내인 김대흥(건국대 지리 2) 씨가 양천구 주민공동회의에 참여해 실행계획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기도 했다.

전국 캠퍼스에 ‘어반 그라운드’를 허하라! 첫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반 그라운드는 동작구로 활동영역을 넓혔다. ‘고정되지 않는 의자 디자인’으로 벤치를 설치해 달라는 동작구의 요청에 따른 기회였다. 고민 끝에, 또 밤을 하얗게 지새운 끝에 그 이름도 찬란한 ‘테트리스 벤치’를 완성해 지난 9월 25일 동작구 제비어린이공원에 안착시켰다. 의자를 테트리스 모듈처럼 합치거나 분리해놓기도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작업을 의뢰한 고객님인 동작구청의 만족도를 채우는 데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의자를 테트리스 모듈처럼 합치거나 분리해놓기도 할 수 있는 작품. 동작구 제비어린이공원에 놓여있다.


몸의 중심에 따라 자유롭게 돌아가지만 절대 넘어지지 않는 팽이의자
동작구청의 일을 무사히 끝낸 어반 그라운드는 양천100 프로젝트에 속도를 붙였다. 농구대?의류수거함 등의 아이디어를 차근차근 실현해나가며, 내년 6월까지 100가지 아이디어를 채워나갈 계획. 무사히 1년간의 프로젝트가 완성된다면 다른 지역에서도 프로젝트를 이어나갈 생각이다.
더 멀리는 전국의 대학생들에게 ‘붐’을 일으키는 것이 목표다.
“한양대·서울과학기술대·세종대 등 한 지역에 있는 대학끼리 모여 이런 프로젝트로 경쟁했으면 좋겠어요. 올해 30~40명의 구성원을 더 모집해 함께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해요.”
이왕이면 다양한 학과 학생들과 함께하고 싶은 것이 이들의 욕심이다.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달라 신선한 아이디어가 나오리라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계획을 생각대로 실행하기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지원받는 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작품 제작비용을 용돈으로 충당해야 하는 만큼 대학생 신분으로는 고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천천히 꼼꼼하게 하다 보면 크게 걸리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어반 그라운드의 믿음이다. 게다가 작은 아이디어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은 청춘의 특권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고민은 실행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더라고요. ‘하고 싶다’는 게 있으면 우선 저지르는 용기도 필요해요. 오히려 저질러놓으면 계획이 구체화되고 실행이 가까워지는 듯해요. 고민은 짧게, 실행은 빠르게 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계획만 세워놓고 하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묻고 싶어요. 하면 되는데, 왜 하지 않느냐고요.”




글 김은진 기자 (skysung89@hankyung.com)





양천100프로젝트를 위한 어반그라운드의 빛나는 아이디어!
훼손된 점자 보도를 게임 '팩맨'을 이용해 유쾌하게 바꿨다.
자전거 주차 질서를 잡기 위해 바닥에 그려넣은 자전거 주차선
분수대 때문에 사용되지 않는 농구골대. 철조망/네트를 활용해 공이 물에 빠지는 사태(?)를 예방한다
활용되지 않는 공간에 벤치를 만들어 도시 분위기를 바꾸기를 바꾸려는 아이디어

흉흉한 모습으로 집 앞에 서 있는 헌옷수거함, 관심을 끌어올려 수거율을 높이려 수거함에 옷을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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