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현직 8人이 밝힌 면접담당자의 오해와 진실

우리가 냉혹한 평가자라고요?롯데백화점 현직 8人이 밝힌면접담당자의 오해와 진실면접장에서 실수할까 밤잠 설쳐미리 도착해 금기어 교육받아어떤상황에도 웃는 ‘긍정맨’직무분석 철저한 ‘꼼꼼맨’ 원해



서효진 롯데백화점 여성패션 치프바이어(Chief Buyer)는 매년 신입사원 공채 시기가 되면 잠을 설칠 정도로 긴장한다. 해마다 신입사원 실무면접 담당자로 면접에 참가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그는 “혹시 ‘미숙함이 탄로 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 때문에 입사 지원자만큼 떨린다”며 “실수하지 않기 위해 아내 앞에서 수차례 연습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입사지원자에게는 ‘냉혹한 평가자’로 비치지만 면접에 임하는 담당자들의 고뇌도 적지 않다. 이진영 이벤트 매니저는 “인생의 첫 출발점에 선 지원자에게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책임감이 커 질문 하나를 던져도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과연 내가 누구를 평가할 자격이 있는가”를 항상 고민한다는 김남규 구매담당 매니저는 면접에 앞서 ‘듣는 마음’을 달라고 기도한다고 했다. 이들은 어떤 지원자를 자신들의 후배로 뽑고 싶을까. 13일부터 면접을 시작하는 롯데백화점의 실무 면접담당자들에게 ‘합격할 수 있는 비결’을 들어봤다.
“어떻게 하면 점수를 더 줄까 연구”
롯데백화점 역량면접은 2인의 면접담당자가 1인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40~50분간 진행한다. 면접담당자는 어떤 첫마디로 어색한 분위기를 풀까. 이준혁 남성패션 치프바이어는 “아침식사, 날씨, 교통편 등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소한 이야기로 긴장을 풀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 치프바이어는 “자기소개서 검토를 통해 지원자가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한다”며 “어떻게 하면 점수를 더 줄까를 연구하는 게 면접담당자”라고 했다. 전호경 잡화 치프바이어는 “거창한 성과보다 과정에서의 자세나 태도를 보기 위해 성공경험을 자주 묻는 편”이라고 답했다.

13일부터 신입사원 공채 면접을 실시하는 롯데백화점의 실무면접담당자들은 “면접담당자는 냉혹한 평가자가 아니라 지원자의 숨겨진 역량을 끄집어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최원석 인사 매니저, 이준혁 남성패션 칩바이어, 김남규 구매 매니저, 전호경 잡화 칩바이어. 서효진 여성패션 칩바이어, 이진영 이벤트 매니저, 홍의표 영업1기획 매니저, 기유미 온라인MD 매니저.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면접담당자들은 면접 시작 한 시간 전에 면접장에 온다. 하루 면접일정과 진행순서, 질문내용, 금기어 등을 교육받은 뒤 각 방에 흩어져 주면접담당자와 부면접담당자 간 호흡을 맞추는 연습을 한다. “주·부면접담당자 선정은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의혹에 대비해 당일 추첨을 통해 조를 구성한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면접 도중 “이 지원자는 합격시키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는 언제일까. 홍의표 영업기획 매니저는 “진실되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자신감도 있어 보인다”며 “이런 스토리가 롯데백화점 인재상과 부합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유미 온라인MD 매니저는 “유통업 특성상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지원자를 뽑고 싶다”고 했다. 입사 10년차인 전 치프바이어는 ‘현장형 인재’를 선호했다. “현장에서 ‘버틸 수 있겠다’ 싶은 지원자와 어떤 환경에서도 추진력으로 일을 해낼 수 있는 긍정성을 지닌 지원자를 뽑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처음부터 끝까지 목소리도 작고 자신감 없는 지원자는 안 뽑고 싶다는 대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지원자의 진실을 알기 위해 ‘첫인상 효과’를 경계한다는 면접담당자도 많았다. 면접담당자들은 지원자가 고객중심 마인드를 가졌는지, 업무에 대한 열정이 있고 창의적인 일처리를 할 수 있는지 등 인재상에 적합한지를 주로 체크한다고 설명했다. 지원자의 인적사항, 부모님의 직업 등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질문은 면접담당자들에게 금기어다.
“공부하고 면접 와야 대화가 통한다”
그동안 스쳐간 수백명의 지원자 가운데 기억나는 사람을 꼽아달라고 했다. 홍 매니저는 웃음을 잃지 않는 긍정맨을 떠올렸다. “어떤 질문을 해도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웃으면서 대답한 농구부 주장을 했던 친구가 기억에 남아요. 그 사람은 지금도 사내에서 ‘행복바이러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매니저는 “백화점의 수많은 상품 가운데 20대 캐주얼 의류를 브랜드별, 백화점별로 분석한 차트를 들고 온 지원자가 있었다”며 “자신이 관심있는 한 가지 분야를 심층분석한 것이 눈에 띄었다”고 소개했다. 서 치프바이어는 면접장에서의 위기돌파 사례를 들었다. “시작은 꼬였지만 매듭을 잘 푼 친구가 있었어요. 면접장에 들어오면서 스위치를 잘못 누르는 바람에 순간 면접장이 컴컴해져 당황했을 텐데 천천히 불을 다시 켠 뒤 끝까지 차분하게 면접을 보고 최종 합격한 사람이 기억에 남습니다.”
면접담당자들은 지원 회사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를 한 뒤 면접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 홍 매니저는 “백화점과 쇼핑몰의 차이, 롯데와 신세계의 다른 점 등 기본적인 공부를 하고 와야 면접 때 대화가 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백화점의 슬로건이 ‘러블리 라이프(Lovely Life)’로 바뀐 것을 아는 지원자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팁을 줬다. 이 매니저는 “자신의 강점과 관련된 경험을 정리한 뒤 면접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 김 매니저는 “면접은 자신의 삶을 돌아볼 기회”라면서 “과거 사건을 통해 느끼고 배운 것을 정리하는 것은 당락을 떠나 삶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최원석 인사팀 매니저는 ‘조직 마인드’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입사를 하려고 지원하는 것인데 자기 중심, 내가 좋아하는 것만 이야기해요. 회사가 나를 스카우트할 수 있게 어필해야 합니다. 학생 신분에서 회사원으로서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해요.” 그는 유통업체 지원자들에게 면접 전 단순한 투어식 매장방문보다 자신이 관심있는 특정 분야를 집중해서 방문해 볼 것을 권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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