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뒷담화] “모든 자소서 꼼꼼히 읽습니다”..믿어도 되나?

“결국 학벌..좋은 데 가려면 좋은 대 나와라”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기업의 채용 전형과정에 관한 갖가지 부정적 소문이 무성하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게 ‘좋은 곳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결국 학벌이 좋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수많은 취준생이 학벌이 딸린다는 이유로 자신의 자기소개서가 읽혀지지도 않은 채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건 아닌지 우려한다.
최근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입사지원서에 어학성적이나 인턴·봉사활동 경험 같은 스펙 기입란을 없애는 이른바 ‘탈 스펙 전형’이 확산하고 있다. ‘능력중심사회’ 구현이라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공기업들은 채용전형에 국가직무능력표준(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서류전형 과정이 투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공채 지원서에 단순 스펙 기입란을 없앤 기업은 많지만 출신학교나 전공, 학점 등을 삭제한 사례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취준생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최원석 커리어앤스카우트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수많은 취준생이 서류전형 통과를 목표로 자소서 등 취업서류에 관한 컨설팅을 받으며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취준생에게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도 말했다. 다음은 최 대표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기업 채용설명회 등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질문이 있다. ‘자소서를 정말 읽느냐’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모든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읽는다’고 답한다. 사실인가?결론부터 말하면 기업들이 서류전형 과정에서부터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읽는 건 아니다. 몇몇 외국계 기업이나 국내 기업 중 일부는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필터링으로 서류전형을 진행한다. 설사 본다고 해도 자기소개서만을 가지고 작문대회처럼 순위를 정해 합격·불합격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단 면접과정에서는 본다. 지원자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프린트해놓고 면접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류전형에서 몇 만 명의 자소서를 일일이 읽고, 그 내용으로 전형을 실시하는 건 아니다. 일부 특수하게 보는 케이스는 예외로 하겠다. 중소기업에서는 자소서까지 꼼꼼히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룹사를 비롯한 대기업 등은 지원자의 모든 자소서를 읽지는 않는다.
자소서 필터링 기준은 뭔가. 학벌인가?자소서 필터링 기준은 기업마다 정해진 내부 규정에 의거한다. 국가유공자 가산점이나 내부 추천, 전공, 자격증, 인턴십 경험, 사회경력 등 다양한 규정을 기반으로 필터링이 이뤄진다. 필터링 기준에 출신학교별 가점은 물론 학점, 외국어 점수, 출신 지역, 외모(사진)까지 포함할 수 있다. 내부 필터링 규정 및 가점 기준, 학교별 할당 등은 각 기업의 인사팀에서만 알 수 있다. 출신 학교를 예로 들면 매번 이른바 ‘스카이’ 출신만 채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들만의 할당 기준을 두고, 해당 기준에 맞춰 채용한다고 보면 된다.
대다수 기업이 자소서를 읽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근거는 뭔가?10년 넘게 헤드헌팅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기업 대표나 기업 채용 담당자를 직접 만나 그들이 원하는 임원급 또는 과·차장급 인재를 매칭해주는 게 주요 업무다. 술자리 등 사적 자리에서 기업들에게 직접 들은 내용이다. 진실을 밝혀야 한다. 지난해는 물론 올해 채용시장에서도 바뀌는 건 없다. 자기소개서는 단순 참고용 자료라고 보면 된다. 상식적으로 학창 시절 내내 놀다가 자소서만 잘 써서 취업할 수 있다면 국문과 출신이나 작가 지망생 등 글쓰기에 탁월한 사람들이 그룹사 공채를 석권했을 것이다.
기업의 채용을 대행하는 업체도 있다고 들었다. 채용대행은 어떻게 이뤄지나?기업의 채용을 대행하는 회사가 따로 있다. 헤드헌팅 회사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채용 대행사는 의뢰한 기업의 내부 인사기준 등에 의거해 채용만 대행한다. 대행업체가 주관적으로 채용 기준 등을 설정하는 게 아니라 의뢰 기업의 내부 정책이나 채용 기준을 토대로 서류 필터링 등을 진행하는 것이다. 물론 필터링 결과에 대해 기업에게 최종 피드백이나 컨펌을 받는다. 고객인 기업의 뜻에 따라 말 그대로 과중한 서류전형 업무를 대행하는 셈이다. 대기업도 그룹 공채 등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채용대행을 맡긴다. 경력직 채용의 경우 거의 대부분 채용대행업체를 활용한다. 필요에 따라 신입 공채에서도 대행을 맡길 수 있다. 그룹사 공채를 시행하면서 인사팀의 업무가 과중한 경우 채용대행을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22일에는 채용설명회 등에서 행해지는 기업들의 이른바 갑질에 대한 ‘채용 뒷담화’가 이어집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