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에겐 연애도 사치인가요?

취준생에겐 연애도 사치인가요? 오늘날 청년들을 흔히 ‘오포세대’라 한다. 오포세대란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 총 다섯 가지를 포기한 2030세대를 일컫는 신조어이다. 하지만 오포세대도 사랑을 한다. 20대가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취준생 연애 고민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곤 한다. 현실에 속 취준생의 연애 단상을 소개한다.

같은 취준생 끼리 만나면 득일까? 실일까? 김 씨(27세)는 여자 친구와 거의 3년 째 연애중이다. 같은 취준생 커플인 것이 도움이 됐냐는 질문에 “그렇지만은 않다. 같은 취준생이라 오히려 고충이 있었다. 이번에 여자 친구와 해외인턴을 같이 준비했는데, 여자 친구는 떨어지고 나만 붙었다. 떨어진 사람의 상대적 박탈감과 합격한 사람의 미안한 마음으로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번 학기를 마치고 졸업유예를 신청한 고 씨(24세)는 200일 정도 만난 풋풋한 커플이다. 그녀는 “남자친구 또한 취준생이기 때문에 서로의 개인 시간을 잘 이해해 준다. 하지만 만난다고 해도 카페를 가거나 도서관에서 만나 각자의 공부를 하다 보니 아쉬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같은 취준생이라서 도움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남자친구와 같은 방향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꼭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취준생 커플에게 가장 힘든 점으로는 대부분이 둘 중 한 명이 먼저 취업했을 때 상대방이 느끼는 박탈감을 꼽았다. 안 그래도 계속되는 서류 탈락 등으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지는 시기라 사소한 것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기 때문이다.
시간 부족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는 김 씨(23세)는 “한 달 동안 제대로 된 취업 준비를 하다 보니 이 시기에 연애를 하는 것이 시간이나 금전적으로 정말 빠듯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부족한 시간이 취준생 연애에 걸림돌이라고 했다. 반면 앞서 해외 인턴에 합격한 김 씨(27세)는 "시간 관리는 힘들지만 시간이 없어서 연애를 못 한다는 것은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시간 관리는 다 본인 하기에 달렸다"며 확고한 의견이었다. 대부분 연애를 하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러나 본인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는 의견과 취업준비에 전념하게 되면 시간관리가 힘들기 때문에 연애는 어렵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금전적인 부담 졸업을 앞둔 이 씨(24세)는 “취업 준비를 위해 서울로 학원을 다니는데 교통비와 점심 값만 해도 한 달에 12만 원 정도 든다. 남자 친구를 만나는 날은 아무리 아껴 써도 데이트 비용으로 2만 원을 넘게 쓴다. 용돈을 받을 땐 큰 부담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든 비용을 지불하다 보니 어려웠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미국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김씨(26세)는 둘 다 학생이고 본인이 남자이다 보니 금전적인 부분에서 조금 더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금전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본인의 대처법을 묻자 “여자 친구와의 데이트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대신 나에게 투자하는 비용을 많이 줄인다.”고 전했다.
시간 부족, 금전적인 부담, 상대방의 취업 성공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등 여러 문제가 있지만, 정말 좋아하는 상대가 있다면 연애를 하겠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었다. 취업난이 심화되고 포기하는 것이 많아진다고 해도 현재 즐길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글 이세진 대학생기자(한국외대 국제경영 4)온라인 에디터 jobnjoy@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