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전거 종주기] ⑫ 떠나야만 하는 우리, 그리고 오스트리아로
입력 2015-08-24 04:55:00
수정 2015-08-24 04:55:00
2015년 7월 9일 수 / 10일 목요일
#Day 9. ⑫떠나야만 하는 우리, 그리고 새로운 길
명지대 4명의 친구가 6월 30일부터 8월 17일까지 동유럽 자전거 종주에 나선다. 남다른 계절학기를 보내겠다고 해서 팀 이름도 <계절학기>다. <캠퍼스 잡앤조이>는 총 49일간 계속되는 이들의 여행기를 앞으로 두 달 동안 싣는다. 마지막에는 이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그간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다.
우리에게 또 다시 이별의 시간이 찾아 왔다. 5일간 약 450km를 달려 쌓였던 몸의 피로를 깨끗하게 풀어준 프라하. 그곳의 내 친구 알레나와 마틴. 그들을 뒤로한 채 다시 우리만의 길을 가야할 때가 된 것이다.
당일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성가득한 아침식사와 끝까지 우리를 챙겨줬던 마음씨 따뜻한 마틴, 여유 가득한 미소로 우리를 편하게 대해준 어머니, 그리고 배려심 가득하고 정이 많은 친구 알레나. 감사를 전하는 마음으로 승혁이형은 알레나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건너며 구입한 십자가 목걸이를, 훈호형은 마틴에게 ‘Follow.ing’티셔츠를, 어머니에게는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산 아름다운 꽃다발을 선물했다.
프라하를 떠나는 과정은 굉장히 힘들었다. 너무 뜨거운 날씨로 고생했던 폴란드 여정과는 달리 시작부터 정말 추웠다. 훈호형 랙이 망가져 근처 바이크샵에 들려 기다리는 중 매서운 바람과 몰아치는 비 때문에 다소 걱정이 됐다. 아니나다를까 우리는 긴팔을 꺼내 입었고, 프라하 구시가까지 가는 길에 이상하게도 화창한 날씨로 변해버렸다.
구시가지에서 간단히 사진 촬영을 하던 때에 날씨가 또 변덕을 부렸다. 계속되는 날씨 변화때문인지, 프라하를 떠나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아마 둘다가 아닐까) 쉽게 페달이 굴려지지 않았다.
우여곡절끝에 복잡한 프라하 도심을 떠나 외곽으로 나왔을 때, 집으로 들어가던 체코 젊은 친구가 우리에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손짓했다. 우리는 ‘뭐지..’하며 자전거를 멈춰 세웠고 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의 이름은 ‘Daniel’. 불과 일주일 전 서울에서 프라하로 넘어온 갓 20살 친구이다. 아시아를 좋아하고 무엇보다 약 2주정도 머물렀던 한국이 정말 좋다는 것이다. ‘삼겹살’때문에 또 다시 가고 싶다던 그. 이제는 우리의 여행을 응원해준 든든한 동반자가 되었다.
한국을 알아봐주고, 좋아해주는 이들을 볼 때 가슴 한켠에 ‘뿌듯함’과 동시에 ‘감사’가 생겨난다. 이번 여행을 통해 무엇보다 여행객을 반겨주는 자세, 무엇보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자세를 더욱이 배워가는 것 같다.
한국에서 챙겨온 '김병장 전투식량'덕분에 우리는 든든했다. 어머니가 출국 전에 챙겨주신 멸치짠지까지, 은근 영양식이다.
다음날,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하루하루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 같다. 체코에서 본격적으로 라이딩을 시작한 날. 그리고 엄청 깨진 날.
당연히 고속도로로는 갈 수 없기에 우리는 시골길로. 폴란드에서 달리던 방식으로 밟아 나아 갔다.하지만 구글맵, 맵스미에서는 전혀 산지처럼 보이지 않던 길들이 엄청난 경사의 산들로 이뤄져 있었다. 하루종일 쉬지 않고 달렸다. 정확히 이틀 뒤인 12일 지호형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가 시작하기도 무섭게 하루가 저물어 간다. 길 위에서 하루를 보내는 우리에게 길은 이제 친구같이 편한 존재가 됐다.
사실 한국을 떠나온 지 10일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속깊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어쩌면 가야하는 거리와 처음 접해본 여정 때문에 분주하고, 불안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해가 저물어가는 숲 길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질문'을 하나씩 해나갔다. 처음에는 생각이 좀처럼 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니 아직 내 마음의 문이 열려있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함께 가는 길, 그 위에서 형들과 더욱 진지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때론 유쾌하게, 때론 진심을 다해.
<49일간의 여행 일정 및 테마>폴란드 : 전쟁체코 : 사랑오스트리아 : 음악슬로바키아 : 휴강헝가리 : 죽음슬로베니아 : 여유크로아티아 : 수상레저몬테네그로 : 농업알바니아 : 발칸반도그리스 : 철학
글·사진 계절학기 박찬빈
[유럽 자전거 종주기] ⑪ 체코 프라하, 사람이 머문 곳에 사랑이 있다[유럽 자전거 종주기] ⑩ 파스로 통증을 이겨내며, 프라하에서의 첫날밤![유럽 자전거 종주기] ⑨ 전쟁에 대해 배우기 위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찾다[유럽 자전거 종주기] ⑧ 폴란드의 마지막 여정, 쿠라쿠프 도착![유럽 자전거 종주기] ⑦ 폴란드 4000km의 여정을 달리다[유럽 자전거 종주기] ⑥ 폴란드 바르샤바 관광을 하다![유럽 자전거 종주기] ⑤ 폴란드에서의 일기[유럽 자전거 종주기] ④ 동유럽 앓이, 폴란드 바르샤바 여행 중[유럽 자전거 종주기] ③ “폴란드에 잘 도착했습니다”[유럽 자전거 종주기] ② 공항 도착! 세 얼간이의 비행 시작![유럽 자전거 종주기] ① “‘젊음’이라는 엔진을 달고 다녀오겠습니다”
#Day 9. ⑫떠나야만 하는 우리, 그리고 새로운 길
명지대 4명의 친구가 6월 30일부터 8월 17일까지 동유럽 자전거 종주에 나선다. 남다른 계절학기를 보내겠다고 해서 팀 이름도 <계절학기>다. <캠퍼스 잡앤조이>는 총 49일간 계속되는 이들의 여행기를 앞으로 두 달 동안 싣는다. 마지막에는 이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그간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다.
우리에게 또 다시 이별의 시간이 찾아 왔다. 5일간 약 450km를 달려 쌓였던 몸의 피로를 깨끗하게 풀어준 프라하. 그곳의 내 친구 알레나와 마틴. 그들을 뒤로한 채 다시 우리만의 길을 가야할 때가 된 것이다.
당일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성가득한 아침식사와 끝까지 우리를 챙겨줬던 마음씨 따뜻한 마틴, 여유 가득한 미소로 우리를 편하게 대해준 어머니, 그리고 배려심 가득하고 정이 많은 친구 알레나. 감사를 전하는 마음으로 승혁이형은 알레나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건너며 구입한 십자가 목걸이를, 훈호형은 마틴에게 ‘Follow.ing’티셔츠를, 어머니에게는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산 아름다운 꽃다발을 선물했다.
프라하를 떠나는 과정은 굉장히 힘들었다. 너무 뜨거운 날씨로 고생했던 폴란드 여정과는 달리 시작부터 정말 추웠다. 훈호형 랙이 망가져 근처 바이크샵에 들려 기다리는 중 매서운 바람과 몰아치는 비 때문에 다소 걱정이 됐다. 아니나다를까 우리는 긴팔을 꺼내 입었고, 프라하 구시가까지 가는 길에 이상하게도 화창한 날씨로 변해버렸다.
구시가지에서 간단히 사진 촬영을 하던 때에 날씨가 또 변덕을 부렸다. 계속되는 날씨 변화때문인지, 프라하를 떠나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아마 둘다가 아닐까) 쉽게 페달이 굴려지지 않았다.
우여곡절끝에 복잡한 프라하 도심을 떠나 외곽으로 나왔을 때, 집으로 들어가던 체코 젊은 친구가 우리에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손짓했다. 우리는 ‘뭐지..’하며 자전거를 멈춰 세웠고 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의 이름은 ‘Daniel’. 불과 일주일 전 서울에서 프라하로 넘어온 갓 20살 친구이다. 아시아를 좋아하고 무엇보다 약 2주정도 머물렀던 한국이 정말 좋다는 것이다. ‘삼겹살’때문에 또 다시 가고 싶다던 그. 이제는 우리의 여행을 응원해준 든든한 동반자가 되었다.
한국을 알아봐주고, 좋아해주는 이들을 볼 때 가슴 한켠에 ‘뿌듯함’과 동시에 ‘감사’가 생겨난다. 이번 여행을 통해 무엇보다 여행객을 반겨주는 자세, 무엇보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자세를 더욱이 배워가는 것 같다.
한국에서 챙겨온 '김병장 전투식량'덕분에 우리는 든든했다. 어머니가 출국 전에 챙겨주신 멸치짠지까지, 은근 영양식이다.
다음날,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하루하루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 같다. 체코에서 본격적으로 라이딩을 시작한 날. 그리고 엄청 깨진 날.
당연히 고속도로로는 갈 수 없기에 우리는 시골길로. 폴란드에서 달리던 방식으로 밟아 나아 갔다.하지만 구글맵, 맵스미에서는 전혀 산지처럼 보이지 않던 길들이 엄청난 경사의 산들로 이뤄져 있었다. 하루종일 쉬지 않고 달렸다. 정확히 이틀 뒤인 12일 지호형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가 시작하기도 무섭게 하루가 저물어 간다. 길 위에서 하루를 보내는 우리에게 길은 이제 친구같이 편한 존재가 됐다.
사실 한국을 떠나온 지 10일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속깊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어쩌면 가야하는 거리와 처음 접해본 여정 때문에 분주하고, 불안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해가 저물어가는 숲 길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질문'을 하나씩 해나갔다. 처음에는 생각이 좀처럼 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니 아직 내 마음의 문이 열려있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함께 가는 길, 그 위에서 형들과 더욱 진지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때론 유쾌하게, 때론 진심을 다해.
<49일간의 여행 일정 및 테마>폴란드 : 전쟁체코 : 사랑오스트리아 : 음악슬로바키아 : 휴강헝가리 : 죽음슬로베니아 : 여유크로아티아 : 수상레저몬테네그로 : 농업알바니아 : 발칸반도그리스 : 철학
글·사진 계절학기 박찬빈
[유럽 자전거 종주기] ⑪ 체코 프라하, 사람이 머문 곳에 사랑이 있다[유럽 자전거 종주기] ⑩ 파스로 통증을 이겨내며, 프라하에서의 첫날밤![유럽 자전거 종주기] ⑨ 전쟁에 대해 배우기 위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찾다[유럽 자전거 종주기] ⑧ 폴란드의 마지막 여정, 쿠라쿠프 도착![유럽 자전거 종주기] ⑦ 폴란드 4000km의 여정을 달리다[유럽 자전거 종주기] ⑥ 폴란드 바르샤바 관광을 하다![유럽 자전거 종주기] ⑤ 폴란드에서의 일기[유럽 자전거 종주기] ④ 동유럽 앓이, 폴란드 바르샤바 여행 중[유럽 자전거 종주기] ③ “폴란드에 잘 도착했습니다”[유럽 자전거 종주기] ② 공항 도착! 세 얼간이의 비행 시작![유럽 자전거 종주기] ① “‘젊음’이라는 엔진을 달고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