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동아리 : 취업 전쟁의 서막 ① 취업에 도움 되는 동아리 아니라면 NO!

취업동아리 : 취업 전쟁의 서막 ① 취업에 도움 되는 동아리 아니라면 NO!
푸른 천막을 펼쳐놓고 풋풋한 신입생의 팔을 부여잡고 동아리 가입을 권유하는 선배들. 못 이기는 척 따라가 보면 족구부터 수영, 통기타, 스킨스쿠버까지 전공 수업에서는 하기 힘든 활동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동아리들이 줄지어 있다.
실제 그런 활동을 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동아리 활동과 동시에 꿈만 꾸던 대학 생활을 200% 즐길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한바탕 동아리 모집이 이뤄질 때쯤엔 신입생들은 ‘누가 더 많이 붙잡혔나’를 기준으로 서로의 풋풋함을 자랑하기도 한다.
기자가 신입생 때만 해도 그랬다. 졸업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동아리 모집 때 팔 한 번 붙잡히지 않았던 충격적인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지금도 캠퍼스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동아리 모집 ‘종목’이 달라졌을 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를 이루던 문화·예술·스포츠 동아리의 수는 눈에 띄게 줄었고, 대신 경제·경영·마케팅 등 보기만 해도 머리 아픈 단어들이 적힌 플래카드가 여기저기서 펄럭이고 있다.
이를 두고 “대학가의 낭만이 사라졌다”며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유는 단연 ‘취업’이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만남이 중요한 시대의 흐름도 대학가 낭만의 정점에 있는 동아리를 없애는 데 한몫했지만, 사실 대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취업과 무관한 활동’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취업에 도움되는 학회·학술 동아리가 아니라면, 동아리 선택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실제 오랜 역사의 동아리들이 신입생이 없어 동아리방을 내놔야 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경북에 있는 대학의 A 기타동아리에서는 올해 초 ‘폐쇄 위기 부원’을 모집했고, 단국대의 모형 동아리는 창설 20주년이 됐지만,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동아리 방을 빼라는 고지를 받기도 했다. 활동 중임에도 ‘폐쇄된 동아리’라고 몰리는 동아리도 적지 않다.
‘왜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느냐’며 학생들에게 탓을 돌릴 수는 없다. 실업률이 10.2%로(2015년 6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현재, 학생들의 관심이 ‘취업’에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여행하는 이유''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취업’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니 동아리 활동도 이왕이면 취업을 준비할 수 있는 학술·학회를 위주로 선택하는 것이다.
학교에 다니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서지윤(전북대 농업경제 3)씨는 “언젠가부터 학과를 비롯한 학교 전체에 공모전이나 학술 동아리 같은 취업 준비 동아리가 눈에 띄었다”며 “활동 내용이 얼마나 도움될지는 모르겠지만, 불안한 마음에 동아리를 찾게 됐다”고 동아리 가입 계기에 대해 말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 취업률을 기준으로 대학의 예산을 책정하고, 학과통폐합을 하는 상황에서 대학은 취업률을 높이는 방안으로 취업 지원책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취업동아리도 그중 하나. 각 학교에서는 우수 취업 동아리를 선발하는 대회를 열고, 지원금 및 스터디 장소를 제공하는 등 다방면으로 취업 동아리 활동을 촉진하고 있다.
학과 자체에서 운영하는 동아리는 대부분이 취업 관련 동아리다. 동국대의 중어중문학과는 졸업자가 나아갈 수 있는 진출 분야별로 무역, 기업, 관광·호텔, 항공, 외교, 교직, 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 구분해 취업 동아리를 생성, 운영하며 동국대 이외에도 각 학교 경제·경영 관련 전공 학생들은 어김없이 과 내에서 만든 경제·경영 학술동아리에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이처럼 동아리 활동의 중심에 ‘취업’이 키워드로 자리 잡으면서 동아리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도 변하는 추세다.
김은진 기자 skysung8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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