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취준생에게 여름휴가는 먼 나라 이야기"

구직자 절반 이상, ‘돈 없어서’ 여름휴가 계획 못 세워
“취업에 성공한 친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느라 신났어요. 아직 취준생인 제가 마음에 걸렸는지 같이 여행을 가자고 하더라고요. 구직 스트레스 때문에 재충전 시간을 갖고 싶긴 하지만 취준생에게 여행은 사치죠. 돈도 없고요. 친구들에게 돈이 없다고 말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해서 준비하지도 않는 자격증 시험 핑계를 대며 화제를 돌렸어요.”
올해 상반기 공채에서 줄줄이 탈락한 대학생 최 모 씨(남 27세)에게 여름휴가는 ‘남의 이야기’다.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최종 합격’이라는 단어는 번번이 최 씨를 비껴갔다. 최 씨는 여름방학을 맞아 취업 준비 비용이라도 벌고 싶은 마음에 간단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볼까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커져 가는 ‘취업 불안감’에 오늘도 결국 도서관으로 향한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피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구직자 2명 중 1명은 올 여름 피서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www.saramin.co.kr 대표 이정근)이 신입 구직자 446명을 대상으로 ‘여름 피서 계획’을 조사한 결과 53.8%가 ‘피서를 떠날 계획이 없다’라고 답했다. 성별로는 ‘남성’(58.7%)이 ‘여성’(47.4%)보다 피서를 안 가겠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피서를 가지 않는 이유로는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어서’(62.1%,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다음으로 ‘심적으로 여유가 없어서’(52.1%), ‘취업준비하기도 시간이 부족해서’(42.9%), ‘취업한 후에 가면 돼서’(24.6%), ‘전염병 등이 두려워서’(17.5%), ‘부모님 등의 눈치가 보여서’(13.3%)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피서를 가지 않겠다고 답한 응답자의 51.2%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들 중 35.8%는 스트레스로 인해 구직 집중력이 흐려졌으며, 8.9%는 질병까지 생겼다고 밝혔다. 현재 취업한 상태였다면 휴가를 떠났을 것 같다는 응답은 73.8%에 달했다. 반면 여름 피서 계획이 있는 구직자(206명)들은 그 이유로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서’(54.4%, 복수응답)를 1순위로 선택했다.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36.9%), ‘취업하면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26.7%), ‘가족여행 등이 계획돼 있어서’(24.8%), ‘어차피 집중을 못할 것 같아서’(11.2%) 등의 이유를 들었다.
구직자들이 취업 후 꿈꾸는 여름 휴가 계획 1위는 ‘당당하게 떠나는 해외여행’(38.3%, 복수응답)이었다. 뒤이어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35.2%), ‘가족과 행복한 시간’(30.5%), ‘눈치 볼 것 없이 집에서 뒹굴 거리기’(18.6%), ‘연인과 달콤한 데이트’(16.8%) 등의 순이었다.
장구슬 기자 guse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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