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포츠 스타들과 동고동락한 12일간의 대장정

세계 스포츠 스타들과 동고동락한 12일간의 대장정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자원봉사 후기
지난 7월 14일, 대학생들의 올림픽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가 2년 뒤 대만에서의 만남을 기약하며 마무리됐다. 광주에서 열린 이번 올림픽의 빛나는 성과는 대한민국 선수들의 성적! 금메달 47개, 은메달 32개, 동메달 29개를 획득하며 대회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성과가 있다면 큰 사고 없이 올림픽이 마무리 됐다는 점일 것이다. 이는 무사히 대회를 치르기 위해 지난해 부터 뜨거운 시간을 보내온 자원봉사자의 힘이 크다.지난 12일간 양궁 훈련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며 봉사활동을 한 <캠퍼스 잡앤조이> 임보미 대학생 기자(조선대 신문방송 3)의 후기에서 그 힘을 느껴보시라.


△양궁훈련장
이번 U대회에 경기진행 자원봉사자로서 참여한 나는 스포츠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U대회는 대학생 신분으로 치를 수 있는 가장 큰 대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지원했다. 이처럼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지만, 지난해부터 시작해 자원봉사자 직무교육을 하나하나 받다 보니 내 행동 하나하나가 세계 각국에서 오는 수많은 외국인에게 광주의 이미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점점 더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U 대회가 시작된 후 그 부담감은 점점 책임감으로 바뀌었다.
△양궁훈련장의 대학생 자원봉사자
자원봉사자로서 근무했던 종목은 ‘양궁’. 양궁경기장은 주경기장과 훈련장이 있었는데 내가 배치받은 곳은 훈련장이었다. 일단 훈련장에서 근무하다가 본 경기가 준결승, 결승 정도만 남고 훈련장 문을 닫으면 주경기장으로 다시 배치되는 방식이었다.
처음엔 자원봉사자로서 뭔가 중요한 일을 해내고 싶은 마음에 경기가 치러지는 주 무대, 주경기장이 아니라 훈련장으로 배치받은 것에 내심 섭섭한 마음이 컸다. 하지만 섭섭함이 설렘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양궁훈련장에서 훈련하는 선수들
긴장감이 흐르는 주 경기장과는 달리 선수들이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자유롭게 훈련하는 곳이다 보니 어떤 때보다도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기 때문! 또한, 능숙하지 않은 영어로도 도움이 필요한 선수들에게 직접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어떤 곳보다도 자원봉사자로서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시합을 앞두고 한껏 예민할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선수들은 한없이 친절했고 상냥했다. 자원봉사자인 나만큼이나 친절하게 대해줘서 고마울 때도 많았다.

영화보다 더 긴박한 상황, 기지를 발휘하라!자원봉사를 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던 일도 있었다. 양궁의 활은 리커브와 컴파운드 두 가지 종류. 따라서 양궁 경기도 두 가지 종류로 치러진다. 경기일이 다가오면 훈련장과 주 경기장을 함께 개방해 리커브와 컴파운드 선수들이 교대로 오전, 오후를 나눠 훈련장과 주 경기장에서 각각 연습하도록 하는 것이 보통의 훈련 시스템이다.
그런데 다른 나라 컴파운드 선수들은 다 주 경기장에서 연습을 하는 시간에 한 국가의 선수들과 코치진만 훈련장으로 온 적이 있다. 본경기의 감을 익히기 위해서는 최대한 주 경기장에서 연습을 해야 할 텐데 훈련장에 온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 양궁협회 스태프가 "왜 이쪽으로 왔냐"고 묻자 코치진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스케줄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모든 선수는 본 경기를 하기 전에 주 경기장에서 활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그 날이 활 검사를 받는 날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코치진이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활 검사를 받지 않고 숙소에서 바로 훈련장으로 와 버렸으니,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활을 검사하는 시간은 이미 지난 상황! 부랴부랴 스태프들은 주 경기장 쪽으로 계속해서 연락했고, 자가용을 운전해 활을 싣고 주 경기장 쪽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런데 설상가상 개막식 관계로 월드컵경기장의 주변 모두 차량이 통제돼 큰 도로가 있는 데까지 빠져나가야만 나머지 선수들은 택시를 탈 수 있었다. 자원봉사자 한 명이 선수들과 함께 뛰기 시작했고, 택시를 태워 주 경기장까지 갈 수 있도록 도왔다. 결과는? 다행히 활 검사를 받고 경기에 참가할 수 있었다. 매우 급한 상황이었지만 분위기가 험악하게 흘러가지 않았던 건 발 빠르게 뛰어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원봉사, 한 번 더 OK?
△금메달을 딴 대한민국 선수들의 모습
며칠 동안 계속해 이른 시간이 일어나 밤늦게 잠드는 생활을 반복하니, 자원봉사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에는 피로가 쌓여 자원봉사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밥을 먹지 못할 만큼 아프기도 했다. 그런데도 다시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주저 없이 지원할 것이다.
평생 한 번 만나기 힘든 스포츠 스타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기회도 물론 좋았지만, 유창하지 않은 영어로도 외국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이 필요할 때 나를 가장 먼저 찾을 때의 희열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경기가 몇 개 남지 않아 주 경기장으로 이동했을 때, 훈련장에서 나를 봤던 선수들이 밝게 인사해줬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대회가 거듭될수록 피곤함에 끝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막상 대회의 막을 내리니 시원섭섭한 마음이 컸다. 12일간의 U대회는 나에게 대한민국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여 자랑스러웠던 대회이자, 선수를 비롯해 자원봉사자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행복했던 대회로 남았다.





글·사진 임보미(조선대 신문방송 3) 대학생 기자

온라인 에디터 (jobnjoy@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