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팬더] 음담패설,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

음담패설,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
“연구 결과 섹스 이야기를 나눈 남녀가 실제로 섹스를 하게 될 확률은 9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연애’가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이야깃거리라고 생각해. 뻔하잖아. 계속 같은 에피소드에 결론은 모두 상대 잘못이고.
그런데 이상하게 이런 이야기는 여자친구들과 있을 때 꼭 나오는 주제더라? 남자친구들과 있을 때는 신기하게 연애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어. 여자인 내가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 대신 수위가 높은 대화를 나누곤 해. 음담패설이랄까? 말하자면 19금 토크.
이야기하는 나나, 듣는 친구들이나 모두 들뜨고 재밌어 해서 그런지 술자리에서는 꼭 야한 주제가 나와. 그런데 어느 날, 정말 친한 친구가 단 둘이 있을 때 그러더라. 위험하니 그런 이야기는 그만하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떴어.
‘듣기 싫어서’도 아니고 ‘위험해서’ 하지 말라니. 무슨 생뚱맞은 소리야?
진단을 내리자면 이렇다. 위험도 ‘매우 높음’. 아무리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라도 성은 함부로 꺼낼 주제가 아니다. 특히 술자리 안줏거리라면.
물론 ‘성’은 인류 공통의 관심사이기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제격이다. 때문에 어떤 이들은 분위기를 풀어야 할 때,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대화를 나눠야 할 때 어김없이 섹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하지만, 음담패설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많다. ‘음탕한 이야기와 도리에 벗어나는 상스러운 말’이라는 뜻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상스럽지 않더라도 성과 관련된 주제의 이야기를 ‘음담패설’이라고 하는데, 용어야 어찌 됐든 성을 주제로 한 대화는 쉽게 생각해선 안 될 일이다. 설령 상대가 어렸을 때 목욕탕에서 만나던 막역한 이성친구라 할지라도 말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정도와 상관없이 상대방이 불쾌하고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사람마다 성에 대한 가치관에 차이가 있다. 어떤 이는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이는 꼭꼭 숨겨두고 자신만의 이야기로 남겨두길 바란다.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라는 착각이 분위기를, 또 친구 관계를 냉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막역한 사이일수록 더욱 더.
둘째, ‘쿨한 여자’가 아닌 ‘쉬운 여자’가 될 수 있다는 것. 우리의 대화 방식을 살펴보자. 공통의 주제가 던져졌을 때 보통은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말한다. 섹스를 주제로, 게다가 대화를 주도하자면 자신의 성에 대한 가치관을 거침없이 드러낼 터다. ‘당당하고 섹시해 보이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한두 번이라면 괜찮지만 반복해서 섹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칫 상대가 ‘섹스에 생각이 열린 친구’ 또는 ‘섹스가 쉬운 친구’라며 ‘내가 하자고 해도 거부감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이는 남자의 엉큼함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여자의 잘못이 크다. 왜 흘려, 흘리긴!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니 함부로 섹스에 대해 감정을 담아 이야기하지 말자.
성을 주제로 한 대화가 잘못이라는 뜻이 아니다. 때와 장소를 가려 '적당히'하라는 말이다. 이성으로 보이고 싶은 이를 유혹하거나 남자친구와의 끈적한 분위기를 위해 꺼내는 게 아니라면 생각, 또 생각하고 내뱉을 것!





낭만팬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는 야담부터 나눈다는 성진보주의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은밀한 고민을 의심 없이 털어놓아도 좋을 상대다. 단언컨대 공감능력 갑(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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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팬더 skdwk_@naver.com일러스트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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