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주한 외국 관광청 소장 김빛남

‘28세 최연소 소장’에서 ‘세이셸의 딸’로 거듭나다
김빛남1981년생가천대 관광경영학 졸업·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재학2005~2007년 PNG코퍼레이션 해외영업부2007년~현재 세이셸관광청 한국사무소장(2013년 1월부터 한국·일본사무소로 승격)2012년~현재 레위니옹관광청 한국사무소 실장
인도양에 있는 섬나라 세이셸 공화국. ‘지상 최후의 낙원’으로 불리며 유럽 및 중동의 부호들에게 사랑받는 휴양지이지만 우리에겐 낯선 나라다. 한국에 생소한 세이셸을 알리고 나아가 세이셸에 한국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는 이가 있다. 28세에 ‘최연소’ 타이틀을 달고 낯선 섬나라의 주한 관광청 소장으로 임명된 김빛남 씨. 세이셸을 향한 넘치는 애정 덕에 자타공인 ‘세이셸의 딸’이라 불리는 그녀. 세이셸 출장에서 갓 돌아온 그녀를 만났다.
학과 교수님의 뜻밖의 제안 ‘막연한 꿈이 현실이 되다’
“올해만 네 번째 세이셸을 방문했는데 갈 때마다 새로워요. 드넓은 해변, 거대한 나무와 산, 화강암 사이사이 있는 집, 일 년 내내 피는 화려한 꽃까지 세이셸의 경관은 한 폭의 그림 같아요. 처음 세이셸에 갔을 때 푸른 바다와 백사장이 좋았는데 비 오는 날은 운치가 있어서 좋고 흐린 날엔 높은 산허리에 낀 구름이 아름다워요. 또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많은 것도 세이셸의 매력이죠. 업무상 세이셸을 방문했는데 집에 초대받아 밥을 얻어먹는 일이 다반사에요.”
“매년 열 번 가까이 세이셸 출장을 가는데, 지겹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김빛남(34) 소장은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말 한마디마다 세이셸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그야말로 ‘세이셸의 딸’이라는 별명이 제격인 그녀. 그녀는 어떻게 한국에 세이셸의 매력을 알리는 ‘문화 전도사’의 길을 걷게 됐을까.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열매로 알려진 야자수 열매 '코코드메르'를 들고 있는 김빛남 소장. 코코드메르는 여성의 엉덩이를 닮은 일명 '여자 열매'와 남성의 성기 모양을 닮은 '남자 열매'가 있으며, 세이셸에서만 약 4000그루가 자라 세이셸의 명물로 손꼽힌다.
그녀는 대학시절부터 차근차근 역량을 쌓은 케이스다. 국제적인 업무에 종사하고 싶어 관광경영학과에 진학한 그녀는 전공 수업을 충실하게 듣는 동시에 영어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학기 중에 중국 북경의 어언대학교 중급과정을 이수하는 등 글로벌한 인재가 되기 위한 별도의 노력도 잊지 않았다. 이에 졸업 후 무역회사의 해외영업 파트에 어려움 없이 취업했다.
“외국인과 교류하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관광분야의 지식과 언어 능력을 키웠고 무역회사에 입사했죠. 하지만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가지 업무만 하다 보니 갈증이 생겼어요. 여러 국적의 사람들과 만나 소통하면서 한국과 외국을 문화적으로 잇는 포괄적인 일을 꿈꾸게 됐죠.”
그렇게 새로운 일을 갈망하던 찰나 그녀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 대학 당시 그녀의 전공 교수였던 現세이셸 공화국 명예총영사(2006년 임명) 정동창 씨가 함께 세이셸 관광청 업무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한 것.
“교수님은 관광 마케팅과 스포츠관광 분야를 가르쳤는데, 해당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성실하게 수업을 듣고 교수님을 많이 따랐어요. 교수님이 함께 일을 하자는 제안을 해 굉장히 감사했죠. 관광청 업무는 관광뿐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등 포괄적인 부분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일이에요. 따라서 제겐 정말 큰 기회였고, 회사를 다니며 생긴 갈증이 풀린 기분이었어요. 당시 세이셸이라는 지역이 많이 생소했기에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배워야 했지만 열정을 가지고 도전해보기로 마음을 잡고 퇴사를 결심했죠.”
최연소 타이틀, 나를 채찍질 하는 계기
학과 교수였던 정 영사와 업무를 시작한 2007년, 그녀의 나이 27세. 일 년 뒤 세이셸 관광청 한국사무소를 대표하는 소장 직함을 달았다. 한국에 진출한 주한 외국 관광청은 60여 곳으로 최소 10년 넘게 경력을 쌓은 이들이 소장으로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 28세 관광청 소장은 이례적이었다.
“앞으로 열심히 할 것이라고 믿고 저를 소장으로 임명했다고 생각해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공부하고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죠.”
인터뷰 내내 밝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 그녀지만 당시에는 최연소 소장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과 주변의 관심에 속병을 앓았다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공부와 노력뿐이었다.

“최연소 타이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실망이 크니까요. 경력이 쟁쟁한 사람들 속에서 ‘최연소 관광청 소장’이라는 자리가 부담돼 업계 사람들을 만날 때 나이를 밝히지 않았어요. 20대의 패기는 가득했지만 연륜을 통해 쌓인 노하우는 이론적인 공부로 배울 수 없었죠. 제 위치에 당당하려면 노력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고, 업계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공부했어요. 최연소 타이틀을 달고 현실에 안주하면 오히려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에 배우고 또 배웠어요.”
한국-세이셸 ‘문화 전도사’…지난해 1500명 방문 쾌거
최연소 타이틀에 얽매이지 않고 성실한 자세로 길을 개척해 온 그녀. 그녀는 절대 쉬운 길로 가는 법이 없었다. 세이셸이라는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인 한국에서 세이셸을 알리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거의 백지 상태에서 세이셸을 알려야 해서 막막했어요. 기존의 홍보 방식을 똑같이 따른다면 세이셸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세이셸을 기억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이에 맞는 독특한 콘셉트를 개발하려고 했죠. 한강 요트클럽에서 요트를 타며 즐기는 연말 파티, 시내의 크레올 레스토랑에서의 기자간담회 등 서울에서 세이셸을 접할 수 있는 재밌는 아이디어를 많이 시도해요.”
악바리 정신으로 무장한 그녀와 든든한 지원군인 정 영사가 발로 뛴 결과 10년 전만 해도 연간 한국인 방문객 20명에 불과했던 세이셸은 지난해 1500명의 한국인이 찾았다.
“한국인 방문객이 1000명을 찍었을 때 굉장히 감격스러웠죠. 인기에 힘입어 내년엔 한국과 세이셸 간 전세기도 계획 돼 있어요. 이를 발판 삼아 내년엔 2800명에서 3000명 정도의 한국인이 세이셸을 찾는 것이 목표에요.”
김빛남 소장은 지난 2013년, 세이셸 여행 팁과 세이셸의 매력을 담은 저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세이셸>을 출간했다.
성과를 이뤘지만 그녀는 안주하지 않고 이제는 역으로 세이셸에 한국을 알리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세이셸 현지에서 사물놀이 클래식 음악공연, 한복 패션쇼 등 문화교류 행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성공적.
“한국인이 세이셸을 잘 모르듯 세이셸 국민도 한국을 잘 몰라요. 업무를 하다 보니 세이셸에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를 알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문화행사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다보니 현지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제가 처음 세이셸을 방문했을 때만해도 삼성, LG 등 한국 브랜드 제품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세이셸에서 전자제품은 삼성과 LG, 자동차는 현대기아차가 시장 점유율 1위라고 해요. 앞으로 케이팝이나 난타, 비보잉 등 역동적인 문화를 알리고 또 세이셸 로케의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하는 등 다양한 기획을 통해 한국과 세이셸이 여러 분야에서 교류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끝없는 자기개발…“제한 두지 말고 다방면에 관심 갖길”
어느덧 세이셸 관광청 업무 9년 차에 접어든 그녀. 어느 정도 일이 손에 익어 나태해질 법도 한데 그녀는 지난해부터 정 영사의 후원 하에 연세대 MBA과정을 밟고 있다.
“업무와 학업을 병행하다보니 지칠 때도 있지만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움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공부하게 돼요. 삶의 목표가 뚜렷하면 많은 부분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어요.”
꿈을 향해 성실한 자세로 한 걸음씩 나아가다보니 기회가 주어졌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 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그녀. 그녀는 사회생활을 앞둔 이들에게 ‘여러 분야에 두루 관심을 갖길 바란다’는 조언을 했다.
“작지만 빛나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어요. 따라서 내 자신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자기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기회는 반드시 생겨요. 또 작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매사에 예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해요. 저 역시 학창시절에 성실하게 학업에 임했던 모습을 보고 교수님이 기회를 주신 거잖아요. 평소 생활 관리가 자기의 커리어가 될 수 있어요.”
세이셸 공화국(Seychelles)위치: 아프리카 동부, 마다가스카르와 모리셔스의 북쪽 인도양에 위치수도: 빅토리아언어: 세이셸 크레올어, 프랑스어(공용어는 영어)인구: 8만5000명 GDP: 14억 달러(1인당 14,500달러)통화: 세이셸 루피(1루피=한화 120~125원. 달러, 유로 통용)기온: 연평균 26~27℃사진=구글 지도
장구슬 기자 guseul@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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