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잃어가는 한국 청년..진취적·개방적인 중국 20대

우리나라와 글로벌 소비 강국으로 부상 중인 중국, 양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인 20대 청년층의 가치관은 어떻게 다를까. LG경제연구원이 8일 기성세대와 다른 가치관과 생활습관으로 주목받는 중국의 20대와 한국의 20대의 가치관을 비교 분석 ‘북경 상해 서울 20대의 가치관 비교’ 보고서를 발간했다. ‘주링허우(九零後)’라고 불리는 중국의 20대는 한국의 젊은이들보다 진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의 청년들은 소극적이고 비판적인 성향을 보였다. 한국 청년들이 저성장과 취업난의 악재를 겪으며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지고 자신감을 잃었다는 지적이 있다.
낙관적 미래 꿈꾸지만 현실은 ‘암울’
20대는 다른 세대보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미래는 희망적이다’라고 답한 20대의 비중은 한국 81%, 중국 85%였다. 한국 전체 응답자의 65%만이 ‘미래는 희망적이다’라고 답한 데 비해 한국 청년들의 답변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주링허우’들과 한국의 청년들 간의 기대감은 차이가 났다. 중국의 주요 도시 북경과 상해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답변에 비해 서울 청년들은 77%만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삶에 대한 만족도에 대한 답변에서도 양국의 가치관은 달랐다. ‘도전과 기회로 가득 찬 삶이 바람직하다’라는 물음에 중국은 60%, 한국은 51%로, ‘삶에 대한 긍정적 인식’ 역시 중국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삶에 대한 만족도, 미래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를 보여주는 응답 ('그렇다'고 답한 비율, 단위 %) 자료=LG경제연구원, 글로벌 종합사회조사(GSS)
한국 20대들의 비관적인 인식은 ‘개방에 대한 인식’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세계화에 따른 사람과 자본의 이동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 비중이 중국은 76%인 반명, 한국은 44%만이 응답했다.
‘세계화가 경제에 도움된다’는 항목에서도 한국 젊은이들은 69%, 중국은 88%가 공감해 세계화와 개방이 ‘취업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인식을 갖고 있는 한국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또한 ‘갈등을 빚더라도 자국 이익을 우선시 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중국은 84%, 한국 52%로 중국이 한국을 훨씬 앞섰다.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국과 상대적으로 성장 추세가 둔화되고 있는 한국, 양국의 상이한 상황이 젊은이들의 인식 차이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중국의 주링허우 세대는 외동으로 자라며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렸기 때문에 도전정신이 강하고 진취적인 성향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韓, ‘사회 갈등’ 심각…이웃에 대한 관심도 ‘뚝’
한국 청년들은 자신의 상황뿐 아니라 사회적인 불평등과 집단 갈등에 대한 관심이 높고,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사회 계층 간에 소득 격차가 너무 크다’는 문항에 한국과 중국 청년 응답자의 92%가 동의,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답변도 중국 20대 78%, 한국 20대 79%로 유사해 중국과 한국 20대 모두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하지만 세부적인 인식 차이와 복지에 대한 시각은 달랐다. ‘부유층과 빈곤층 갈등이 심각하다’는 대답에 한국은 86%, 중국 72%였으며, ‘노사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중도 한국 95%, 중국은 55%였다. 또한 ‘정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는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문항에 대해서는 중국 20대의 50%가 동의한 반면 한국 20대는 10%만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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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년들은 주변 사람에 대한 신뢰와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렇다'고 답한 비율, 단위 %) 자료=LG경제연구원, 글로벌 종합사회조사(GSS)
상대적으로 현실을 비관적으로 인식하는 한국 젊은이들은 주변 사람에 대한 신뢰는 낮았고, 이웃에 대한 무관심은 높았다. ‘다른 사람을 신뢰할 수 있다’ ‘이웃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웃에 도움을 주겠다’ 등의 집단의식·사회적 관계와 관련한 물음에 긍정적으로 응답한 한국 20대의 비중은 중국 응답자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부모의 재력=자신의 성공’
양국 젊은이의 성향은 달랐지만 동일한 부분도 있었다.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 ‘부모의 재력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세계 27개국 중 중국 20대가 1위(86%), 한국 20대가 3위(81%)를 기록한 것.
한국과 중국의 20대는 인생에 성공하기 위해 '부모의 재력이 중요하다'고 답한 비중이 높았다 ('그렇다'고 답한 비율, 단위 %) 자료=LG경제연구원, 글로벌 종합사회조사(GSS)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양국의 20대는 공통적으로 개인의 ‘노력’(중국 97%, 한국 98%)과 ‘야망’(중국 97%, 한국 96%)이라고 응답했다. ‘부모의 재력’이라는 응답도 많았는데, 전 세계 27개국 중 중국 20대가 1위(86%), 한국 20대가 3위(81%)를 기록했다. 양국 간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요인은 ‘부모의 학력’(중국 94%, 한국 65%)과 ‘정치적 인맥’(중국 83%, 한국 66%)이었다. 인생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신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재력과 같은 환경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인식은 양국이 공통적이었다.
장구슬 기자 guseul@hankyung.com자료 LG경제연구원, 글로벌 종합사회조사(G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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