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위한 밥 한끼 ‘십시일밥’ …건대생 아름다운 알바 진행

봉사활동 중인 건국대 십시일밥 학생들. 사진 왼쪽부터 김혜정(경영학과, 21), 김소정(물리학부, 21), 이성희(수의학과, 26), 최동규(지리학과, 23), 권오찬(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25) 씨. 사진제공=건국대
지난 6월 중순 건국대 학생식당에서는 기말고사 준비를 하다 식사를 하러 온 학생들과는 달리 앞치마를 두르고 국을 뜨고, 식판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하는 학생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이들 학생들은 학생식당에서 배식, 홀 정리, 식기 세척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이를 통해 받은 기부금을 통해 형편이 어려운 교내 학생들에 학생식당 식권으로 전달하는 프로젝트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 이름은 여러 사람이 작은 힘을 보탠다는 뜻의 ‘십시일반(十匙一飯)’ 서 따온 ‘십시일밥’이다. 건국대 학생들은 매주 자신의 빈 강의 시간(공강(空講)) 1시간을 투자해 학생식당에서 일하고, 일한 만큼 식권을 받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건국대에서는 식권 대신 기부금의 형태로 아르바이트 비용을 받아 이를 다시 식권으로 구입해 전달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건국대에 도입한 손동진(체육교육 3) 씨는 “대부분 의미 없이 쓰게 되는 공강 1시간을 내 친구를 위해서 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며 “식권을 받는 사람이 누가 됐든 우리의 봉사로 한 끼 식사를 맛있게 먹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건국대 십시일밥 프로젝트에는 지난해 7명을 시작으로 2015년 1학기 중간고사 이전에는 34명의 학생이 참여했고, 중간고사 이후로는 33명의 학생이 함께했다.
손 씨는 “지금도 계속해서 함께하고 싶다는 문의가 오는데 이번 기수 활동이 끝났기 때문에 다음 기수에 신청해달라고 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 십시일밥은 1학기동안 아르바이트를 통해 3천원짜리 식권 480장을 모았다. 이성희(수의학과 3) 씨는 “처음 목표했던 금액과 비슷한 정도의 식권을 확보 할 수 있었다”며 “다음 학기부터는 좀 더 체계적인 활동을 통해 식권의 양을 늘려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학기동안 모은 식권은 학교 행정기관과 협의를 통해 지난 5월말과 6월 19일 등 두 차례에 걸쳐 식권이 필요한 학생 48명에게 각각 10장씩 나눠줬다. 손 씨는 “아직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많지 않은 양이지만, 체계가 잡히고 활동 범위를 넓혀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씨 등 십시일밥 운영진은 처음 건국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사비를 털어 포스터를 만들고, 현수막을 제작하며 홍보에 나섰다. 손 씨는 “전혀 갖춰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진행하다보니 시간부터 돈까지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봉사라는 목표아래 같이 모인 친구들과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식기세척부터 시작한 봉사활동은 어느새 배식과 홀 정리까지 영역을 넓혔다. 한 학기에 약 30~40명이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십시일밥 봉사학생들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봉사 학생들은 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건국대 학생식당 임수진 매니저는 “봉사활동을 하는 취지가 굉장히 좋기 때문에 학생식당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가면서 봉사활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에서 시작돼 국내 대학가에 확산되고 있는 십시일밥은 지난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회적 기업가를 지원하기 위해 개최된 ‘2014 소셜벤처경연대회’에서 일반 아이디어부문 대상에 올라 고용노동부 장관상과 상금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건국대, 한양대 등 7개 대학교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누적 활동 인원이 500명을 넘겼다.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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