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 레드오션과 퍼플오션은 한 끗 차이

레드오션과 퍼플오션은 한 끗 차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승부하라!
혁신형 창업이 아닌 단순히 생계를 위해 창업에 뛰어드는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를 두고 ‘도전하지 않는 청년’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창업에 뛰어든 청년들 역시 기존 사업 아이템에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1’을 더해 레드오션을 ‘퍼플오션’으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지난 5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청년창업에 대한 인식과 개선과제’에서 ‘창업을 고려해 봤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25.3%, ‘적극적으로 고려해봤다’는 응답이 6.3%로 3명 중 1명이 창업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아이템에 대한 질문에는 신사업 위주의 ‘혁신형 창업’보다 ‘생계형 창업’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응답자의 48.7%가 정부·지자체 등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는 IT 기반 창업보다 ‘외식업·소매업 등 일반 서비스업’을 선호한다고 답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의 설문 결과도 마찬가지다. 2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년들의 희망 창업 아이템은 ‘카페·커피전문점(27.9%)’이 가장 많았으며, ‘고깃집·치킨집 등 일반음식점’이 17.8%로 뒤를 이었다. 반면 ‘IT사업’이나 ‘앱 개발’은 각각 5%, 4.8%에 불과했다.
어려운 창업 환경 탓에 도전 꺼리는 청년들 ‘레드오션’이라고 알려진 창업 아이템에 50%에 육박하는 청년들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쪽에서는 특별한 기술·지식 없이 비교적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라며, ‘도전정신이 사라진 청년창업’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생계형 창업에 집중하는 청년들에게만 탓을 돌릴 순 없다.
청년들이 신사업에 도전하지 않고 안정적 사업에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창업자금’ 때문이다. 앞선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50.7%가 창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창업자금 부족 및 초기 운영자금 확보’를 꼽았으며, 창업 실패 후 가장 우려되는 것으로도 43.4%가 ‘신용불량 등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재기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감 상실’이라는 응답자도 14.3%였다.
경험·자본·인적 네트워크 등 창업에 필요한 요소들이 부족한 청년들의 창업은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청년일자리 해결의 답이 ‘창업’이라고 외치기만 할 뿐, 정작 창업 실패에 따르는 부담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지원책이나 시스템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창업을 생각하더라도 소위 ‘대박창업’을 이뤄냈다는 레드오션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창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부정적 시각도 청년창업을 가로막는 요인. 앞서 대한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 결과 창업에 대한 사회의 시각이 ‘부정적’이라는 응답자가 59%에 달했다.
지난해 한국무역협회에서 발간한 ‘청년창업가가 말하는 대학 창업의 애로사항’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복잡한 관련 제도’도 창업을 어렵게 한다. 정부나 지자체, 각 대학에서는 다양한 창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경험이나 사업에 관한 지식이 부족한 청년들로서는 해당 제도를 활용해 지원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제도별 지원 절차도 제각각이어서 혼란스럽다는 의견이다.
엄청난 기술·지식보다 소중한 ‘플러스 1’ 미숙한 창업환경에서 청년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소규모·소자본 창업이 안정적이지만 레드오션이어서 망설여진다면, 기존의 아이템을 신선한 아이템으로 만드는 ‘숨은 1인치’를 찾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노숙자들을 위해 종이옷걸이를 만들고 광고를 유치한 ‘두손컴퍼니’, 서울 북촌골목에서 열심히 인력거를 끌며 관광상품으로 거듭난 ‘아띠인력거’ 등은 첨단 기술이나 전문 지식을 활용한 사업은 아니다. 기존의 상품에 ‘플러스 1’을 한 결과다. 레드오션과 블루오션 사이의 ‘퍼플오션’은 이처럼 한 끗 차이다.
창업에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최종 창업의 키는 청년들이 쥐어야 한다. 창업전문가를 비롯한 창업 경험자들은 ‘취업 대신 창업’이라는 말에 손을 내 저으며 “취업 대신이 창업일 수는 없다”며 “취업과 창업은 상호보완적 관계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취업에 도전했으나 여의치 않아서, 또는 취업해보니 적성과 맞지 않는다며 무턱대고 창업에 뛰어드는 청년들에게 전하는 조언이기도 하다.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의 설문 결과를 살펴보면 ‘창업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로 ‘직장생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울 것 같아서(37%)’ ‘취업하기가 너무 힘들어서(7.7%)’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18.9%)’ 등 막연한 선택이 적지 않았다.



글 김은진 기자 skysung8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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