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없는 평생직장 '한국어교사'

정년없는 평생직장 '한국어교사'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교사.’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국어교사가 될 수 있는 걸까? 한국어교사가 하는 일에서부터 자격증 준비 과정까지. 정년이 없어 평생직장으로 불리는 한국어교사에 대해 알아봤다.


한국어교사는 어떤 직업? “국어교사도 한국어를 가르치잖아?”라고 묻는다면 답은 당연히 “그렇다”. 한국어교사와 마찬가지로 국어교사도 한국어를 가르친다. 두 직업의 차이는 가르치는 대상이 다르다는 점. 한국어교사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 굳이 ‘외국인’이 아닌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칭한 이유는 외국인부터 해외로 입양된 한국인까지,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의 범위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 거주하거나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제는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으로 불러야 할 이들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한국어를 교육하고, 필요에 따라 한국문화를 알려주는 것이 한국어교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한국어교사의 활동무대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다. 한국어교원자격증을 취득한 후 국내외 대학 및 대학 부설기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수업이 개설된 국내외 초·중·고등학교, 해외 진출 기업체 및 국내외 정부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활동할 수 있다. 해외에 파견된 한국어 교사는 외국인뿐 아니라 교포와 해외입양인을 대상으로 수업을 열어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국어교사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는 없다.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가 곧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다’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국어교사는 한국어를 ‘의식해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던 한국어를 학습자의 학습목적과 동기, 학생 개인의 특징에 맞게 사용하여 가르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어에 대한 객관적 이해가 필요하다. 한국어의 발음과 음운규칙, 어휘와 화법 등 기본 지식은 물론, 다른 언어와 관계 속에서 한국어가 차지하는 위치와 특징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평생 한국어를 써온 한국인이 한국어를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국어를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서 가르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외국어를 배워본 경험이 있다면 금상첨화. 학습자의 입장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학습자와 원활한 소통과 효율적 수업 진행에 도움이 된다.
국내에서 활동하든 해외에 파견을 나가든 한국어교사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을 만난다. 좋은 교수법을 터득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과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을 가르치기보다 이해하고 함께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가져야 좋은 한국어교사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한국어교사가 되려면? 한국어교사가 되려면 ‘한국어교원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2005년 7월 28일 '국어기본법 시행령'이 시행되면서 국가가 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법적으로 한국어교원 자격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한국어교원 자격제도는 1·2·3급으로 나뉜다. 숫자가 낮을수록 높은 등급을 의미하며, 정해진 절차에 따라 승급이 가능하다.
한국어교원 3급 자격증을 받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 분야를 부전공으로 하여 '국어기본법 시행령'에서 정한 영역별 필수이수학점(21학점)을 취득하는 방법이다. 둘째, 대학·민간·공공기관 등이 운영하는 단기양성기관의 한국어교원양성과정(120시간)을 이수한 후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에 합격하는 방법이다.
2급을 취득할 수 있는 방법도 두 가지가 있다. 우선, 대학이나 대학원 등에서 학위를 취득하는 방법이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 분야를 주전공 또는 복수전공으로 선택하여 '국어기본법 시행령' 에서 정한 영역별 필수이수학점(45학점)을 취득한 후, 학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하면 된다. 사이버 대학이나 학점은행제를 이용해 온라인으로도 학위를 취득하여 2급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세종사이버대학교는 최근 한국어학과를 신설해 한국어 교육 및 한국 문화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승급을 통한 방법이다. 한국어교원 3급 자격을 취득한 후 '국어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고시된 기관에서 일정기간 경력을 쌓으면 된다. 한국어교육을 부전공으로 하여 3급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자격 취득일로부터 3년 이상의 강의 기간과 1,200시간 이상의 강의 시간이, 부전공 외에 3급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자격 취득일로부터 5년 이상의 강의 기간과 2,000시간 이상의 강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어교원 1급 자격증은 오직 승급을 통해서만 취득이 가능하다. 한국어교원 2급 자격을 취득한 후 '국어기본법 시행령' 에 따라 고시된 기관에서 자격 취득일로부터 5년 이상의 강의 경력과 2,000시간 이상의 강의 시수가 필요하다.
예비 한국어교사에게 필요한 책 <한국어교육입문-교육현장편> | 한국어교육이 궁금하다면 한국어교사 준비과정부터 교육현장에 대한 조언까지 예비 한국어교사에게 필요한 지식을 담은 책이다. 선배 교사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가벼운 문체로 쉽게 읽을 수 있다. 저자의 경험이 담겨 더욱 실감난다.(이윤진·이은경 지음, 학지사)
<국화와 칼> | 문화에 대한 폭을 넓히려면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쓴 일본 연구서. 일본인의 사고와 행동 패턴을 바탕으로 일본문화를 분석했다. 한국어교사는 다국적 학생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각국의 문화를 파악해두는 것이 좋다. 대표적으로 <국가와 칼>은 일본학생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일본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루스 베네딕트 지음)

Mini Interview이은경(세종사이버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을 상대하는 만큼 도전하는 삶 살길”


Q.한국어교사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A.학창시절 꿈이 중·고등학교 선생님이었고 실제로 임용고시도 준비했다. 그러던 중 해외 교민 아이들에게 한국어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결국 한국어교육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십여 년간 해외에서 온 한국어 학습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왔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로서 전문적인 한국어 교사를 양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Q. 한국어교사, 레드오션인가 블루오션인가?
A.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기 바란다. 최근 한국어교원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기관이 증가해 국내에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의 경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전문 자격을 갖춘 한국어교사를 필요로 하는 기관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농촌지역은 한국어교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면 그곳이 바로 블루오션이다.


Q. 학생을 가르치며 보람을 느낀 적은?
A. 한국에 올 때 꿈도, 목표도 없던 학생들이 새로운 삶을 꿈꿀 때 보람을 느낀다. 학생 중에 30세인 일본 여학생이 있었다. 한국어에 대한 자신감이 낮아 자신의 수준보다 낮은 반으로 옮기겠다고 울기도 하고, 많이 방황했다. 나는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를 들어줬다. 결국 그 학생은 한국어과정을 잘 마치고 홍익대 패션디자인계열 학과에 진학했다. 여느 대학생처럼 활기찬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아 보기 좋다.
Q. 한국어교사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A.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던, 처음 가졌던 그 마음처럼 돈이나 성공보다 보람과 의미를 찾아가기 바란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다보면 돈과 명예는 따라올 것이다. 또 한 가지. 한국어교사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들을 상대한다. 새로운 언어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한국을 찾은 사람. 그러니 이에 맞게 모두가 가는 편한 길이 아니라 한국어 교육이 꼭 필요한 곳으로 눈을 돌려 자신도 도전하는 삶을 살기 바란다.

글 한선주 인턴기자 jour_cindy93@hankyung.com 도움말 이은경(세종사이버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국립국어원 <한국어교육입문-교육현장편>(이윤진·이은경 지음, 학지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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