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팬더] 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



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



친구들과 아무리 야한 이야기를 떠들어대도 밝히지 못한 한 가지가 있어. 가끔, 아니 자주 내가 야한 동영상을 본다는 사실이야. 호기심으로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왜 남자들이 밤새 야동을 보는지 느낄 정도로 자주 보는 것 같아. 이런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못하는 이유? 한 번 말했더니 “여자도 야동을 봐?”라며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더라고. 내가 비정상인 것 같아 더는 한마디도 못했어. 내가 이상한 거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볼 만하다. 남자들이 야동을 보기만 하던가? 영화에서도, 책에서도 야동을 보는 남자들은 눈과 손을 바삐 움직인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의 머릿속에는 ‘야동=자위’라는 공식이 생겨났고, 이런 공식을 여자에 대입하자니 여자가 자위를 한다는 사실이 일반적이지 않기에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게다가 야동을 남자들의 전유물로 여기는 탓에 영상 대부분이 ‘남성용(카메라 각도, 장소 등)’으로 제작돼 여자와 야동의 매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는 두 가지 오해가 있다.
첫째, 여자는 자위를 하지 않는다는 오해. 한 조사에 따르면 남자의 95%, 여자의 89%가 스스로 오르가슴에 오르게 한다고. 특히 여자의 22%는 매일, 48%는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자위를 한다. 둘째, 여자는 ‘야동’을 싫어한다는 오해. 보편적인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꽤 많은 여자가 야동을 찾아본다. 심지어 커플이 함께 보기도 할 정도.
오기 오가스는 저서 <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에서 남자는 보는 것과 만지는 것을, 여자는 읽는 것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다. 하지만 ‘경향’일 뿐이지, 여자나 남자나 성적 호기심과 욕구를 풀고자 한다는 면에서는 크게 다를 바 없다. 여자도 보는 것과 만지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의 힘으로 성적 욕구를 해결해야 할 때 시각적 자극만큼이나 효과 빠른 약(?)도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노골적으로 성적 자극만을 위해 만든 야동은 남녀 모두에게 최고의 촉진제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남자가 야동을 보면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여자가 야동을 보면 ‘이상한 것’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
단, 남녀 간에는 선호하는 야동 장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로맨스 읽는 여자’라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여자는 남녀의 관계가 흥분을 유발하는 요소지만, 남자는 관계보다 시각적인 것에 집중한다.
이를테면, 대체로 남자는 거금의 포인트를 내용과 상관없이 배우의 얼굴과 몸매에 투자하는 반면, 여자는 ‘마사지’ ‘기획물’ 등 애무 장면이나 남녀관계가 형성되는 스토리가 있는 영상을 찾는다. 똑같은 동영상을 봐도 ‘10초 앞으로’ 버튼을 누르는 타이밍이 다르다는 말이다.
야동만큼 취향을 타는 것도 없으니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말이다. 다만, 이런 경향은 남녀가 섹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하지만 남녀 모두 보는 것이라고 해서 누구나 봐야 하는 것도, 권할 만한 것도 아니다. 야동을 통해 성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으며, 불가능한 섹스에 대한 기대, 불필요한 기대를 하게 된다. 또한, 마약만큼이나 중독성이 강력해 심할 경우 야동에서 본 섹스에 대한 환상 탓에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매번 강조하지만, 무엇이든 적당히 해야 한다.






낭만팬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는 야담부터 나눈다는 성진보주의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은밀한 고민을 의심 없이 털어놓아도 좋을 상대다. 단언컨대 공감능력 갑(甲). 연애하다 부딪히는 난감한 상황과 고민을 skdwk_@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
낭만팬더가 함께 고민하고 해답을 드립니다.낭만팬더 skdwk_@naver.com일러스트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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