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취업센터장 "기업, 인문계 일정 비율 의무 채용해달라"

대학 취업센터장 "공기업 NCS 채용이 취업 사교육 부추겨"상반기 채용시장 특징은 '신입채용 축소, 인문계·여학생 취업난 심화, 직무역량 채용 강화'

대졸 공채시장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학생들의 취업을 돕는 각 대학 취업지원센터장들도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요즘 이들 취업센터장들의 고민과 생각은 뭘까.
취업센터장들은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기업들이 채용과 관련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대학에서 취업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대학생들에게 “직무경험이 없으면 취업이 거의 불가능한 시대”라며 “전과·복수전공 등으로 경험을 넓히고 졸업 후에도 꾸준히 직무 중심의 경력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경제신문은 대학에서 학생들의 취업을 지도하는 서울지역 주요 대학 취업센터장 8명을 대상으로 올 상반기 채용 시장에 대한 평가와 하반기 채용 시장 전망을 주제로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이번 인터뷰에는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이화여대, 아주대 취업센터장과 취업 담당 교수가 참여했다.

‘NCS 스펙’에 학교·학생 혼란 가중
취업센터장들은 공기업의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채용이 또하나의 사교육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NCS 채용이 올해 상반기 채용 시장의 핫이슈로 떠올랐지만 학교도 학생도 NCS를 몰라 결국 취업준비생들이 특강을 통해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원준 한국외대 경력개발센터장은 “상반기 NCS 기반 공기업 면접에 참여한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일반 기업 면접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며 “공기업 채용 문의가 많지만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 충분히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간기업에 대한 취업 지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민간기업이 직무역량 채용을 확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채용 기준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용 중앙대 인재개발원장은 “기업들은 자사가 원하는 직무별 역량과 업무내용을 자세히 공지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 탐방과 인턴십 등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아 이화여대 경력개발센터 원장도 “기업이 찾고 있는 인재상을 구체적으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며 “이화여대는 조만간 기업 인사들을 만나 ‘듣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삼성그룹의 직무적합성 평가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남원준 센터장은 “대학생들이 직무경험을 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경력직이 아닌 신입을 뽑으면서 직무에 대한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무적합성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박철균 아주대 사회진출센터장도 “취업은 대학생활을 통해 저절로 돼야 하는데, 따로 직무경험 준비를 하느라 자칫 학생들이 교과활동을 등한시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취업센터장들은 기업들에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채용을 늘려 달라고 호소했다. 이종구 경희대 취업진로지원처 연구실장은 “장기적으로 청년실업은 소비를 위축시켜 결국 기업에 부메랑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차원에서라도 채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용근 성균관대 인재개발팀장은 “인문계생을 일정 비율 의무채용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사회 진출 후에도 꾸준히 직무 커리어 쌓아야
취업센터장들은 대학생들에게 ‘인생 100세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더 멀리 넓게 보라”고 주문했다. 강민아 원장은 “젊은이들이 가진 능력이 필요한 곳이 생각보다 많다”며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충분히 고민한 뒤 이력서를 쓰라”고 당부했다.
김성수 한양대 커리어개발센터장은 “앞으로는 2~3개 직장이 필요하다”며 “주변 시선보다 사회 진출 후 자신의 커리어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원준 센터장도 “평생 직장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라며 “졸업 후 꾸준히 직무 중심의 커리어를 쌓는 사람이 긴 인생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을 위한 구체적인 조언도 나왔다. 박철균 센터장은 “직무경험 없이는 취업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자신의 전공이 미흡하다면 전과, 복수전공, 융복합 트랙을 밟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문계생들은 ‘기업의 꽃’이라 불리는 영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희석 서강대 취업지원팀장은 “구직의 첫걸음은 자기탐색을 통해 직무목표를 세우는 것”이라며 “차별화된 핵심 역량을 어필하기 위해서 각 직무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분석하고 경험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상반기 채용시장 특징 세 가지는…
유희석 팀장은 올 상반기 채용 시장의 특징을 ‘신입채용 축소·인문계-여학생 취업난 심화, 직무역량 채용 강화’ 등 세 가지를 꼽았다. 다른 취업센터장들도 비슷한 의견을 나타냈다. 김성수 센터장은 “지난해보다 청년취업이 더욱 위축됐다”며 “이공계는 전공지식, 인문계는 직무 역량이 입사를 좌우한다”고 진단했다.
이종구 실장은 “기업들이 직무역량을 강화하면서 출신 대학과 외국어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업의 직무 중심 채용에 대학들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양대는 지난해 현장실습지원센터를 별도로 설치해 학생들에게 현장실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인문계생의 취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강대는 데이터 통계분석력과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SW) 활용 능력 향상 과정을 도입했다. 한국외대는 특수 외국어 전공자에 대한 기업 수요가 많은 점에 착안, 글로벌 수출입 통상실무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해외 취업 설명회도 매년 열고 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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