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영하가 말하는 '우리가 책을 읽는 진짜 이유'

지난 6월 10일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김영하 작가와 함께하는 '북잼콘서트'가 열렸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린 '북잼콘서트'는 지난해 11월 '유시민의 현대사 콘서트' 이후 두 번째로 열리는 행사였다. 올해는 '읽는다는 것-우리가 책을 읽는 진짜 이유'를 주제로 <검은꽃><살인자 기억법><너의 목소리가 들려>등의 저자인 소설가 김영하가 함께했다.



북잼콘서트는 2시간 여에 걸쳐 2부로 진행됐다. 1부에서는 '독서의 괴로움 그리고 즐거움'이라는 주제로 책읽는 괴로움에 대한 김영하 작가의 강연이 진행됐으며, 2부에서는 김영하 작가와 팟캐스트 '책다방'의 진행자 김두식 교수가 함께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남이 읽으라는 책을 억지로 읽는 괴로움김영하 작가는 독서에 대해 “본질적으로 괴로운 일”이라며 강연의 운을 뗐다. 그는 “단계별, 기관별로 정해져있는 ‘권장도서’가 자발적 독서습관을 해치는 큰 원인"이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권장도서의 부정적인 측면을 설명했다.
"중학교 시절, 교장선생님의 권유로 학교 전체 아이들이 권장도서를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교장선생님의 권장도서 목록에는 키에르 케고르, 프란츠 카프카, 에히리 프롬 등 중학생 수준에 맞지 않는 책들이 가득이었죠. 독서를 좋아하는 나도 곤욕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는 덧붙여 아이들에게 고전만을 읽게하는 것을 지적했다. 아이들이 읽고 싶은 책을 읽게 하라는 것.
"아이들이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은 후에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어른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른들은 흔히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들로 구성된 권장도서를 아이들에게 읽히려하죠. 그러나 많은 고전이 부모들의 생각처럼 안전한 작품은 아닙니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왕을 죽이고 자살하는 내용의 <햄릿>이 과연 아이들에게 무조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까요? 권장도서를 무조건적으로 권장하는 사람은 본인도 읽지 않았을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책은 태생적으로 불온한 미디어다독서를 할 때 우리는 혼자가 된다. 책을 읽는 그 순간 우리는 문을 열고 자신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러니 이 상황에서 현실의 목소리가 들리면 상당히 불쾌해지기 마련이다. 오직 나만의 세계로 몰두하는 것에 방해가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영하 작가는 책을 읽으면서 일어나는 놀라운 두 가지 현상을 발견했다고 한다. 하나는 독서를 통해서 내가 아주 이상한 세상을 모험하고 있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것, 다른 하나는 도중에 끊기더라도 다시 여행의 도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남과 다른, 나만의 생각을 갖기 위해서, 그리고 일상에서 지칠 때 나를 돌보기 위해서 독서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약에 남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인터넷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즉, 그에 따르면 책은 태생적으로 개인적이고 불온한 미디어다. 때문에 재밌는 책도 남이 읽으라고 하면 그 매력이 떨어지는 법이다. 권장도서는 이러한 책의 불온함을 없앤다. 누구나 읽어야하고, 누구나 읽고 있다는 생각이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에 방해물로 나타나는 것이다. 책에 대한 토론도 없이 억지로 쓰는 독후감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환경에서 좋은 독서 습관이 생기기는 힘들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김영하 작가는 자신이 생각하는 독자에 대한 정의를 끝으로 1부의 강연을 끝냈다.
“독자란 독서를 통해 자기 자아가 분열되고 해체된 것임을 예감하면서도 용감하게 책장을 펼치는 자, 그 과정에서 비롯되는 괴로움과 싸우면서도 그것을 즐기는 존재입니다.”

2부는 편안한 분위기의 자리가 마련되어 진행자의 질문을 김영하 작가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장내에 청중들은 작가의 말에 웃기도 하고,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질문은 먼저 준비되었던 내용과 사전에 청중들의 질문 중 추린것으로 이어졌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소수이고, 앞으로 더욱 소수가 될 것이라는 작가는 자신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기자 후기 평소 좋아하던 작가인 김영하이기 때문에 시험기간이라는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 강연을 들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독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하는 동안은 그 영향으로 타인과 다른 자아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의 연속일 것입니다. 작가의 삶 속에서 독서라는 경험이 어떤 영향들을 끼쳤는지를 엿보며, 독서가 주는 즐거움을 느끼고, 작가 김영하에 대한 더 큰 이해를 할 수 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글 백승윤 (가천대 한국어문학과 3)·서영식(상명대 경영 2) 대학생 기자 사진 제공 인터파크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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