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몰아치는 칼바람 ‘대학구조조정’

[이슈체크] 대학가에 몰아치는 칼바람 ‘대학구조조정’
2014년 12월 23일 교육부는 2023년까지 대학의 정원을 16만 명까지 줄이겠다는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교육부는 각 대학을 평가한 후 다섯 등급으로 분류한다. 문제는 이 평가에서 타 항목에 비해 취업률의 비중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졸업생 취업률 등이 떨어지는 인문학이나 예술분야가 주로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면서 대학의 인문학·기초학문이 고사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앙대학교는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가 함께 대 토론회를 개최 학사구조조정을 반대하고 있다. 건국대학교는 약 2300명이 참여한 학생총회를 개최하고, 학생들이 행정관을 점거하는 등 학사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이번 학사구조조정에 대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학사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 대학교와 그렇지 않은 대학교의 학생들을 만났다.
지난 4월 2일 열린 건국대학교 학생총회. 약 2,300명의 학생들이 모여 학과통폐합에 대한 반대의견을 표했다. 인터뷰 결과, 학생들은 크게 3가지를 두고 분노했다. 첫 번째는 학사구조조정의 잣대가 ‘취업률’이 되어 대학의 본질이 흐려진다는 것, 두 번째는 학과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통·폐합을 실행했다는 것, 세 번째는 구조조정이 되는 과정에서의 의사소통 단절이었다.
지난 4월 13일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Q : 학사구조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승주(건국대학교 영화과 비상대책위원장)

영화과에 다니면서, 매 학기 500만원 가량의 등록금을 내왔다. ?그러나 이번 학사 구조조정 과정을 통해, 학교의 주체가 학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학사개편에 대해, 학교가 거의 절대적 재량권을 가지고 있었다. ?학생의 등록금으로 돌아가는 학교에서 일방적인 학사개편이 일어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학사운영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게다가 학교는 구조조정 이후 학과 평가제까지 실시한다고 한다. ?학사 구조조정은 결국 학교별 경쟁을 넘어서 단과대와 단과대, 학과와 학과끼리의 경쟁까지도 유발할 것이다. ?마치 서바이벌처럼 경쟁에 살아남는 몇몇 학과만 살아남고, 경쟁에서 도태되는 학과는 또 다시 학과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대학생들의 공감이 필요한 순간이다.
박병찬(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케이션 3)

정부의 차원에서 보면 교수와 학생보다, 사학재단을 위한 정책인 것 같다. 퇴출된 대학의 학생들에 대한 대책은 전혀 마련되지 못했다. 매우 부족하다. 학교 차원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학교가 학생들을 의논할 대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4월 2일 약 2300명(전체 학생의 10%가 넘는 인원)이 ‘학과 통폐합에 반대한다.’ 라고 의결한 안건을 전달했는데도 불구하고, 학교 당국은 형식적 답변만 제시할 뿐 대화 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학생총회가 열린 지 일주일도 지난 4월 13일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학생들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는 여전히 학교 당국과 학생들의 소통이 부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동재(서울예술대학교 방송영상과 3)

주인이 누군지 모르는 학교가 학사구조조정의 원인이었고, 학생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태도에 화가 났다. 학생은 알권리를 가지고 있는 학교의 주인이다. 학교는 그것에 대한 사과와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다니는 학과는 방송영상과로서, 엄연히 영화와 디지털 아트와는 배우는 것이 다르다. 그러나 단순히 ‘영상’이라는 공통된 이유가 있다는 것으로 ‘영상학부’로 통합을 시켜놓으니 방송영상에 대한 자세한 커리큘럼을 배울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섞이지 않는 것을 섞으려다보면 어디선가 오류는 날 것이고, 어울리지 않는 융합은 반대의 효과가 날것으로 보인다.

김다혜(서울예술대학교 디지털아트과 3)

디지털아트과는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와 인터랙티브 전공으로 나뉜다.[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 전공은 수학과 물리학을 기초로 하여 미적이며 철학적인 예술 표현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제작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탄탄한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인터랙티브 아트]전공은 과학·기술에 대한 인문학적이며 체험적이고 감성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예술적인 시각에서 기술을 체험하고 익힐 수 있는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성향을 공부한 학생들이 함께 어디로 치우치지 않고 공동으로 작업을 함으로써 과학기술과 예술을 융합하여 새로은 장르의 예술작품을 만들어 내는 곳이 디지털아트과다.
그러나 이번 학부제에서 디지털아트라는 과의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인터렉티브아트와 더욱 밀접한 학부에 속하다 보니 전부터 이어져 오던 수평적 관계가 깨질 위험이 있으며, 혹여 영상학부내에서 제일 이질감이 큰(관련이 없다고도 느낄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와 관련된 수업이 등한시 되어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커리큘럼이 무너지거나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 전공이 사라질 위험을 염려한다.

<타대학 학생들의 의견>
안혜민(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영어영문학과 4)

사실 대학구조조정은 교육부에서도 어쩔 수 없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대학교정원이 고교졸업생들의 숫자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개혁을 통한 과들의 통폐합은 교육부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대학평가라는 잣대를 양적인 평가로서 취업률로 대학서열을 매기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다. 현재 통폐합위기에 처한 대부분의 학과들이 순수문학계열이나 예술학과들인데 이러한 학과들은 질적인 평가를 잣대로 해야 하지 양적인 평가로서 취업률의 높고 낮음으로 평가해서는 기준이 옳지 못하다. 궁극적인 대학의 목표는 학생들에게 취업을 위한 필수코스이기 보다는 여러 가지 학문을 배워서 자신의 안목과 견해를 넓혀 교양을 쌓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초를 토대로 대학이 취업을 위한 한 가지 발판이 될 수는 있겠지만 무조건적으로 취업을 위한 대학교, 취업전문학원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교육부가 우리나라의 순수문학과 예술, 창조분야의 미래를 죽여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명규(성균관대학교 철학과 4 )

학력 인플레이션과 입시 사교육, 그리고 출산율저하와 같은 사회적 비용의 측면에서 '대학교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정부의 평가기준이다. 정부는 취업률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고, 이 점은 대학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학의 본질을 드러내는 우수논문수, 교육만족도와 같은 올바른 평가기준을 통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건국대학교 예술대학비대위 학생들이 사과달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통폐합과 관련하여 '사과를 같은 바구니에 담는 것 뿐이다'라는 건국대 총장의 발언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진행됐다. 학생들은 '같은 사과가 아니다' 라는 뜻을 담아 통폐합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했다.
글 김미희(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3)·이해리(서울예대 광고창작 3)·장희원(고려대 세종 영어영문학 4) 대학생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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