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채가는 곳이 승자? NCS 시장 선점 나선 취업학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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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S, 빨리 채가는 학원이 승자?NCS 시장 선점 나선 취업학원들
올해 취업시장의 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NCS(국가직무능력표준)다. 당장 올해 130여개 공공기관이 채용전형에 도입할 예정인 만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구직자들은 일제히 NCS 공부에 나섰다.
하지만 생전 처음 듣는 생소한 단어에 관련 정보도 공식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게 전부이고, 주변에 시험을 치렀던 선배도 없다보니 구직자들은 걱정스럽기만 하다.
이에 취업 사교육 시장이 발 빠르게 나섰다. 오프라인 강의를 개설하거나 홈페이지에 NCS 관련 카테고리를 추가해 신문기사, 관련자료, 온라인 강의 등 관련 자료를 모두 모아놓고 있다. 요즘 업계에서는 “대박을 치려면 NCS부터 선점해야한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온다.

25일 고양 킨텍스에서 개막한 '2015 대한민국 고졸인재 잡콘서트'. NCS기반 채용 공공기관 근로복지공단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5.3.25


지난 4월 28일 오후 6시, 서울 강남의 한 어학원에서 ‘NCS 취업특강’이 열렸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200여명에 달하는 구직자들은 필기를 하거나 발표자료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고 또 연신 고개까지 끄덕이며 열심히 내용을 경청했다.
전체 강의는 NCS 제도의 도입배경 및 활용방향, NCS 기반의 취업전략과 입사지원서 및 면접대응방안, NCS에 따른 대기업 채용 트렌드 분석 등으로 구성됐다. 질문 열기도 뜨거웠다. 참가자들은 앞 다퉈 손을 들고 그동안 궁금했던 부분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하지만 막상 강의가 끝난 뒤에도 참가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는 반응이었다. 한 참가자는 “최근 많은 학원이 NCS 무료특강을 열거나 유료강의를 개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몇 군데 강의를 들어봤지만 대부분 공식홈페이지에 있는 자료와 언론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정도에 그치다 보니 아무리 다양한 곳을 가 봐도 내용이 비슷해 여전히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취업 사교육 시장, NCS에 주목
올 초, 개발업체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을 필두로 공기업 및 공공기관들이 연이어 신입 채용에 NCS를 도입하면서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NCS가 연일 화두가 되고 있다.
NCS는 정부가 개발한 직무중심 채용 표준으로, 최종적으로는 모든 공공기관이 채용공고부터 면접까지 일체의 전형에 이 NCS를 도입해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직무역량을 보유한 인재를 채용케 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처럼 향후 국내 모든 공공기관이 NCS를 도입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취업준비생들은 생소한 NCS 공부에 나섰고 이런 혼란을 틈타 취업 사교육 시장도 일제히 NCS를 주목하고 있다.
한 자격증 전문 학원은 최근 홈페이지에 NCS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이 카테고리에는 기업별, 전형별 대비법 온라인 강의가 개설돼있다. A교육전문 업체가 최근 새로 만든 공사·공기업 취업 웹사이트에도 NCS 카테고리가 빠르게 추가됐다. 토익 등을 전문으로 하는 어학원 중 일부도 몇 해 전부터 대기업 직무적성검사 등 취업관련 콘텐츠에 이어 곧 NCS 유료 강의를 열 예정이다.
전형별·공단별로 구성… 능력별 자소서 첨삭해주는 곳도
이들 학원의 커리큘럼은 대개 크게 전형별, 기업별로 나뉘어있다. 구분 항목의 차이는 있지만 강의 내용은 비슷하다. 주로 NCS를 기반으로 한 자소서 작성법과 필기 대비법, 면접 예상답안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자소서와 면접은 대개 각 직무별 필요 능력이나 기업 관련 지식 보유여부를 묻는 문항으로 구성돼 있어 학원들은 각 기업의 사업영역이나 인재상을 활용하는 법을 중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NCS가 제시하는 직업기초능력별로 나눈 곳도 있다. NCS는 문제해결능력, 조직이해능력, 대인관계능력 등 10개의 직업기초능력을 제시하고 있는데 자소서를 쓸 때나 면접 때 각 능력에 맞는 경험을 대입하거나 보유역량을 어필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NCS 전형을 실시한 곳이 속속 생기면서 이들 공단의 기출 문제를 바탕으로 모범 답안을 알려주거나 다른 기관의 예상답안을 집어주는 곳도 있다.
강의료는 적게는 2~3만원대부터 많게는 수십만원대에 이른다. 한 자격증 학원이 제공하는 ‘기본이론’이라는 이름의 24시간짜리 강의는 현재 할인가가 적용되긴 하지만 원가는 30만원으로 책정돼있다.
오프라인 강의료는 조금 더 비싸다. 이 학원의 30시간짜리 ‘NCS종합반’은 100만원이다. 커리큘럼은 NCS 자기소개서 작성법, 필기 및 면접 노하우 등으로 구성돼 있다. 500만원에 달하는 강의도 있다. 학원의 모든 강의 및 동영상강의를 제공하고 합격 때까지 보장해주는 조건이다.
사설강의, 석연치 않지만 다른 방법 없어
하지만 이들 학원 역시 급히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다보니 커리큘럼이나 강사진에서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NCS가 새로운 표준제도임에도 기존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전문 강사진들이 그대로 NCS 강의를 이어받고 커리큘럼 역시 기존 강의에 NCS 관련 자료를 조금 추가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수요자인 취업준비생들도 학원의 강의 내용에 대해서는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만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강의를 신청하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NCS가 올해 본격적으로 처음 도입된 탓에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철학을 전공했다는 한 취업준비생은 “구직자들도 강사진이나 커리큘럼이 비전문적이라고 느끼면서도 NCS가 너무 생소한 개념이다 보니 직접 정리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학원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관련 자료나 여러 데이터를 통해 NCS 관련 조언을 해 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전했다.
또 이들은 강의들이 많게는 수백만원 대에 이르는데도 강의후기가 없는 데다 미리 볼 수 있는 샘플강의도 제대로 구비가 돼 있지 않아 수강신청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서울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한 공기업 준비생은 “NCS를 검색하면 관련 학원의 광고나 게시글이 많이 보이는데 정작 강의를 수강한 이용자의 후기는 어디에도 없다”며 “대부분의 구직자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 텐데 학원들이 당장의 수익보다는 구직자를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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