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S 해부] 성급한 도입으로 취준생 혼란 초래..관련 정보 부족

[NCS 해부] ① 공기업 채용 도입 국가직무능력표준(NCS) 현미경[NCS 해부] ② 성급한 도입으로 취준생 혼란 초래.. 관련 정보도 부족[NCS 해부] ③ 실제 NCS를 치른 구직자들의 ‘NCS 뒷담화’

"속도조절 필요..탁상행정의 전형""공기업 입사..당분간 경력자가 유리할 것"
정부가 올해 공공기관 채용에 NCS를 도입하기로 했다. 공기업 채용에 우선 NCS를 도입한 뒤 향후 민간기업에까지 확대하겠다는 속내다. 그러나 갑작스런 도입으로 인해 취준생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공기업 입사를 준비해왔던 취준생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취준생 사이에선 업무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인턴 경험 등 또 다른 스펙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갑작스런 NCS 도입,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봤다.
<NCS 도입 주요 공기업(자료 : 기획재정부)>


정부가 올해 130개 공공기관 신규채용에 NCS를 도입하기로 했다. 채용 규모는 3,000여 명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달 24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130개 공공기관과 '직무능력중심 채용 양해각서 체결식'을 가졌다.
산업인력공단 등 30개 공공기관은 올 상반기부터 NCS 기반 채용을 진행한다. 한국전력공사·한국도로공사 등 100개 공공기관은 상반기에 실시하는 컨설팅을 바탕으로 하반기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공공기관들은 올해 서류·면접전형에만 NCS를 활용하기로 했다. 필기전형은 기관별 전형 개편을 공고한 뒤 내년부터 도입한다. 올해 상반기 NCS 채용모델을 도입하는 30개 기관은 내년 하반기부터, 나머지 100개 기관은 2017년 상반기에 NCS 기반 필기전형을 본격 시행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오는 2017년부터는 모든 공공기관의 NCS 채용이 의무화된다.
정부는 공기업의 NCS 도입을 계기로 향후 민간 기업에까지 이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직무능력중심 채용 확산을 통해 취업준비생의 과도한 스펙 쌓기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취지는 좋다. 그러나 취업시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의견도 많다. 특히 갑작스런 정부 방침에 취준생의 혼란이 크다. 이른바 '취업 9대 스펙'에 NCS라는 짐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학 교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땐 옳은 방향이지만 당분간 취업준비생들의 혼란이 클 것"이라며 "특히 기업에서 인턴 등의 경력을 쌓은 기존 취업자들이 4~5년간 공공기관 입사 경쟁에서 특혜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NCS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고 내용도 복잡해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많다. 공기업 준비생들의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공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는 "NCS를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좀처럼 감이 오지 않는다"는 글들이 눈에 띈다. "NCS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필기평가 예제 등이 거의 없어 답답하다"는 호소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취업학원들은 수십만 원이 넘는 'NSC 기반 채용 대비' 강좌를 개설해 취준생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NCS기반 직무능력평가 대비서적'도 등장했다. 대비서적에는 주요 공사·공단들의 직무능력평가 출제 예상문제 등이 수록돼 있다. NCS를 기업들이 시행 중인 인적성검사 등으로 여기는 모양새다. 스펙 중심 채용을 직무중심 채용으로 바꾸겠다는 정부 방침과는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데는 NCS 도입에 관한 정부의 사전 홍보 부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김주찬 광운대 행정학과 교수는 "취준생 입장에서 정부의 세세한 정책 변화까지 살피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며 "수년간 공기업 취업을 준비해 온 학생들의 혼란이 큰 만큼 정부의 속도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라일하 전국공무원노조 정책실장은 "기관에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인사정책은 현장 실무자와 기관 행정 이해당사자가 함께 논의하고 만들어가야 한다"며 "현 정권이 추진하는 NCS 정책은 탁상행정의 전형적 행태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전공노는 조만간 NCS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NCS에서 강조하는 직업기초·직무수행능력이 지나치게 이공계 전공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NCS 현장성 강화 방안만 보더라도 특성화고와 전문대 교육과정 중심의 개편안만 눈에 띄는 등 온통 이공계 관련 교육 위주다.
직무능력중심 채용 확산에 앞서 우선 교육과정에서부터 관련 부분 강화를 위한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NCS기반 교육과정이 있는 4년제 대학은 전무한 상태다. 70여개 전문대에서만 NCS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김주찬 광운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 상태의 NCS는 전문대나 특성화고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4년제 대학이나 인문사회학 분야에 적용되는 범위는 제한적이어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바람대로 NCS가 민간 기업에까지 확산될 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의문이다. 대규모 공채를 진행하는 대기업에서는 직위·직무별 채용에 적합한 NCS를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주요 대기업의 경우 자체 개발한 지원서와 인적성검사, 발표 면접, 토론 등을 채용에 활용하고 있다.
모 기업 인사담당자는 "자체 개발한 인적성검사 등을 통해 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고 있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방침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는 "기업마다 주력 업종이 다르고 그에 따른 자체 인사 커리큘럼이 있기 마련"이라며 "NCS를 대기업의 인적성검사처럼 활용하는 건 가능하겠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적용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