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 인터뷰] 데이비드 페인(David Payne) ETS 부사장


이상하다. 수십 편의 미국 드라마를 봐도, 수십만 원의 강의를 들어도 당최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시험성적이 잘 나오는 것도 아니다. ‘영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속상한데, 토익·토플 점수 기준은 왜 이렇게 높아지는지. 영어 점수 하나에 꿈을 잃은 것처럼 좌절하는 한국대학생들에게는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깨닫게 할 특급 처방전이 필요하다. 그래서 토익·토플, 그리고 영어권 국가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필요한 GRE(Graduate Record Examination)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글로벌 교육기업 ETS(Education Testing Service)의 부사장 데이비드 페인(David Payne)이 영어공부에 대한 조언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데이비드 페인 (David Payne)뉴욕주립대학교 코틀랜드캠퍼스(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Cortland) 실험심리학 학사·석사. 퍼듀대학교(Purdue University) 인지심리학 박사 2010~ ETS 글로벌 교육부문 부사장 겸 COO 역임2003~2009 ETS 글로벌 교육부문 부사장 1984~2003 뉴욕주립대학교 빙햄튼(Graduate School at SUNY Binghamton)캠퍼스 심리학 교수·학장


심리학 교수, 대학원장, 교육기관 부사장까지 교육자로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교육사업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 부모님,형제를 통틀어 가족 중 내가 처음으로 ‘대학’에 입학했고, 열심히 공부해 석·박사 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었다. 교육을 통해 개인적 성공을 거두었을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교육에 큰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학교수로 재직할 때는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기여하기 위해 노력했고, 교육기관인 ETS에서는 최대한 많은 교육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ETS 하면 가장 먼저 ‘토익’이 떠오른다. ETS는 어떤 곳인지 자세히 설명해 달라. 우선 ETS가 생긴 것은 68년 전이다. 교육과 관련해 평가도구를 개발하는 전문기업으로 시작해 지금은 시험 시행은 물론 평가에 대한 정책연구까지 폭넓은 분야를 다룬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ETS는 비영리기관이라는 것이다. 수익을 내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ETS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따라서 다른 시험 주관기관에 비해 탄탄한 기본연구가 이루어진다고 자부한다. 연구원만 1000여 명을 훌쩍 넘는다. 최근에는 학생뿐 아니라 교사역량평가 부분에서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팀워크,협업스킬 등 비인지적 부분의 역량을 평가하는 방법도 개발 중이다. 무엇보다 ETS는 모든 사람에게 같은 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임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은 영어교육에 엄청난 열정을 가진 국가다. ETS가 바라보는 한국시장은 어떤가? 한국시장은 수십 년 전부터 주목한 곳이다. 한국은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강해 매우 탁월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성공의 가치를 교육에 둔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타국이 부러워할 만한 교육적 열정은 정말 높게 평가해야 한다. 또한 외국학생들이 한국에서 공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교육에 있어 한국시장은 매우 중요한 곳이다.

토플, GRE 공부가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에는 의구심이 든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GRE나 토플은 학문적 스킬을 구체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고안된 시험이다. 즉, 고등학교 이상의 수준을 갖췄을 때 학문적으로 사용하는 영어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지, 대화형 영어를 측정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ETS의 부사장이 되기 전,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이 공부할 때 영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또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토플은 학문적으로 사용하는 영어 실력의 기준으로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GRE는 아직 생소하다. GRE는 무엇인가?GRE는 인지적·비판적 영어 스킬을 측정해 대학원을 비롯한 전문적 교육환경에서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는가를 판단하기 위해 만든 시험이다. 시험은 크게 언어추론,수리추론과 비판적 사고, 분석적 사고 등 4가지로 나뉜다. 이 네가지는 전공과 무관하게 학문을 공부하는 데 필요한 핵심 역량이다. 어느 대학교를 졸업하더라도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이라는 것이 GRE의 핵심이다. GRE 응시율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다. 한국의 경우, 2013년 대비 9% 이상 응시자가 늘었다. GRE 점수를 인정하는 기관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민감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비용’이다. 20만 원가량의 응시료는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다. 응시료는 ETS에도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다. 우선 ETS가 비영리기관이기 때문에 응시료를 최대한 낮추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응시료가 이렇게 책정된 것은 첫째 보안 때문이다. 응시한 사람과 실제로 시험을 치르는 사람이 일치하는지 면밀히 체크한다. 이 부분에만 연 5000만 달러 이상 투자한다. 객관적 결과를 내기 위한 통계작업도 비용 책정 항목 중 하나다. 사실 2007년부터 토플 응시료를 유지하고 있음은 물론, 응시료가 적합한지, 다른 교육환경과 잘 부합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외부 자문위원단을 꾸려 합리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채점은 어떻게 하나?제대로 된 시험이라면 한 사람이 여러 번 시험을 쳐도 비슷한 점수를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시험의 표준화를 시행한다. 토플의 경우 사지선다형 문제는 기계가 측정하지만, 말하기나 쓰기는 사람이 직접 평가한다. 한 사람의 답변을 여러 사람이 듣고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 점수가 나오는 방식이다. 이때 응시자에 대한 정보는 전혀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철저하게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짧은 유효기간에 대해서도 원망의 목소리가 들린다. 사람의 영어 실력은 좋아질 수 있지만, 떨어질 수도 있다. 최대 2년까지는 한 번 치른 시험 성적이 그 사람의 실력이라고 본다. 2년까지는 같은 점수로 실력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응시료가 부담스럽다는 것은 알지만, 대신 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자료를 무료 또는 저렴하게 제공한다.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또 대학교에서 어떻게 시험 점수를 활용할 수 있는지, 시험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학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할 것인지 등 활용방안에 대해 소통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텝스,토익,토플 등 영어시험에도 트렌드가 있는 듯하다. 영어시험 주관사가 느끼는 변화는 무엇인가? 영어시험에 대해 누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트렌드가 변한다고 생각한다. 토익은 기업에서 지원자들의 영어 실력 측정의 한 가지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에 많이 응시했다. 최근에는 유학가는 학생들이 늘면서 토플 응시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 영어시험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GRE 프로그램은 최근 개정됐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시험 시스템은 앞으로 더욱 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는 일방적으로 듣기?말하기를 평가했다면 앞으로는 좀 더 높은 수준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평가하게 될 것이다. 여러 명이 있을 때 커뮤니케이션을 얼마나 원활하게 할 수 있을지 평가하는 부분을 연구하고 있다. 때문에 향후에는 다중 커뮤니케이션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ETS에서는 3명이 영어로 소통할 때 상대의 말을 잘 이해했는지, 상대가 자신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을 때 그 상황을 안는지 등에 대한 다양한 평가 요소를 연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영어는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좋을까? 팁을 준다면 웹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제공하는 토플,GRE 등 ETS가 주관하는 시험 대비 자료들을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또 이들 시험 점수가 필요한 때가 언제인지 미리 알아두고, 어느 정도 준비해야 할지 기간을 예측한 뒤 일정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학생들은 이런 부분에 철저해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도 영어와 한판 붙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영어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연습을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 요즘에는 온라인 콘텐츠가 대단히 많기 때문에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학문에 관심이 있다면 해당 학문분야 교수의 강연을 찾아 듣고 공부하는 것이다. 강의를 듣고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판단해보면 학문지식은 물론 영어 능력도 좋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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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은진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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