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교에서는 커닝 페이퍼가 합법이라고?

미국 대학교에서는 커닝 페이퍼가 합법이라고?믿거나 말거나 해외 대학 시험 풍속도
다가오는 중간고사. 벚꽃은 흩날리는데 공부할 내용은 점점 늘어만 간다. 안 되는 말이지만 커닝페이퍼나 만들어놓고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요즘. 그런데 믿거나 말거나. 미국 대학교에서는 커닝페이퍼가 합법이다. 비슷한 듯 다른 외국 대학들의 시험 이야기를 들어보자.
*미국 남가주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세이 시험을 위해 꼭 사야 하는 블루북 시험방식은 수업마다 다르다. 크게 객관식,단답식,에세이로 나뉜다. 특이한 점은 에세이 형식의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블루북(Blue Book)>이라는 책자를 사야 한다는 것이다. <블루북>은 이름처럼 겉표지가 파란 시험용 공책. 보통의 공책처럼 글을 쓸 수 있도록 줄이 그어져 있다. 미국 대학의 시험은 객관식보다 주관식이 많다. 2시간 내내 에세이 한 편만 써야 하는 시험이 대부분이라고 하니 학생들이 제출하는 답안지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그렇다 보니 낱장보다 공책 한 권에 답안을 쓰는 것이 학생은 물론 교수에게도 편한 방법일 터. 답안지를 시험 전에 가져갈 수 있으니 미리 답을 써가거나 부정행위를 시도하는 학생이 있지 않을까? 아니다. 실제로는 <블루북>이 부정행위를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시험 당일, 자신의 <블루북>을 다른 사람과 바꿔 쓰게 하거나 학기 초에 교수가 미리 <블루북>을 걷어 겉표지에 서명한 후 시험 당일 나눠주기 때문이다. 학교에 따라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지만 표지는 모두 파란색.
▲블루북(Blue Book)

미국 대학에서는 수업에 따라 커닝 페이퍼를 허용하기도 한다. 이른바 합법적 커닝 페이퍼인 ‘포뮬러시트(Formula Sheet)'다. 학생들은 이 종이에 원하는 내용을 써서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다. 흰 종이인지 검은색 종이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앞뒤로 빽빽이 ’깜지‘를 써가는 학생들이 많다고. 이처럼 부정행위를 원천봉쇄하는 미국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부정행위는 존재한다. 남가주대에 다니는 이종원(22) 씨는 “학생 수가 적은 수업에서는 불가능하지만 200명 이상이 수강하는 수업에서는 종종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을 발견할 수 있다. 친구들과 시험문제를 의논해서 푸는 경우도 보았다”고 말한다.
▲도서관 외부 모습(Usc leavey library)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교수는 두 가지 이상의 시험문제 유형을 준비한다. 바로 옆에 앉은 학생과 시험문제 순서를 다르게 만들어 부정행위 시도 자체를 막는 것. 시험 중에는 수업조교와 교수들이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감시하는 것은 물론 몇몇 강의실은 카메라를 설치하기도 한다. 미국학생들은 한국학생들이 애용하는 ‘시험족보’ 대신 친구들과 함께 강의 노트를 만들어 공유한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필기한 노트를 한 곳에 모아 요약하는 것. 보통 구글 문서도구(Google Doc)로 만들기 때문에 그 수업을 듣는 학생이라면 모두 이용 가능하다.
▲도서관 내부 모습(Usc leavey library)
이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받을 수 있는 최고점수는 'A.' 한국 대학과 달리 'A+'는 없다. 'A'는 100%에서 93%까지, ‘A-’는 90%까지, ‘B+’는 83%까지, ‘B-’는 80%까지다. 절대적 수치는 아니며, 대부분 상대평가로 시험이 이루어져 수업 내용이 어려워 평균점수가 낮으면 퍼센트 수치도 낮아진다. 보통 평균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B'를 받는다. 학점을 잘 받고자 하는 마음은 한국 학생들 못지않다. 예체능계열은 경쟁이 덜한 반면 회계학과의 경우 학점경쟁이 굉장히 심한 편이다.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Simon Fraser University) 학점 관리 안 하면 30~40% 퇴학 캐나다는 한국과 달리 중간고사 기간이 정해져있지 않다. 대략적인 시험기간은 학기 시작 후 한 달에서 한 달 반 사이. 학생마다 시험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에서처럼 시험 전날 친구들과 함께 밤을 새우는 풍경은 찾아보기 어렵다.학기말시험 기간은 종강 후 약 2주 동안으로 정해져있다. 시험기간에 학교에서 학생들의 시험공부를 돕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보통 1학년 과정에 있으며,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않는 과목도 많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에 다니는 함영석(23) 씨의 말에 따르면, 가이드라인은 형식적인 것으로 실제로 활용하는 학생들은 드물다고.
▲열람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캐나다에서도 어김없이 부정행위를 시도하는 학생은 존재한다. 보통 앞이나 옆 자리의 답안지를 훔쳐본다. 하지만 처벌이 엄격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은 부정행위 시도 자체를 생각하지 못한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에서는 해당 과목의 시험성적이 곧바로 0점 처리되는 것은 물론 부정행위를 한 기록(Academic Dishonesty)이 남아 학교생활과 졸업 이후 취업활동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처음 부정행위를 한 사실을 들켰을 경우 0점 처리된 과목을 다시 수강하면 되지만, 횟수가 누적되면 정학이나 퇴학을 권유받는다. 시험시간에는 모든 학생이 가방을 비롯한 소지품을 강의실 앞에 내놓아야 한다. 책상 위에는 펜,연필,지우개 혹은 학생증을 제외한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도서관 내부 모습
학교마다 제도가 다르지만 캐나다는 보통 3.3, 3.0학점이 만점. 학점에 대한 열정은 캐나다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보다 한 수 위다. 학점을 잘 받지 못할 경우 단 한 번의 학사경고 후 퇴학당하기 때문. 3번의 경고 이후 퇴학조치하는 한국대학보다 기준이 엄격하다. 학사경고 기준은 학점평균 2.0이며 다음 학기에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곧바로 퇴학 수순을 밟는다. 함영석 씨는 “내가 2학년 때 이미 친구들의 35%정도가 학점문제로 퇴학당한 상태였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더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도서관 외부 모습
*중국 상주공정직업기술학원(中?常州机??院)부정행위 방지 위해 사상교육 강화 중국대학은 매년 9월에 학기가 시작된다. 한 학기에 중간·기말시험 등 1년에 네 번의 시험을 치르는 한국 대학생들과 달리 중국 대학생들은 1년에 단 ‘한 번’ 시험을 본다. 지난 1년 동안의 학습 성과를 확인하기 위한 시험으로 여름방학 전에 실시한다. 시험이 1년에 한 번 뿐이니 부럽다고? 공부할 양을 생각해보면 그리 좋은 일도 아니다. 한국학생들은 한 번의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평균 1~2개월 동안 배운 내용을 공부하면 되지만, 중국학생들은 1년 동안의 학습 내용을 전부 익혀야 한다. 상주공정직업기술학원을 졸업한 포호(22) 씨는 “워낙 양이 많아 시험 2주 전부터 밤샘공부는 기본”이라고 말한다.
▲도서관 열람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시험은 에세이,객관식,단답형,리포트 등 다양한 형식으로 존재한다. 공학과 시험의 경우 문제의 40%는 객관식, 60%는 주관식. 한국의 실습에 해당하는 ‘실전항목’도 포함된다. 기계를 수리하거나 조립하는 문제가 나온다. 시험공부를 하기 전 중국대학생들이 필수적으로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시험족보 찾기. 배운 내용을 전부 보기에는 시간이 없고, 그렇다고 정리할 여력조차 없을 때 강의 내용 요약이나 기출문제를 찾아보는 것. 한국학생들이 ‘네이버(Naver)'를 활용하듯 중국학생들은 ‘바이두(Baidu)'를 애용한다. 바이두는 중국판 구글로 불리는 검색 포털사이트. 지식백과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 수업 관련 정보나 시험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전문가들이 만든 자료를 무료로 제공해 중국학생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도서관 외부 모습
또 한 가지, 한국대학생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시험족보 매매. 시험·강의·각종 리포트 정보 매매 전문 사이트인 ‘해피캠퍼스’와 ‘레포트월드’를 모르는 학생은 없을 것이다. 중국대학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다. 중국학생들이 자주 드나드는 전문 사이트는 ‘바오두(Baodu)'. 일정금액을 지불하면 일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꽤 많은 학생이 사용한다고 하니 좀 더 쉽게 공부하면서도 좋은 학점을 얻고 싶은 학생들의 마음은 만국 공통인가보다. 1만2000명 이상의 학생이 모여 있는 만큼 중국학생들의 부정행위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지우개에 시험 내용을 써놓는 것은 기본. 작은 종이로 커닝페이퍼를 만들거나 팔과 손바닥에 적어놓기도 한다.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인터넷에서 답을 찾는 경우가 다수. 성적이 좋은 학생 옆에 앉아 답을 훔쳐보는 학생도 많다. 중국대학에서는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평소 학생들에게 부정행위의 문제점과 심각성을 알리는 ‘사상교육’을 한다.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발각될 경우 시험장에서 쫓겨나거나 0점 처리되며, 학생에게 직접 경고문을 보낸다.
글 한선주 인턴기자 jour_cindy93@hankyung.com | 도움말 이종원(남가주대 경영 3), 포호(상주공정직업기술학원 모형 설계와 제조 졸업), 함영석(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 범죄심리 3)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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