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먹으러 가는 연구소

TASTE OF THE LAB
‘랩(Lab, laboratory)’이라는 단어를 써 붙였다고 해서 티끌 하나 없는 삭막한 연구실을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실험정신 투철한 ‘연구원’들이 비커 대신 술잔과 커피 잔을 앞에 두고 더 좋은 맛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곳은 맛 연구소다.






리믹스 랩 Limix Lab







홍대 앞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술집이지만, ‘리믹스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술을 좋아하는 두 남자의 ‘애주심’으로 탄생한 궁극의 담금주를 맛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 보드카에 레몬·유자·자몽 등 상큼한 과일이나 허브를 넣어 숙성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리믹스랩이 문을 연 것은 2012년 7월.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담금주로, 담금주에 대한 애정이 ‘세상에 맛있는 술이 많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은 욕심으로 커져 리믹스랩이 탄생했다. ‘주류’가 아닌 주류를 연구한다고 해서 부제는 ‘비주류주류연구소’. 엄연히 ‘연구실’인만큼 테이블부터 의자·벽·천장까지 온통 하얀색으로 꾸몄는데, 문을 열자마자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상큼한 빛깔의 담금주가 눈에 쏙 들어온다.
인기 메뉴는 역시 담금주. 특히 자몽·레몬·유자를 많이 찾는데, 맛이 자극적이지 않아 술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즐기기에 좋다. 페일 에일(Pale Ale)·포터(Porter)·IPA(India Pale Ale) 등 고품질의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수제 맥주도 빠뜨리면 후회할 대표 메뉴. 식욕을 자극하는 비주얼의 피자와 윙은 어떤 주류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담금주·크래프트비어 등 카테고리별로 맛있는 술만 고르고 골라 마련한 메뉴이기에 어느 것 하나 놓칠 것이 없다. 술을 모르는 사람이든, 술맛 좀 아는 사람이든 주류 지식인인 두 오너와 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66 2층 전화 02-323-9875운영시간 오후 6시~새벽 2시(주말 ~새벽 5시), 월요일 휴무 가격 페일 에일 6000원, 스컬핀 IPA 1만1000원, 보드카 담금주 칵테일 9000원, 핫&사워 포테이토 피자 1만2000원






브래드랩 Bread Lab








왠지 신을 벗어야 할 것만 같은 아늑한 공간.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이곳은 쉬지 않고 새로운 빵을 연구하는 빵 연구실, ‘브래드랩’이다. 여의도의 대표 빵집으로 이미 빵덕후들 사이에 입소문이 자자한 브래드랩은 2013년 8월 연남동에 새 자리를 마련하고 ‘좋은 빵’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방부제·계량제·유화제 등 화학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것이 브래드랩이 만드는 ‘진정한 빵’.
30대 후반,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제과 공부를 시작한 유기헌 대표는 특별한 날에만 먹는 디저트가 아닌 식사처럼 먹는 빵을 만들고 싶어 본격적인 빵 연구를 시작했다고. 그 결과 부드러운 빵 안에 담백한 우유크림을 넣은 ‘우유크림빵’이 탄생했고, 브래드랩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게 됐다. ‘녹차데니시’와 ‘할라피뇨 치아바타’ 등 브레드 랩에만 있는 특별한 빵도 매대를 채우고 있다.
당일 만든 빵은 당일 소비하는 것이 원칙. 쌓아두고 하나씩 먹을 수는 없지만, 그만큼 정직하고 신선한 빵임은 분명하다. 작업실 문에 적힌 ‘lab1’과 ‘lab2’라는 글씨를 보고 있자면 왠지 모를 신뢰감이 스멀스멀 생겨난다. 연남동의 ‘커피 리브레’의 원두를 사용하는 덕분에 커피 맛도 일품. 각 방에 놓인 세심한 소품 하나하나에 눈길을 두는 것이 즐거운 곳이다.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 267 2층전화 02-337-0501운영시간 오전 10시 ~ 저녁 10시 (월요일 휴무) 가격 우유크림빵 1800원, 할라피뇨 치아바타 3200원, 홍차크림빵 2000원





알라스카랩 Alaska Lab
ⓒ알라스카랩
ⓒ알라스카랩
ⓒ알라스카랩
ⓒ알라스카랩
ⓒ알라스카랩



ⓒ알라스카랩
질소탱크에 초저온 배관, 각종 원소기호, 수술실에서나 볼 듯한 장갑까지. 흰 가운만 없을 뿐이지 무엇인가 연구하는 곳임에 분명하다. 이곳에서 연구하고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질소아이스크림’이다. 저온의 액화질소로 급속 냉각해 만드는 질소아이스크림은 입자가 곱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 신선함이 살아있어 아이스크림 마니아들을 열광하게 하는 핫한 디저트다. 그중에서도 알래스카랩의 질소아이스크림은 파우더를 비롯한 화학재료를 전혀 첨가하지 않는 데다 매장에서 즉석으로 만들어 제공해 풍미가 좋기로 입소문이 나 있다. 유기농 우유를 아이스크림 원액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뒷맛도 깔끔해 스푼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당분 함유량이 다른 아이스크림에 비해 월등히 낮은 것도 특징.
질소아이스크림을 맛보려면 우유·얼그레이·바닐라·헛개 등의 아이스크림을 우선 고른 후 초코칩·오레오·호두·아몬드·헤이즐넛·그래놀라 등의 토핑을 선택하면 된다. 정성스레 만든 쫀쫀한 질소아이스크림 한 컵에 알래스카의 깨끗함과 신선함을 전달하려는 김철 대표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시선을 사로잡는 깔끔한 매장 인테리어는 시각디자이너로 활동했던 김 대표의 작품. 판교점을 시작으로 분당서현점, 건대 입구점에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센트럴시티의 파미에 스테이션에도 입점했다.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670 유스페이스몰2 113호 (판교점)전화 031-721-1717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주말 오후 12시~오후 9시) 가격 싱글 3800원, 더블 7200원, 패밀리 9600원







글·사진 김은진 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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