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폭스캐처, 멘토가 되고 싶었던 사나이

폭스캐처


감독 베넷 밀러 출연 채닝 테이텀, 스티브 카렐, 마크 러팔로, 시에나 밀러
1984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레슬링 선수 마크 슐츠(채닝 테이텀)는 같은 금메달리스트인 친형 데이브 슐츠(마크 러팔로)에게 열등감을 느끼며 세계선수권을 준비한다. 그러던 중 화학산업 재벌인 듀폰 가의 상속자 존 듀폰(스티브 카렐)으로부터 후원 제의를 받게 되고, 존 듀폰은 자신이 직접 꾸린 팀 ‘폭스 캐처’에 들어올 것을 제안한다. 마크는 형의 그늘을 떠나 ‘폭스 캐처’팀에 합류한다. 존과 마크는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지만 예측불허인 존의 기이한 행동으로 인해 둘의 관계는 악화된다. 이에 존은 마크의 형 데이브와 그의 가족을 ‘폭스 캐처’ 팀에 끌어들이지만 마크는 존에 대한 배신감으로 인해 훈련에 매진하지 못하고 올림픽 2연패에 실패한 후 결국 팀을 떠난다. 그 사이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존은 공황상태에 빠지고, 어느 날 갑자기 데이브를 찾아가 그를 살해한다. 존 듀폰은 경찰에 체포돼 감옥에 가고, 마크는 레슬링계를 은퇴한 후 프로레슬러로 전향한다.
<폭스 캐처>는 열등감과 인정 욕구가 인간을 파괴시켜가는 과정을 매우 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주인공 마크는 레슬링 훈련에서 오는 필연적인 고독, 자신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한 형에 대한 열등감으로 인해 상처 입은 상태다. 이런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재벌가 상속자 존 듀폰은 영화 초반 마크의 열등감을 상쇄시켜주면서 그가 기댈 수 있는 아버지이자 멘토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존 역시 어머니를 향한 인정 욕구에 시달리는 인간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영화는 형에 대한 열등감에 휩싸인 마크와, 어머니에게 인정받고자 기행을 일삼는 존을 일종의 뒤틀린 데칼코마니처럼 그린다. 존은 마크를 이끌어주는 형 데이브의 위치에 자신을 대입하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이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무너진다. 누군가의 멘토가 되고 싶었던 남자가 빚어낸 비극을 통해 영화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성숙한 시선으로 고찰하고 있다.


이달의 영화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감독 매튜 본 출연 콜린 퍼스, 태런 에거튼, 새뮤얼 L. 잭슨, 마이클 케인
<킥애스: 영웅의 탄생>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로 촉망받는 감독으로 떠오른 매튜 본과 마블코믹스 원작이 만난 스파이 액션영화. 높은 IQ와 엄청난 신체능력을 보유했음에도 사회부적응자로 낙인 찍혀 살아가던 청년 에그시(태런 에거튼). 전설적 베테랑 요원 해리(콜린 퍼스)는 그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국제 비밀정보기구 ‘킹스맨’ 면접에 참여시킨다.

갓 헬프 더 걸

감독 스튜어트 머독 출연 에밀리 브라우닝, 올리 알렉산더, 한나 머레이, 코리 비셋
전설적 밴드 벨 앤 세바스찬의 리더 스튜어트 머독의 연출 데뷔작인 <갓 헬프 더 걸>은 인디뮤직 신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거식증을 앓는 여주인공 이브는 정신병원을 나와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친구들과 밴드를 만든다. 그러나 혹독한 세상은 그녀의 행복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전편을 감싸는 음악과 웨스 앤더슨 제작진이 만든 빈티지한 화면이 돋보이는 영화.

쎄시봉

감독 김현석 출연 김윤석, 정우, 김희애, 한효주
1970년대 포크음악의 선구자들이 태동했던 음악감상실 ‘쎄시봉’. 전설적 듀오인 트윈폴리오에 숨겨진 제3의 멤버가 있었다는 뒷이야기를 토대로 복고풍 로맨틱 영화를 주로 연출해온 김현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조영남 등 쎄시봉 멤버들의 과거와 현재가 그들의 대표곡과 함께 어우러진다.

글 최은영 영화평론가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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