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시장에 좌판 펼친 '청춘시장' 장사꾼들, 없는 게 없는 풍물시장에는 청년장사꾼이 있다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청년들좌판에 청춘을 바치다 - ① 풍물시장 '청춘시장'
'느낌'아는 아티스트들이 한 곳에 서울 황학동 풍물시장 '청춘시장'

한산한 줄만 알았던 시장에서 들려온 반가운 소식. 자신이 꿈을 좇는 청년들이 '장사꾼'을 자청하고 나섰단다. 풍문으로 듣자니, 이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시장’과 ‘청년’이 만나 완벽한 ‘케미’를 이룬 시장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 사는 맛을 즐기는 청년들을 만났다.





2006년 청계천 복원공사로 황학동벼룩시장의 상인들이 동대문운동장으로 한 번, 2008년에 동대문운동장 공원화사업으로 신설동으로 또 한 번 옮기며 조성된 ‘서울풍물시장’. 서울풍물시장에 들어서면 “풍물시장에 가면 탱크도 조립할 수 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900여 점포에 무질서하게 빼곡하게 진열된 물건들은 쉽게 볼 수 없는 희귀한 것들이 대부분. LP판, 골동품, 카세트테이프 등 이제는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물건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사실 풍물시장은 '쇠퇴기'에 접어드는 시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시끌벅적한 것 같다가도 순간순간 고요함이 차갑게 시장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15일, 시장에 미묘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서울시가 진행하는 ‘2015년 풍물시장 활성화 계획’을 위해 20~30대 디자이너들이 풍물시장 곳곳에 자리를 잡으면서부터다. 이름하여 ‘청춘시장’. 청춘시장은 총 20개 점포로 기존의 공간을 새롭게 꾸미고, 서로 얽혀있는 물건들을 재배치해 점포를 재구성한 ‘회춘상점’, 청년작가의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예술상점’, 공연을 보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액션상점’, 쉬는 공간으로 마련한 ‘청춘다방’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100일 동안만 진행하는 ‘시범사업’인 탓에 오는 2월 22일까지만 문을 열지만, 100일간 풍물시장에 잘 녹아들어 자리를 잡은 상점들은 시범사업 기간 이후에도 만날 수 있다. 둘째, 넷째 주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10시에 문을 연다.










손으로 만드는 가치, 바이꼼 Workroom 풍물시장 2층의 파랑동에 자리한 바이꼼 Workroom은 손으로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만든 액세서리를 다루는 점포다. 작은 공간이지만 액세서리뿐 아니라 가방·파우치 등과 감성이 묻어나는 엽서·카드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돼 있어 하나씩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물론 모든 상품은 손으로 직접 만든 작품들. 이미 온라인에서는 입소문이 나 있는 바이꼼의 제품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기쁨도 구경하는 재미를 배로 만든다.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던 임혜지 작가에게 풍물시장은 고객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다고. 작업실이 따로 없었기에 반가운 마음에 망설임 없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1인 1점포가 원칙이지만 수업을 진행하겠다는 그녀의 계획에 따라 바이꼼 Workroom은 103, 104호 두 개의 점포를 사용한다.







장신구에 가치를 더하다, 그라장작은 공간이 수공예로 만드는 장신구들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는 곳, ‘그라장(grajang)’. 장정숙 작가의 공간이다. 수제 장신구뿐 아니라 시장과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장신구뿐 아니라 관심이 많았던 인테리어 관련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풍물시장에서 판매하는 빈티지한 물건을 구매해 리폼해 내놓는 상품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풍물시장을 찾는 연령대가 높은 편이어서 그라장의 작품들을 궁금해 하며 눈여겨보는 사람이 많은데, “손자·손녀에게 선물했더니 좋아하더라”며 찾아와 인사하는 어르신, 한참을 살펴보다 다음날 와서 구매하는 어르신들을 대하며 시장의 정을 느끼고 있다고. 그라장은 노랑동 126, 127호 두 개의 점포를 사용한다.







쌍화차로 전하는 청춘 감성, 청춘다방 청춘시장의 랜드마크. 앉아서 쉬는 공간이 많지 않은 풍물시장에서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예상 외로 푹신한 다방의자와 테이블마다 놓여있는 골동품, 전축, 선데이서울까지. 풍물시장을 찾는 이들의 감성을 제대로 건드리는 1950~60대의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메뉴는 ‘코오피’와 생강차, 모과차 등이 준비되어있다. 쌍화차는 상인들을 위해 만든 메뉴. 청춘다방의 바리스타 한동수씨가 노른자를 띄우기 위해 레시피까지 연구한 주옥같은 쌍화차다. 커피와 관련된 일을 계속 해오던 한 대표가 ‘공식창업’한 첫 점포인만큼 커피맛에는 정성과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 직접 개발한 ‘생강우유차’도 베스트셀러. 2층 보라동 옆에 위치해있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글·사진 김은진 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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