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쌓으러 서울로…지방대생 토익점수 수도권대보다 81점 낮아

# 대구 영남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장혜정(가명·26)씨는 지난해 12월 서울로 올라와 한 대학 기숙사에 머물고 있다. 취업 때문이다. 행원과 인사관련 직종 사이에서 고민 중이라는 장씨는 현재 서울 종로의 한 취업학원에서 은행원 취업반 강의를 수강 중이다. 주말엔 틈틈이 HR세미나에도 참석한다. 모두 대구에 있을 때는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것들이다.
# 강원도 소재 한 대학에 재학 중인 김홍경 씨는 단기간에 토익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딱 한 달 동안만 서울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곧장 인터넷으로 봐뒀던 대형 토익학원의 ‘토익 900점 한 달 속성반’을 신청했다. 그리고 근처 고시원에 한달치 비용을 지불했다. 수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어야 하는 자취에 비해 고시원은 일 또는 월 단위로 계속 계약을 갱신할 수 있기 때문에 김씨가 진작부터 염두에 둔 곳이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시험을 치른 김씨는 다시 강원도의 집으로 돌아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방대 출신 구직자들이 서울로 몰리고 있다. 취업을 위해서다. 이들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난 속에서 지방에서만 취업을 준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관련 학원이나 설명회 등 오프라인 현장의 여건이 부족해 소위 ‘스펙’을 쌓기가 어렵다는 목소리다.

지방대vs수도권대 구직자 스펙 비교 (자료 : 한국교육개발원)


실제로 수도권 기업 취업자 중 지방대학 졸업자의 취업 스펙이 수도권 대학 졸업자에 비해 다소 낮았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지방대학의 교육실태 및 성과 분석’ 조사 결과, 수도권 중소기업 취업자 중 지방대학 졸업자의 토익 점수는 725점으로 수도권 대학 학생의 평균 806점보다 81점 낮았다.
영어시험 응시나 어학연수 경험도 지방대생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어학연수의 경우에는 국가나 연수방식에서도 차이가 났다. 지방대생은 호주?뉴질랜드(25.8%), 필리핀?동남아시아(21.6%) 순으로 방문한 데 비해 수도권 대학 학생들이 미국(22.6%), 호주?뉴질랜드(19.0%), ‘캐나다’(15.9%)를 주로 찾았다. 즉, 지방대생 사이에서는 워킹홀리데이식의 어학연수가 활발하거나 비용이 적게 소요되는 국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인턴 경험 비율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지방대생이 인턴제를 경험한 비율은 13.5%로 수도권 대학 학생(22.3%)보다 낮았다. 참여한 인턴제의 유형 역시 기업 자체 운영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한 비율은 지방대생이 45.8%로 수도권 대학 학생(60.9%)보다 낮았다.
반면, 행정 인턴제의 참여 비율은 지방대생이 28.5%로 수도권 대학 학생(18.5%)에 비해 높았다. 즉 지방대생들은 정부 차원에서 추진된 인턴제에 참여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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