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한국리서치,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쌓은 신뢰의 기록

세상에 없던 무엇을 만들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 ‘최초’는 값을 매길 수 없는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게다가 ‘최초’로 ‘성공’까지 한다면 가치는 배가 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리서치기업 ‘한국리서치’ 이야기다. 3만8000원의 초기자본금으로 시작해 530억 원의 매출액(2013년 계약액)을 기록하기까지, 지난 27년간 누구도 하지 않은 것들을 차근차근 이루며 성장한 한국리서치를 대학생기자가 찾았다.
기업명 (주)한국리서치설립 1978년대표 노익상임직원 270명 소재지 서울특별시 강남구 봉은사로 179 H타워

종이 서류를 휘날리며 난리법석일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국리서치 본사 7층. 독서실처럼 조용한 분위기에 들뜬 마음으로 탐방에 나선 대학생기자는 조심스럽기만 했다. 한국리서치에 발을 들인 후 이정민 홍보팀 차장이 가장 먼저 소개한 곳은 연구실. 이 차장은 “국내 리서치기업 중 유일하게 연구시설을 갖춘 기업”이라며 “그만큼 깊이 있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실 맞은편에 있는 ‘UX Lab’에 들어서자 리서치기업을 탐방 중이라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UX Lab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얻는 경험(User Interface)을 심층적으로 관찰하는 공간으로, 제품의 사용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설계된 특수공간이다. 설문 응답 대상자들이 둘러앉아 이야기할 수 있게 꾸민 UX lab 뒤쪽에는 응답자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모더레이터(moderater)’가 머무르는 ‘Watching room’도 설치되어 있는데, 이 차장은 “대부분의 설문 응답 대상자들은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리서치에 있는 UX lab은 총 6개. 270° 파노라마 관찰실이 있는 2개의 공간과, 180° 관찰실이 있는 4개의 공간이 있다. 클라이언트가 외국인일 경우에는 동시통역을 통해 현장중계도 가능해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현장에서 응답자와 모더레이터, 설문을 의뢰한 클라이언트가 만나지 않고도 심층면접을 진행할 수 있는 ‘Web-Cam In-Depth’도 한국리서치의 대표적인 시스템. 다분할 화면 모니터와 웹캠을 사용해 원격심층면접을 할 수 있는 장치다. 한국리서치는 2009년 이후 8명의 웹캠 인터뷰 전문인력을 두고 한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와 중국·일본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원격 Web-Cam in Depth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2006년에는 아이트래킹(Eye-Tracking)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휴먼인터페이스 기술의 한 종류인 아이트래킹은 소비자의 눈동자를 추적해 시선이 정확히 어디에 머무르는지 알아내는 기술. 사용성 평가 및 마케팅 분야에서 고객의 반응을 도출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

‘전문성’과 ‘다양한 경험’이 국가대표 리서치기업으로 전산개발팀, 오픈·펀치팀, 자료조사검증팀 등이 일하고 있는 층으로 이동하자 상상했던 모습이 펼쳐졌다. 허리까지 닿는 문서 탑이 즐비했고, 여기저기에서 전화하는 목소리, 키보드를 누르는 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왔다. 문서의 정체는 설문조사 응답지. 응답자들이 설문지에 답한 내용을 모두 디지털로 입력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1996년부터 진행한 모든 프로젝트를 데이터베이스화했다고. 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약 10만 개의 프로젝트에 대해 주요 설문 내용별로 DB를 재구축해 조사결과를 해석한다. 이렇게 정리된 DB에 따르면 한국리서치가 진행한 조사건수는 모두 1만8400여 건에 이른다. 이 차장은 “한 가지 설문, 즉 한 가지 프로젝트는 ‘보고서’를 써야 완성되는데, 마감 기한이 정해져 있는 업무 특성상 업무량이 그때마다 다르다”며 “매년 1500~1600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보통인데, 연구원의 입장에서 보면 한 연구원이 100건 정도의 프로젝트를 맡는 셈”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야근도 많은 편. 사명감을 갖고 재미있게 임해야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믿고 맡기는 리서치기업’ 한국리서치의 강점은 업종별 조사경력 10년 이상의 담당 연구진이 구축되어 있다는 것. 2014년 기준 179명의 최대 규모 전문연구원을 보유하고 있다. 사업부만 19개. 마케팅조사사업1본부·크리에이티브조사사업부·헬스케어조사사업부·여론조사사업본부·기획조사사업본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정량조사팀·지방실사팀·정성조사팀 등 자료조사부 11개 팀과 개발팀·전화면접팀·전산기획팀 등 IST부 7개 팀이 성공적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밤낮없이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한국리서치는 스스로 시작하고 스스로 끝맺음을 하는 사람, 나와 타인의 삶을 똑같이 존중하는 사람,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는 사람을 인재상으로 제시한다.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는 것이 조사와 통계’라는 것이 캐치프레이즈. 서류전형과 조사 및 마케팅, 통계, 영어 관련 필기시험을 실시하며 최종 면접을 통해 함께할 인재를 채용한다. 선호하는 전공은 다양하다. 실제로 신문방송·심리학·경영학·통계학 등의 전공자들이 한국리서치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 프로젝트를 스스로 책임지는 업무 특성상 능력과 적성에 따라 스스로 업무를 조정하고, 성과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장하는 문화다.

대학생기자 탐방 후기 이찬주 (동국대 신문방송 2)리서치산업에 관심이 많아 한국리서치 탐방은 소중한 기회로 다가왔다. 우선 리서치기업이기 때문에 볼 수 있었던 사무실 풍경이 기억에 남는다. 서랍마다 가득 쌓인 설문조사 용지, 1 대 1로 설문 문항을 묻고 답하는 조사담당자, 컴퓨터로 데이터를 펀칭하는 직원들까지. 또한, 직접 본사를 찾아 어떤 부서가 있고 어떤 업무를 하는지 알게 되니 조직체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목표로 하는 조사연구원에 한 발 더 다가간 느낌이다.

글 김은진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한국리서치 제공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