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새내기 OT 일반적
‘미개봉 중고 새내기’ 20학번도 참여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여러 학교 및 학생회들이 발 벗고 나서 각종 ‘비대면 신입생 맞이 행사’에 힘쓰고 있다. 갑작스럽게 행사를 취소해야 했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에 맞는 행사를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입생들의 마음을 달래줄 비대면 신입생 맞이 행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온라인으로 즐기는 방구석 새터
서울대는 2월 10일에 온라인 새내기 OT를 열었다. 서울대학교 새내기 OT는 수시생들을 위한 1, 2차, 정시생이나 미신청자를 위한 3차까지 총 3차례 진행된다. 올해는 규모를 축소해 2월 10일에 온라인 화상 플랫폼(ZOOM)을 활용한 전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했다. 행사는 새내기 맞춤 영상으로 구성된 1부와 사전 신청자에 한해 재학생들과 친목을 다질 수 있는 2부로 구성됐다. 2부 프로그램 신청은 하루 만에 조기 마감됐다.
고려대 역시 같은 날 유튜브(Youtube)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한 “비대면 새내기 미리배움터”를 진행했다. 고려대 홍보대사 여울의 진행 아래 총학생회 및 각 단과대 대표자 소개, 인권교육, 학내 언론사 및 특별 기구 소개와 동아리의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1000명이 넘는 인원이 동시 접속했고, 성우 동아리 온보이싱과 뮤지컬 창작 동아리 소울메이트를 비롯한 여러 동아리 공연은 신입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연세대는 2월 15일부터 2월 19일까지 신입생 OT 주간을 가졌다. 15일부터 18일까지는 ‘자치단체 퀴즈’, ‘출석체크 이벤트’ ‘SNS 응원 영상 챌린지’ 등의 경품 이벤트, 19일 15시에는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한 라이브 OT가 진행됐다.
랜선 모임-합격 키트-온라인 미션 등 비대면 특색 살린 프로그램들
경희대는 단과대학 및 학과 단위로 새내기 맞이 행사를 개최했다. 이과대 학생회에서는 1월 22일 학과 단위에서 수시 합격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대면식을 진행했다. 이는 기존의 합격생 정모 행사를 대체한 것으로 총 4시간 동안 줌(Zoom)을 통해 열었다. 수학과 학생회 관계자는 “확대한 사진 맞히기, 노래소절 맞히기 등 온라인으로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 등의 콘텐츠 준비에 특별히 공을 들였다”라고 말했다.
경희대의 여러 단과대에서는 입학을 축하하는 ‘합격 키트’를 신입생들에게 발송했다. 합격키트에는 학과 티셔츠를 비롯해 학교 로고가 새겨진 굿즈, 자료집 등이 포함됐다. 경희대 미디어학과 새맞단장 오지은(22) 씨는 “과 소속감을 높이고 대학생활에 대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방안으로 합격 키트를 고안해냈다”라고 말했다.
연세대 중앙 새내기 맞이단은 재학생들과 신입생들의 친목 도모를 위해 여러 비대면 정모 프로그램들을 기획했다. 랜선 술자리, 스마트폰 어플(어몽어스)을 이용한 게임 정모, 줌 무도회 등 여러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으로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22일에는 고려대와 교류하는 온라인 연고전 프로그램을 준비하기도 했다.
한국외대는 [INTRO 이공이일, 이곳이길]이라는 참여형 온라인 새내기 맞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프로젝트는 크게 ‘데일리 미션(HUFStamp)’과 ‘마켓(HUFStore)’으로 구성된다. 재학생들과 신입생으로 꾸려진 조 단위로 매일 새롭게 부여되는 ‘데일리 미션’을 수행하면 코인을 부여받는다. 코인으로는 마켓에서 한국외대 굿즈, 기프티콘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총학생회는 새로운 모바일 웹페이지를 개설하기도 했다. 프로젝트는 2월 17일부터 3월 5일까지 무려 3주간 진행된다.
미개봉 중고 새내기, 20학번들도 함께
위에서 언급했듯 21학번과 달리 ‘미개봉 중고’ 20학번들은 갑작스런 행사 취소로 비대면 대체 행사들조차 경험하지 못했다. 그런 20학번들을 잊지 않고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한 학교도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 5일 ‘이미배움터’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본 프로그램은 20학번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21학번의 참여는 불가능하다. 온라인 ZOOM을 통해 조별로 온라인 게임을 진행하고 조별 순위에 따라 경품을 증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서울대학교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 김지은 의장은 기획의도에 관해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생활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20학번들이 학교에 더 가까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했다”라고 답했다.
연세대는 2월 19일 라이브로 진행되는 OT에 20학번을 위한 ‘정든내기 라디오’라는 코너를 마련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한해 동안 대학생활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20학번들의 사연을 담은 코너이다. 또한, 학생회 측은 “2월 21일에는 20학번 학우들을 위한 줌 가상 시뮬레이션 활동이 준비되어있다”라고 안내했다.
이 밖에도 많은 단위에서 신입생 맞이 행사에 20학번도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20학번 최은지(21, 가명) 씨는 “새내기들을 위한 자리에 참여해도 되는지 고민되었지만 다른 20학번 동기들도 많이 참여하는 분위기라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비대면으로나마 좋은 추억 주고파
경희대 수학과 학생회장 차승훈 씨는 “4시간 동안 화면을 보고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게임이 재밌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다. 그렇지만 걱정했던 것보다 신입생 분들의 반응이 좋아서 매우 보람 있었다”라고 말했다.
경희대 미디어학과 새맞단장 오지은 씨는 비대면 새터를 준비하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기획 과정 역시 비대면으로 진행되어야 했던 것이 가장 어려웠다. 만나지 않고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니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렇지만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새터의 본질을 더 고민하게 되었다”며 “언택트’가 미덕이라 느껴지는 요즘이지만, 비대면 새터를 통해 신입생들이 마음만은 이어져 있다고 느꼈으면 한다”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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