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약육강식의 지옥 애니멀 킹덤

동 물의 왕국’이라는 제목을 들으면 한국 관객들은 자동적으로 TV 방송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그리고 거기에 등장하는 순화된 버전의 약육강식을 다소 향수 어린 유머 감각으로 떠올릴 확률이 크다(어쩌면 그 이유 때문에 ‘애니멀 킹덤’이라는 영어 제목을 고수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호주의 멜버른이라는, 우리가 쉽게 스크린에서 보지 못했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 무시무시한 얘기를 보노라면 당신의 머릿속에서 평화로운 세렝게티 초원 따위는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생각할 것이다. 이게 지옥이구나.

17세 소년 조쉬(제임스 프레체빌)는 엄마가 마약 과용으로 죽은 뒤 거의 왕래가 없던 외할머니 스머프(재키 위버)의 집에 머무르게 된다. 할머니뿐 아니라 세 명의 삼촌 팝(벤 멘델슨), 크레이그(설리반 스테이플턴), 대런(루크 포드), 그리고 가족의 친구인 바즈(조엘 에저튼)는 불법 마약 거래와 절도 등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저지른다. 조쉬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전을 보호받으려면 그들을 따라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는 형사 네이던(가이 피어스)은 조쉬를 경찰의 보호 아래 두려 한다. 그러나 조쉬는 결국 누구에게도 의지하거나 믿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걸 고통스럽게 깨닫는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주인공 조쉬의 얼굴 클로즈업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신인 배우 제임스 프레체빌은 다소 얼어붙은 표정과 어눌한 말투로 일관한다.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에 짓눌린, 아직 어리기 때문에 생존 자체에 집중해야 하는, 그러니까 혈연에 대한 충성보다는 자신의 안위와 안전을 먼저 신경 써야 하는 절박한 순간 예민함을 차마 드러내지 못하는 청춘의 단면을 잘 포착한다. 그의 억눌림은 서두르지 않은 채 진행되는 이 조용한 범죄 드라마에서 모종의 시한폭탄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어떤 순간 버튼이 눌릴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한순간의 즉흥적인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숙고와 후회, 결단의 시간은 그래서 언제나 늦을 수밖에 없다.

‘애니멀 킹덤’은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으며, 소리 한번 지르지 않고도 공포심을 자아내는 스머프를 연기한 재키 위버는 2011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2011년 부천국제영화제에서도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낯설지만 강한 작품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감독 장규성 출연 주지훈, 백윤식, 변희봉, 박영규

조선 시대 태종(박영규)은 주색잡기에 빠진 첫째 아들 양녕 대신 책을 좋아하는 셋째 아들 충녕(주지훈)을 세자에 책봉한다. 왕세자의 자리가 부담스러운 충녕은 고심 끝에 궁을 탈출하기 위해 월담을 감행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충녕과 꼭 닮은 다혈질 노비 덕칠(주지훈)은 흠모하는 아씨를 구하기 위해 궁궐을 찾는다. 한순간의 실수로 왕이 노비가 되고, 노비가 왕이 될 뻔한 숨 막히는 비밀이 스크린에서 공개된다.




토탈 리콜
감독 렌 와이즈먼 출연 콜린 파렐, 케이트 베킨세일, 제시카 비엘

평범한 남자 더글라스(콜린 파렐)는 매일 밤 뜻을 알 수 없는 악몽에 시달린다. 그는 완벽한 기억을 심어 고객이 원하는 환상을 현실로 바꿔준다는 회사 ‘리콜’을 방문해 자신의 꿈을 직접 체험해보기로 한다. 그러나 기억을 심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더글라스는 알 수 없는 거대한 음모 속에 빠져든다. 아내 로리(케이트 베킨세일)와 의문의 여인 멜리나(제시카 비엘)마저도 그를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대학살의 신
감독 로만 폴란스키 출연 조디 포스터, 케이트 윈슬렛, 크리스토프 왈츠, 존 C. 레일리


11세 소년이 친구들과 다투던 중 막대기를 휘둘러 친구의 앞니 두 개를 부러뜨린다. 이제 두 쌍의 부부가 아이들 싸움을 해결하기 위해 우아한 집에 모인다. 앨런(크리스토프 왈츠)과 낸시(케이트 윈슬렛) 부부, 마이클(존 C. 레일리)과 페넬로피(조디 포스터) 부부는 부르주아의 교양과 이성을 과시하며 대화를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말싸움은 최악의 육탄전으로 흘러간다.


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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