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동아리를 찾아서

새 학기가 되면 캠퍼스마다 신입 회원을 모집하는 동아리들의 열띤 경쟁이 시작된다.

“우리가 제일 잘나간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수많은 동아리 중 정말 잘나가는 동아리들은 어떤 동아리일까.

수소문 끝에 자타 공인 ‘전설’이라 부를 만한 동아리를 찾았다.

세계를 무대로 당당히 이름을 알리고, 대회에 나갔다 하면 상을 휩쓸고, 수없이 많은 언론 매체와 기업의 러브콜을 받는 동아리들.

그들은 어떻게 ‘전설’이 되었을까.


동아리의 규모와 역사가 ‘전설’을 만드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수백여 명의 회원이 모이는 동아리도 있지만 단 6명이 활동하면서도 세계무대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동아리도 있다(계명대 속도위반). 가장 오래된 동아리라고 자랑하는 곳도 있지만 창립 7년차의 새내기 동아리가 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어오는 경우도 있다(연세대 연세토론학회).

학교 측의 전폭적인 지원이 그들을 ‘전설’로 만든 것일까? 아니다. 예산을 마련하려고 회원들이 다 같이 막노동에 뛰어들기도 하고(서울예대 만남의 시도), 비좁은 동아리방에서 어깨를 부딪치며 아이디어를 모으기도(숭실대 바람개비), 아예 동아리방이 없어 빈 강의실을 빌리기 위해 발품을 판다는 곳도(연세대 연세토론학회) 있었다. 분명 ‘돈’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회원들의 재능? 그렇지도 않단다. 화려한 경력을 내세우는 지원자는 별로 가르칠 게 없을 것 같아 안 뽑기도 하고(연합동아리 애드파워), 일이 서툴어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을때 속상함에 울음을 터트리는 이들도 많다고(연합동아리 OVAL). 그렇다면 분명 ‘능력’만의 문제도 아닐 터.

이들을 빛나게 만든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답을 찾는 것을 포기하려던 찰나 귀에 걸리는 말들이 있었다. “제 대학 생활의 8할은 이 동아리예요.” “우리는 방학도 없어요.” “여기 들어오고 제 삶은 완전히 저당 잡혔죠.” 그들이 반복해 이야기했던 것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열정을 바치고 있는지였다.

원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밤샘을 거듭하며 덤벼드는 무모함, 다른 사람 도움 없이 스스로 부딪쳐 보겠다는 용기도 이들의 것이었다. 어렵다고 포기하는 이는 없다. 활동을 하면서 생기는 어려움이 오히려 매력이라고 말했다. 힘든 작업에서 생기는 남다른 유대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들은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날리고(속도위반), 국경을 뛰어넘어 우정을 나누고(OVAL), 각종 대회를 휩쓸고 (연세토론학회), 수십 건의 특허를 따내고 (바람개비) 언론의 주목을 받고(만남의 시도), 기업에서 제안해오는 사안들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애드파워). 애초부터 명성이나 상금이 목표는 아니었는데 즐기면서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각자가 속한 분야에서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이들이 거듭 강조하는 것은 보이는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에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내면서, 학과 수업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점들을 알아간다. 그렇게 자신을 채우고 서로의 삶에 흔적을 남긴다.

그것이 여섯 동아리가 이야기하는 ‘전설의 법칙’이자, 잠도 애인도 포기하고 동아리에 몰두하게 된 이유였다. 이것은 독특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이색 동아리들, 그리고 지금보다 20~30년 전 우리처럼 동아리 활동을 통해 미래를 그렸던 멘토들의 사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인생의 가장 뜨거운 시기 20대, 당신의 청춘은 어느 곳으로 향하길 바라는가. 그 누군가처럼 당신도 동아리에 인생의 ‘8할’을 걸어보지 않겠는가. “이 동아리가 아니었다면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다”고 말할 훗날을 위해서, 동아리가 아니라 당신의 삶이 전설이 될 그날을 위해서 말이다.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일러스트 허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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