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은 앉아서 하는 게 아냐… 세상과 사람에 대한 관심 있어야

현장 멘토링_마케팅 실무자와 대학생의 만남


취업준비생들은 하소연한다. “아무리 스펙을 쌓아도 기업에서 뽑아주지 않는다”고. 기업에선 말한다. “중요한 건 스펙이 아니다. 자신이 누구이며 왜 이 일을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먼저 생각하라.”

이런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직무’를 알아야 한다. 그것도 책이 아닌 실제 현장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실무를 알면 취업에 접근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가 아닌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가 된다. 그래서 준비한 것. 바로 ‘대학생과 멘토의 만남’이다. 지금부터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마케팅’ 세계를 기업 실무자의 입을 통해 들어보자. 미래의 마케터를 꿈꾸는 대학생 세 명과 ‘마케팅 사관학교’로 불리는 P&G의 정우종 마케팅 본부 부장이 나눈 솔직 토크를 공개한다.


정우종 부장은?
2005년 8월 한국 P&G 하계 인턴사원
2005년 12월 여성용품 어시스턴트 브랜드 매니저
2007년 9월 일본 P&G 여성용품 어시스턴트 브랜드 매니저
2008년 3월 싱가포르 P&G 아시아 본부 여성용품 어시스턴트 브랜드 매니저
2011년 3월 한국 P&G 여성용품 브랜드 매니저

대학생 참가자(대학 연합 마케팅 학회 MCL)
홍석균(서울대 경제 4, MCL 회장)
박혜수(서강대 경영 4, MCL 부회장)
노제경(고려대 국어국문·산업디자인 4, MCL 대외커뮤니케이션 팀장)



MCL▷▶마케팅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마케터의 역할이나 책임이 달라질 것 같다. 기업에서 마케팅의 역할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정우종 마케팅은 여러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세상의 경험을 제품에 적용해 시장에 갖다놓는 행위’를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입사 이후 7년 정도 마케팅을 했는데 그 사이 마케팅은 계속 변해왔다. 변하지 않는 점은 마케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그 목표에 달성하기 위해 타기팅하는 소비자는 누구인지, 그들에게 어떤 말을 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특히 P&G 같은 소비재 기업은 마케팅을 소비자와 떼어놓을 수 없다.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게 목적이다. 이때 마케팅의 중요한 역할은 ‘지속 가능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한두 번 주머니를 열게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소비자 머릿속에 각인된 이미지가 없으면 제품 판매는 지속되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판매를 위해 담당하는 모든 업무가 마케팅의 역할이다. 흔히 마케팅 하면 떠오르는 광고, 영업, 이벤트, 프로모션 등은 이런 과정의 한 부분이다. 그 앞 단계에 ‘소비자를 이해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MCL▷▶마케팅 관련 과목에서는 환경분석(3C), 시장세분화 및 타기팅(STP), 마케팅 믹스(4P) 등을 주로 배운다. 현장에서도 이런 과정을 거치는가?

정우종 마케팅을 할 때는 사이언스와 아트 모두가 필요하다. 마케팅은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간파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걸 아트라고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때는 여러 마케팅 툴이 필요하다. 이를 사이언스라고 말하고 싶다. 학교에서 배우는 4P, STP 등은 사이언스에 해당한다. 회사마다 쓰는 도구는 모두 다르다. P&G의 경우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을 한다.



MCL▷▶하루 일과를 통해 하는 일을 설명해달라.

정우종 P&G 마케터는 크게 브랜드와 비즈니스 매니지먼트를 한다고 보면 된다. 먼저 브랜드 매니지먼트는 광고, 디지털 마케팅, 이벤트, 프로모션 등과 더불어 실제 시장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시장 및 소비자 이해 작업이 병행된다. 비즈니스 매니지먼트는 회사의 여러 부서와 함께 공동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의견을 나누고 이를 조율하는 일이다. 하루 일과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미팅이다. 광고를 만들기 위해 광고 에이전시와 미팅을 하거나, 웹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관련 부서와 구성에 대해 의논하거나, 영업 부서와 제품 공급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논의한다.

마케팅이 영업, 광고, 홍보 등 많은 역할을 하지만 명심할 것은 관련 부서와 전문가들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마케팅이 모든 역할을 다 하진 않는다. 다만 의견 조율 과정에서 전체적인 콘셉트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미팅 이외에 현장에 나가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경쟁사의 현황이나 내가 설계한 마케팅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려면 매장에 나가봐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를 만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위스퍼라는 브랜드를 담당하는데 남자인데도 여성들에게 직접 인터뷰를 한다. 이 밖에 실적 등을 분석하고 향후 액션 플랜을 짜는 일도 한다. 기타 마케팅 교육을 받거나 하는 것도 업무의 한 부분이다.

MCL▷▶마케팅 하면 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는?

정우종 마케팅을 하면서 감각적으로 결정을 내릴 때도 많다. 어떤 TV 광고를 봤는데 이유 없이 그저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마케터라면 이를 논리적으로 풀어낼 필요가 있다. 감과 느낌은 마케터의 자질 중 10~20% 정도라고 본다. 만약 ‘주황색이 좋다’고 한다면 그에 맞는 논리가 있어야 다른 부서나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 생각보다 데이터와 수치도 많이 다룬다.

창의성을 보완할 수 있는 사람은 많다. 광고에서 광고만 예술적으로 찍는 감독이 존재하고, 디자인에서도 전문 디자이너가 있다. 최악의 마케터는 “디자인을 노란색으로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이라고 본다. 좋은 마케터는 “나는 광고가 따뜻했으면 좋겠어요”라는 식으로 전체적인 콘셉트나 전략, 역할을 정해주고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하고 조율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MCL▷▶마케팅을 하면서 좋은 마케팅 사례라고 생각한 것이 있다면?

정우종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마케팅은 지속 가능하고 임팩트가 있으며 마케팅이 만들어내는 차별화 포인트가 있는 것이라고 본다. 차별화 포인트란 기술력 등은 변하지 않았지만 마케팅 아이디어 하나로 사람들에게 제품을 새롭게 느끼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현대카드의 알파벳 마케팅이 잘된 사례라고 본다. 7년 동안 일하면서 가장 큰 희열을 느낀 것은 똑같은 제품인데 아이디어 하나를 바꿔서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신제품처럼 느끼게 했을 때였다. 패키지 디자인이나 매장 디자인을 바꾸고, PR 등을 바꿔볼 수 있다.



MCL▷▶마케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팁을 준다면?

정우종 하나는 팀워크를 많이 경험해보면 좋겠다는 것이다. 마케팅은 혼자서 할 수 없다. 많은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 소비자나 타 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단순히 말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얘기를 잘 듣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간파해내는 능력이다. 팀 활동을 통해 이런 능력을 길러보면 좋겠다. 또 하나, 실패를 많이 해보면 좋겠다. 좋은 대학 나와서 학점도 좋고, 영어도 잘하고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은 남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마케팅을 잘하려면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해야 한다. 또 하나는 세상의 많은 경험을 해보라는 조언이다. 마케팅은 고시 공부가 아니다.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다른 곳에서는 마케팅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유심히 살펴보면 공부가 될 수 있다. TV 광고 등을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만들어볼까를 고민해보는 것이다. 어떤 점은 똑같이 하고 어떤 점은 다르게 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게 도움이 된다. 결국 마케팅은 관심에서 나온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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