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좌절 금지! 떨어지는 것도 경험이더라

대우조선해양 김화경 씨

4학년이 되면 돌이킬 수 없는 것. 바로 학점이다. 누군가는 자격증·공모전을 준비하느라 학점관리를 못했다지만, 이도 저도 아닌데 학점이 좋지 않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난 4년 대체 무얼 했단 말인가’ 허탈할 수밖에.

하지만 과거에 대한 반성은 그걸로 족하다. 학점은 좋지 않아도 그동안 치열하게 고민하고, 가슴 뜨겁게 살았다면 분명 숫자 이외의 것을 높이 사줄 곳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취업 시장에 나서 본보기가 된 이가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김화경 씨다. 그는 끝까지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목표를 이루었다.


김화경 씨가 대학 입학과 동시에 느낀 것은 막막함이었다. 의대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점수에 맞춰 선택한 학과였다. 미래를 생각하면 막연했다. 목표 의식 없이 아르바이트하고, 사진 찍으러 다니고, 한참을 놀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3학년 1학기가 되었단다.

“지극히 평범한 대학 생활을 했고,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도 발견하지 못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너는 경제학과니까 회계를 같이 공부하면 좋겠다’고 조언해서 복수전공을 시작했는데, 이게 정말 내 길인가 계속 의아했고요. 학점은 3점을 겨우 넘긴 상태였고, 취업은 막연하고,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싶어서 휴학을 했어요.”

짐을 꾸려 홀로 미국으로 가 한 달 반을 지내다 왔다. 더 넓은 세상에서 얻은 것은 자신에 대한 깨달음.

“그동안 내가 너무 좁게 살았구나 생각했어요. 내가 목표했던 게 안 됐다고 해서 그것에 얽매여 좌절하고 있었구나. 정작 개선 방향은 찾지 않으면서 ‘성적도 안 좋은데 뭐가 되겠어’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나 자신이 보이더라고요. 정신이 번쩍 들었죠.”

3학년 2학기, 다시 시작해보리. 뭐든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일렁이고 있었다.



면접 앞두고 회사에 잠행, 경비원과 친해져

김 씨의 선택은 인턴십. 스펙은 돌아보지 않았다. 뽑아줄 곳은 뽑아줄 것이라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임했다.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했다기보다는 회사란 곳이 어떤 곳일까, 조직 생활은 어떠할까, 나한테 잘 맞을까 알고 싶었어요. 3학년 학생을 뽑아주는 곳을 모조리 찾아서 다 지원했어요. 가리지 않았죠.”

큰 기대를 걸지도 않았지만, 우수수 서류 탈락을 했다. 다행히 한 곳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얘기를 들었다. 영어 질문이 나왔다.

“영어 질문에 차근차근 답을 했어요.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을 다녀온 건 아니지만 영어는 미드를 보면서 꾸준히 공부했었거든요. 다른 두 지원자가 상대적으로 답변을 잘 못해서 제가 운 좋게 합격한 것 같아요.”

회사 생활은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조직 생활에 자신이 붙은 김 씨는 4학년 1학기 다시 한 번 인턴십에 도전했다. 대기업 위주로 지원했는데 결과는 모두 탈락이었다.

“하루에 5~6개씩 떨어지니 짜증났죠. 제일 싫은 소리가 ‘귀하의 자질은 높이 사지만 같이할 여유가 없다’는 말이었어요. 높이 사면 뽑아줘야지 무슨 소리냐 했죠. 하지만 저는 모든 경험이 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부모님에게도 나를 받아주는 곳이 분명 있을 테지만, 아니면 다른 길도 있을 거다, 당당하게 얘기했어요.”

4학년 2학기엔 진짜 공채 원서를 썼다. ‘서류 전형 하나를 통과하면, 그 회사를 무조건 간다고 다짐, 또 다짐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우조선해양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면접 며칠 전 밤에 몰래 회사에 찾아갔어요. 건물을 돌아보고 경비 아저씨랑 친해졌죠. 분위기는 어떠냐, 야근은 많이 하느냐, 사장님은 어떤 분이시냐, 여성 직원은 많냐, 궁금한 것을 꼬치꼬치 물어봤어요.”

김 씨가 이런 잠행을 한 것은 회사 분위기를 미리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주인 의식을 갖기 위해서였다.

“면접 보기 전부터 ‘나는 이 회사 사람이 될 거야’ 하고 계속 생각했어요. 면접 준비할 때 조선업이나 배에 대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이념이나 비전, 분위기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이런 건 인터넷보다 직접 회사에 가봐야 알 수 있다고 생각했죠.”

대우조선해양은 ‘압박 면접’으로 유명하다. 취업 카페 후기를 보면 ‘울고 나왔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김 씨는 ‘솔직함’을 무기로 삼았다.

“다른 곳에는 지원 안 했느냐는 질문을 하셔서 죄송하지만 다른 곳에 지원했는데 다 떨어졌다고 솔직히 말했어요.”

압박 면접에 임할 때 최고의 대응책은 자신감이었다.

“아무래도 익숙한 곳에 가면 긴장을 덜하잖아요. 잠행으로 화장실 구조까지 파악하고 나니까 확실히 긴장이 덜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나는 무조건 이 회사에 들어간다’고 면접 직전까지 계속 마인드 컨트롤을 한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1박 2일의 합숙 면접 끝에 김 씨는 최종 합격을 했다. 후에 연수에 가서 동기들을 보니 모두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하나같이 인간성 좋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확실히 스펙보다는 사람을 보고 뽑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터뷰에 함께 참석한 대우조선해양의 홍보팀 직원이 말을 덧붙였다. “팀워크가 중요한 조선업의 특성상 스타 플레이어보다는 융화할 줄 아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떨어지는 것도 경험이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1년 정도 숱하게 떨어져보니까 오히려 스트레스에 더 강해지더라고요. 정작 취업 원서 쓸 때는 인턴십 원서 쓸 때보다 부담이 덜했어요. 떨어진 경험이 나 자신을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든 것 같아요.”

김 씨는 지금 사업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내년 수주 목표를 설정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남성적인 조선업종에서 여성으로서 힘든 일은 없을까?

“동기 85명 중 여성이 20명 남짓 되는데요. 조선업이 중후장대하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섬세함이나 정밀함이 필요하거든요. 여성이 오히려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대우조선해양은 이런 사람 뽑는다

높은 친화력으로 구성원과 잘 어울리고 조직에 잘 적응하는 사람, 난관을 피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돌파하는 인재를 선호한다. 학교, 학점 등은 참고 사항. 두 번의 면접 전형을 통해 인성을 중점적으로 확인한다.


“계속 떨어질 때 부모님에게

‘나를 받아주는 곳이 분명 있을 테지만, 아니면 다른 길도 있을 거다’

당당하게 얘기했어요.”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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