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찬의 ‘인문학이 에너지다’]젊은 그대, 세상에 쫄고 있는가?


최근 뜨고 있는 김어준의 책에 담긴 메시지는 한마디로 “쫄지 마라”라고 한다. 책을 광고하는 카피도 바로 “쫄지 마라”다. 최근 경향신문 인터뷰(10월 20일자)에서 김제동과 김어준은 이렇게 묻고 답한다.

“형이 두고 있는 우선순위는 뭐예요?”

“쫄지 말라고 하고 싶고, 그 말이 위로가 되는 시대야. 그리고 ‘나꼼수’ 메시지의 가장 큰 덩어리는 어떤 주장을 ‘쫄지 않고 말해도 된다’고 하는 태도, 그 자체야.”

그렇다면 누가 누구를 쫄게 했을까 궁금해진다. 김어준의 논법에 따르면 ‘가카’가 된다. 아마도 ‘가카’로 대변되는 상징권력인데, 넓게 보면 권력을 지닌 기성세대라고 할 수 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소통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살다 보면 어느새 침묵을 강요당하는 심리에 빠질 수 있다.

그런데 침묵을 강요하고 자신의 의견을 앞세우는 그들이 지닌 권력은 김어준의 말대로 한 줌도 안 되는 권력이다. 하지만 쪼잔하고 졸렬하게 권력을 행사한다. “그들이 불쌍하지. 그들이 쥐고 있는 한 줌도 안 되는 권력…. X도 아닌데. 난 그들이 가련하다고 생각해. 졸렬하고 쪼잔하지.” 그래서 국민들은 때로 분노한다. 가진 자들의 편에 서서 기득권 보호에 앞장서기 때문에 더 분노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히 요즘 세대들이 왜 그렇게 쫄까 궁금해진다. 대학 캠퍼스나 길거리에서 혼자 걷는 여학생은 대부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다. 고려대 여학생의 사고사처럼 자칫 대형 사고를 부를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바쁜 척’ 걷는 이 모습은 위축돼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세상을 응시하지 않고 단절하겠다는 ‘몸의 기호’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남학생들은 실내에서조차 모자를 쓰고 그 위에 다시 옷에 달린 모자를 눌러 쓴다. 이런 패션을 대하면 왠지 모르게 무언가에 ‘위축’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진다. 김어준의 어법대로라면 쫄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왠지 왜소해 보이고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스스로 ‘자신 없음’을 드러내 보이는 것 같아 안쓰러움마저 자아낸다.

춥지 않은데도 이중으로 모자를 쓴 것은 개성의 표현일 수 있지만 극도의 방어 본능, 단절 의식이 숨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사회와 격리함으로써 보호하겠다는 본능이 엿보인다고 한다면 비약일까. 나만의 비약이라면 좋겠다. 또 이중으로 모자를 푹 눌러 쓴 표정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풍긴다. ‘날 건들지 마라. 혼자 있고 싶거든.’

이전에 북한산을 오르다 보면 인적이 드문 산등성이에서 고함을 지르며 악을 쓰는 목소리를 듣곤 했다. 아마도 연설을 잘해야 먹고사는 예비 목사이거나 연설을 업으로 하는 사람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 앞에서 말을 하려면 목소리가 좋아야 하고 여기에 자신감 있는 목소리와 표정이 중요하다. 한마디로 쫄지 않아야 한다.

문제는 인간이면 누구나 연설과 같이 타인 앞에서 말을 할 때에는 불안하고 자신감이 없어지는 등 쪼는 심리적 현상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대통령이건 국회의원이건 문화센터의 강사이건 누구나 피할 수 없다. 단지 쫄지 않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고 준비를 철저하게 했느냐에 달려 있다. 노력하고 준비한다면 “해보자. 쫄지 말자. 가능, 하다”라는 ‘닥치고 정치’의 카피처럼 자신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김어준은 “쫄지 말라”고 외치는 걸까. 그만큼 젊은이들이 위축돼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것은 지속적인 경제 위축과 높은 청년실업률, 비싼 등록금 등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기업에 취직하고 또 열심히 일해 어느 정도 집을 장만할 수 있다면 그렇게 위축되지 않을 것이다. 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은 수많은 젊은이를 의지 상실에 빠지게 한다. 자신도 모르게 쫄게 된다. 이게 더욱더 젊은이들을 위축되게 하는 요인일 게다. 문제는 이런 위축 심리가 좌절감과 뒤섞여 ‘과소비’를 되레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왜 김어준은 “쫄지 말라”고 외치는 걸까. 그만큼 젊은이들이 위축돼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은 수많은 젊은이를 의지 상실에 빠지게 한다.
자신도 모르게 쫄게 된다. 문제는 이런 위축 심리가 좌절감과 뒤섞여 ‘과소비’를 되레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루이비통 지갑 속 전 재산 1000엔”

주변에 보면 돈을 벌어 쓰고 보자는 젊은이들이 많다. 물론 돈을 열심히 모아봤자 아파트를 마련하기가 요원한 이른바 ‘좌절 세대(88세대)’이기에 쓰고 보자는 심리가 퍼졌을 것이다. 필자는 뉴코란도 2002년식을 타고 다닌다. 그런데 운전을 하다 보면 왜 그렇게 비싼 차들을 타고 다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K5, 스포티지, 소나타 등 신형이 나오기가 바쁘게 도로 위에 즐비하다. 운전자들을 보면 젊은이가 많다. 그러면서 먹고살기 죽겠다고 하소연한다. 사회에 대한 좌절감으로 자신의 삶을 과시적이고 과소비적인 생활 패턴으로 몰고 가면 늘 얇은 지갑의 연속이다. 명품 지갑을 가지고 다니지만 정작 그 속에는 돈이 없다. 그러면 자신은 더 초라해진다.

한번은 생질(누나의 아들)이 생일을 맞아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하던 중 아내가 지갑을 사주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했다. 생질에게 어떤 지갑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지갑을 보여주었다. 명품 브랜드로 30만 원이 넘는 지갑이었다. 아내와 나는 10만 원 내의 지갑을 선물하려다 그만두었다. 물어보니 여자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요즘에는 남녀 간의 선물도 고가의 명품으로 하는 모양이다. 필자는 아직도 10만 원도 안 되는 지갑을 가지고 있다.

“‘호주머니 속에 넣어둔 100엔’은 가난하지 않지만 ‘할부로 사들인 루이비통 지갑 속의 전 재산 1000엔’이라면 그건 슬프도록 가난하다. 필요 이상으로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필요 이하로 비춰지는, 그런 도쿄의 수많은 이들의 모습이 가난하고 서글픈 것이다.” 릴리 프랭키의 ‘도쿄 타워’에 나오는 이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소설은 청년실업이 만연한 우리 사회의 젊은이라면 반드시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한국에 오래 산 외국인이 한국의 젊은이들에 대한 의견을 묻자 “패션에 너무 신경을 쓰는 것 같다”는 말을 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요즘에는 패션을 사용가치에 중점을 두고 소비하지 않는다. 바로 위세나 지위, 부유함 등으로 상징되는 ‘기호가치’를 소비한다. 그래서 너나없이 명품을 소비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정작 늘 가난한 생활과 가난한 심리에 젖게 된다.

그런데 당당한 ‘젊음’만큼 더 소중하고 빛나는 기호가치는 없지 않을까. 젊은 시절에는 아무것도 없어도 별로 쪽팔리지 않는다. 나이 들어 40대가 되었을 때 내세울 게 없다면 그것이 쪽팔리는 일이다.

결국 ‘산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 벌어서 자기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자기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등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남들을 신경 쓰다 보면 언제나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과 비교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쫄게 된다. 물질적으로뿐만 아니라 마음마저도 쫄게 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운명의 장벽을 뚫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 누구든 마음의 의지만 있으면 삶을 개선하는 길을 찾을 수 있다. 힘든 순간에 직면할 때 물러서면 거기까지가 자기 능력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자기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위기와 어려움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자세가 자신을 한 단계 더 성숙시키기 때문이다.

“행복할 수 있는 힘은 애초부터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다는 거, 그러니 행복하자면 먼저 자신에 대한 공부부터 필요하다는 거, 이거 꼭 언급해두고 싶다. 세상사 결국 다 행복하자는 수작 아니더냐.” 김어준의 말처럼 자신을 알고 자신의 힘을 믿으면서 치열하게 준비하고 도전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은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다만 ‘아프니까 청춘이다’ 식의 책도 좋긴 하지만 그보다 자신만의 내공을 쌓을 수 있는 ‘좀 묵직한’ 책도 반드시 읽자. 내공은 이런 책에서 나온다.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비교문학 박사

기자를 거쳐 현재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임연구원 겸 자녀경영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한국의 1인 주식회사’ 등 다수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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