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영의 면접 스피치 레슨] ‘스토리’를 만들어라 감동을 줄 것이다

Column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

이 광고 카피를 온 국민이 다 아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품의 특장점을 나열하기보다 이야기를 만들어 감동과 재미를 주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새로운 제품이 나올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만큼 좋은 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 고객의 눈길을 끄는 열쇠는 ‘감동과 재미’에 있다.

취업 세계도 다르지 않다. 외국어, 해외 경험, 봉사활동, 대기업 인턴십, 각종 경연대회 수상 등 화려한 스펙으로 무장한 취업준비생이 즐비하다. 기성세대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높은 수준이지만 정작 사회에선 ‘요즘 대학생이면 이 정도는 다 갖췄겠지’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스펙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생들도 ‘스펙, 스펙’ 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제자 한 명이 자기소개서를 검토해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어느 대기업이 주최하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원서를 넣으려 한다고 했다.

필자는 물었다. “봉사활동을 왜 하려고 해?” 그의 대답은 단순명쾌했다. “스펙 쌓으려고요.”

그러나 기업 등 채용 당사자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봉사활동을 다녀왔다’라는 팩트(fact)가 아니다. 개인이 쌓은 스펙이 조직에서 성과와 꼭 연결된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 이제 면접관들은 스펙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관건은 자신이 쌓은 스펙이 곧 잠재력임을 알리는 것이다. 특히 스펙을 쌓는 과정에 스토리텔링을 접목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을 설득하고, 나아가 감동을 주고 싶다면 ‘스토리’에 주목하자.


단순한 팩트의 나열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

“저의 스펙을 보면 아시겠지만, 무조건 할 수 있습니다. 가능합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면접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응시자는 자신의 굳은 의지를 전달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말에 기대를 거는 면접관은 많지 않다. 면접관들이 원하는 것은 ‘호언장담’이 아니라 ‘스토리’다. 스펙을 쌓는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스토리를 끄집어내 앞으로의 가능성과 연결해줘야 한다. 진정성이 담긴 스토리가 전달될 때, 상대는 감동한다.

흔히 스펙을 쌓는 것(결과)에 집중해 그 과정 속에서 발생된 스토리는 간과하기 쉽다. 별다른 스토리 감이 없다고 낙담할 일도 없다. 소소한 에피소드가 모두 스토리텔링의 소재다. 모든 사실에 스토리를 엮는 습관을 길러보자. 팩트(사실) 위주가 아닌 나의 감정을 담아보는 것이다. 반복하다 보면 자신의 스펙이 힘 있는 스토리로 바뀌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논리적이고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라

인사담당자들은 논리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스토리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면접에서의 답변이므로 논리적이어야 한다. 또한 면접에 지루해진 면접관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예를 들어 면접관이 “외아들이군요?”라는 말을 던졌다고 치자.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네, 외아들입니다”라는 대답은 의미가 없다. 외아들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려고 말을 꺼낸 게 아니다. 말 속에 숨은 뜻을 읽어야 한다.

“네, 저는 외아들입니다. 하지만 이기적이거나 남을 배려하지 않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좀 낫긴 하지만 논리적이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

“네, 맞습니다. 제가 태어난 시절에는 외동이 유행이었다고 합니다.(웃음) 요즘 핵가족화로 친척들과 교류가 없는 가정이 많은데요, 저는 시골에서 자라서 할머니를 비롯해 많은 친척과 가까이 지내며 작은 조직을 경험했습니다. 특히 고종사촌과는 두 살 터울로 친형제처럼 지내며 멘토 역할도 해주었습니다. 최근 중국의 성장을 보면서 ‘아, 나도 장가가면 꼭 아이를 많이 낳아야지’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콤팩트한 길이의 대답 속에 작은 스토리를 넣어 면접관의 이목을 끈 사례다.



이민영 현대인재개발원 전문교수

HRD·스피치 전문가.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 박사과정 수료. 기업 인력개발·교육 관련 콘텐츠 연구와 함께 활발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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