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스티브 잡스, 닥치고 정치 外

허영진의 위로하는 책, 위로 가는 책

스티브 잡스가 남긴 위대한 유산 ‘아이(i)’

‘호흡 정지와 췌장암.’ 지난 10월 5일 56세의 일기로 세상을 뜬 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의 정확한 사망 원인입니다. 그는 이미 2004년, 2009년 두 차례 병가를 낸 적이 있습니다. 올해 1월 세 번째 병가가 그에게는 영구 병가가 된 셈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낸 업적과 변화가 워낙 거대하다 보니 평가도 참 다양합니다. 혁신가, IT의 신, IT계의 구루, 심지어 메시아라 불리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독재자, 악마적 천재, 악덕 기업가 등의 평가를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칭찬하는 쪽이든 비난하는 쪽이든 그가 창의적인 기업가였고 인류 역사상 가장 활짝 핀 인간형이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합니다.

그의 삶을 다룬 책이나 기사를 보면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숙제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했고, 운동 경기를 하다가 지면 분을 삭이지 못할 만큼 승부욕이 강했다고 합니다. 십대인 그가 처음 비즈니스적으로 만들었던 주파수 측정기의 부품은 휴렛팩커드의 경영자 윌리엄 휴렛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가 보통내기가 아니었음은 분명합니다.

성인이 되자 그는 반항적인 히피 문화에 심취했고 환각제를 사용하는 등 일종의 비행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애플사는 처음 탄생할 때부터 고정관념을 깨고 기존의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정서를 가진 제품들을 출시했지요. 애플의 이런 점은 스티브 잡스의 순응적이지 않은 히피적 기질에서 나왔을 것입니다.

잡스가 만들어낸 제품은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모두 ‘아이(i)’로 시작됩니다. 어쩌면 그 ‘아이’는 세상과 타협할 줄 몰랐던 잡스를 의미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아이’를 지켰던 잡스는 자신을 변화시키는 대신에 세상을 변화시켰습니다. 세상이 요구하는 대로 자신을 바꾸는 게 아니라 ‘나(i)’의 나(i)다움을 지켜가는 것, 잡스가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은 바로 ‘아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지음 | 민음사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인정한 유일한 공식 전기. 그가 평소 친분이 있던 전 ‘타임’ 편집장 월터 아이작슨에게 직접 연락해 집필을 부탁한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저자는 잡스가 먼저 원고를 검토하지 않는 조건으로 잡스는 물론 친구, 가족, 동료, 심지어 그의 적이나 경쟁자까지 객관적으로 심층 취재했다. 잡스의 거의 모든 부분을 다룬 유일한 책.



I, STEVE -스티브 잡스 어록

조지 빔 지음 | 쌤앤파커스

전 세계 동시 출간되는 스티브 잡스 어록. 생전에 남긴 그의 인터뷰나 연설, 키노트 등에서 뽑은 말들을 경영, 디자인, 사람, 미래, 인생의 5가지 주제로 구성했다. 평범한 사람의 생각을 뛰어넘는 그의 앞선 시각과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급(grade)이 다른 생각들’을 통해 인류의 삶에 큰 의미를 만들어낸 그의 참신한 생각과 지혜를 만날 수 있다.



눈에 띄는 책
[여행·기행]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홍인혜 지음 | 달

‘루나파크’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카투니스트 홍인혜가 8개월간 런던에서 살아본 기록을 담았다. “모세혈관까지 외롭게, 대책 없이 즐겁게, 런던 생활자로 살겠다” 하고 떠난 그의 런던 생활이 짤막한 15개의 카툰, 에세이, 그리고 사진들을 통해 펼쳐진다.





[정치·사회] 닥치고 정치
김어준 지음 | 푸른숲

‘나는 꼼수다’를 통해 새로운 미디어 지평을 열고 있는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 그가 인터뷰어 지승호와 함께한 인터뷰를 통해 우리 현실 정치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구체적인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나라 정치계의 현주소를 살폈다. 정치와 개개인 일상이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여행·기행] 한글의 탄생
노마 히데키 지음 | 돌베개

일본인 학자가 ‘한글’의 진정한 의미를 살펴본 책. 한글 이전의 문자생활, 한글 창제 과정, 한글이 한반도에서 ‘지(知)’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은 과정과 형태의 발전에 이르기까지 한글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일본에서 학자들의 호평과 한글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일반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2010년도 아시아태평양상 대상 수상작.



허영진



교보문고 북뉴스(news.kyobobook.co.kr)에서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고 있는 북 리포터. 삶을 위로(慰勞)하고, 삶의 위(高)로 갈 수 있는 책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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