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초 영화, 직접만들거나 심사하거나

29초 영화제 뜯어보기


- 영화를 좋아하고 감독, 배우, 스태프가 되고 싶은 로망이 있다.

- 영화나 광고업계에 취업하고 싶다.

- 평소 휴대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 영상을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

- SNS를 통한 마케팅 활동에 관심이 많다.

위의 상황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29초 영화제’에 주목해보자. 자격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무엇을 찍어도 수상 가능성이 있다. 1억 원의 총상금, 영화·광고 업계 인턴십 기회도 얻을 수 있는 영화제, 들어는 봤나.



왜 29초인가?

오랜 역사의 영화제들이 있다. 장편, 단편, 애니메이션 등 분야별 영화제도 존재한다. 그런데 영화제 참가자들은 모두 영화 관련 종사자 혹은 영화 관련 학과 학생이다. 전문가는 아니어도 영화에 대한 배경과 지식이 있어야 출품을 할 수 있다.

사실 영화의 시초는 기록이었다. 일상의 찰나를 다큐로 기록한 것에서 영화가 출발했다. 이 본연의 의미를 살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든다는 것이 29초 영화제의 취지다. 또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촉발된 스마트·디지털 시대에 맞춰 새로운 영상 문법을 제시해 새로운 영화 인재를 발굴하려는 목적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29초일까. 미국에는 7분 드라마가 유행하고, 5초 영화제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정서상 5초는 너무 짧다. 30초 정도면 스토리까지 보여주기에 적당한 시간. 하지만 30초는 너무 전형적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29초 영화제란 말씀.

참가자격·주제·형식·도구 ‘whatever’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다. 영화 관련 학과 학생, 영화과에 진학하지 않았지만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 평소 사진이나 영상을 즐겨 찍는 사람, 영화에 관심이 없었지만 영화제 포스터를 보고 흥미가 생긴 사람 등 누구라도 참가할 수 있다. 영화뿐 아니라 SNS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사람, 관련 스펙을 쌓고 싶은 이도 참여해볼 만하다. 이번 영화제의 큰 특징은 자신의 출품작을 SNS 등에 적극 마케팅·홍보해 유저들의 지지를 얻으면 전문성 여부에 관계없이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자신 있다면 그 누구든 도전해볼 수 있다. 국적 불문, 외국인도 출품할 수 있다.

주제, 장르, 형식도 제한이 없다. 생각하는 모든 것을 표현하면 된다. 실제 출품작들을 보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영상도 있지만, 친구랑 라면을 끓여 먹는 과정, 바닷가에서 아버지가 딸을 찍은 영상, 집에서 아기가 기어다니는 모습,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애니메이션, 직접 그린 그림을 찍어 엮은 영상 등 가지각색의 주제와 형식이 등장했다. 도구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전문가용 장비, 캠코더, 휴대폰, 카메라 등 영상을 담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29초 영화제. /허문찬기자 sweat@ 20110926
참가를 원하는 이는 29초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29sfilm.com)나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의 앱을 다운받아 출품하면 된다. 개인 또는 팀으로 참가 가능하며, 인원 제한은 없다. 출품 영상 개수 또한 무한대라니 여러 개를 출품해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을 밀어붙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네티즌에게 잘 보여라!

1차 예선 기간은 11월 20일까지다. 출품작 중 총 300편이 본선에 올라간다. 전문가 심사위원이 평가해 100편을 선정한다. 이보다 두 배가 많은 200편의 심사위원은 바로 네티즌이다. 홈페이지나 앱에서 네티즌의 추천, 댓글, 클릭 수를 합해 순위를 매기기 때문. 따라서 영상에 자신이 없어도 페이스북 친구가 많아 추천을 많이 받을 수 있다면 수상을 기대해봐도 좋다. 또한 영상 제작은 하지 않았지만 내 손으로 점수를 매기고 싶은 이는 그 누구라도 심사위원이 될 수 있다.

11월 21일~12월 4일 진행되는 본선에서는 총 100편이 선정된다. 역시 네티즌 평가와 전문가 평가가 50 대 50의 비율이다. 1차에서 떨어진 이를 대상으로 패자부활전을 치러 추가로 50편을 선정한다.

12월 15일 시상식에서는 150편의 영상이 모두 상영된다. 이 중 최종 29개 부문에서 수상자·수상작이 선정될 예정.





“기발한 이야기가 짱이야”

아무리 범국민 영화제라지만, 아무래도 영상미가 뛰어난 작품이 유리한 건 아닐까? 신성섭 29초 영화제 사무국장은 “기존 영화제에서는 영상미나 스토리텔링을 많이 보지만 29초 영화제는 29초라는 짧은 시간에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는지를 본다”고 말했다. 필름으로 훌륭하게 찍었어도 내용이 전달되지 않는 것보다 휴대폰으로 찍었지만 주제가 빨리 와닿는 게 유리하다는 것. “잘 못 찍어도 기발한 것, 반전이 있는 것 등 아이디어가 있는 작품이 좋다”고 한다. 또한 “댓글을 달고, 게시판을 활용하면 활동 점수가 있다. 활동만 열심히 해도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팁을 전했다.



29초 영화제 ‘이래서 좋다’

1. 총 1억 원의 상금

1등에게는 3000만 원과 영화 혹은 광고 업계의 인턴십 기회가 주어진다. 무엇보다 허진호 감독, 채은석 CF감독 등과 함께 공익을 주제로 영상을 제작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는다.

2. 재능 기부

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기술이 부족하다면 ‘재능 기부’를 활용해볼 것. 음악, 촬영, 연기, 편집, 연출 등 각 분야의 실력자들이 자발적으로 재능 기부에 참여했다. 음악의 경우 장기호 서울예대 교수와 연세대 작곡과 학생들이 테마별 음악을 만들어놨다. 홈페이지에 가면 모두 들을 수 있고 자유롭게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다른 재능 기부도 댓글을 통해 신청, 활용할 수 있다.



미니 인터뷰 -허진호 영화감독·29초 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가장 짧은 것이 가장 솔직한 것”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0.02.09

영화 ‘봄날은 간다’ ‘호우시절’ 등으로 유명한 허진호 감독. 현재 중국에서 영화 ‘위험한 관계’ 촬영이 한창인 허 감독을 한경이 전화로 인터뷰했다.

▶29초 영화제의 효과는?

연인에게 사랑 고백하는 장면을 떠올려보라. 가장 짧은 것이 어쩌면 가장 솔직한지도 모른다. 감독의 덕목 가운데 하나는 스쳐가는 일상에서 영원한 무엇인가를 잡아내야 하는 것인데, 29초 영화제야말로 최적의 경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에 비교되는 기존 영화에 비해 29초 영화는 시(詩)와 같은 매력을 지녔다. 세계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이유는?

중국 현지 촬영 때문에 처음엔 고사했으나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중심인 컨버전스 영화제인데 장소가 무슨 구애가 되겠느냐”는 29초 영화제 사무국 측의 논리에 말려 수락했다.(웃음) 인터넷을 통해 출품작들을 보면서 새로운 시도들에 많이 놀라곤 한다.

▶참가자들에게 한마디.

스마트폰 시대가 개막되면서 영화도 이제 기존 영화인들만의 것이 아니다. 단편은 호흡이 짧지만 축약미가 있고 더 많은 생각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다. 29초 영화제를 통해 새로운 영상 문법을 제시하는 젊은 고수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ng.com
사진제공 29초 영화제 사무국(29sfil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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