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 특채·계약직]외무고시 안 봐도 외교관 될 수 있다

틈새 취업

외무고시 안 봐도 외교관 될 수 있다

기자의 친구 이 모 씨에 대해 소개하겠다. 그는 대학 초년생부터 외무고시를 준비했다. 어렵사리 1차를 통과했지만, 2차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1년 365일 책과 씨름하는 생활에 지친 그는 외무고시를 접고 국제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렇게 또 다른 길이 열리나 싶었다. 그러던 중 방학 때 잠시 일할 생각으로 외교통상부에서 모집하는 계약직 채용에 응시했고, 시험을 치렀다.

서류 전형, 필기시험, 심층 면접 등을 치르면서 그는 ‘계약직 직원을 뽑는데 뭘 이렇게 많이 보나’ 생각했다. 최종 면접에서 만난 지원자들은 해외 대학 출신의 쟁쟁한 스펙을 자랑했다. 하지만 합격의 영광은 친구에게 돌아갔고, 첫 출근을 한 그의 손에는 놀랍게도‘3등 서기관’이라고 찍힌 명함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미국의 한 공관으로 발령받아 외교관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고 있다. 어찌된 일일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그 경로 말고, 남들은 모르는 ‘틈새’를 공략해 취업하는 법에 대해 얘기해보자.


흔히 외교관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외무고시가 필수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외교통상부에 들어가는 방법은 여러 경로로 나뉜다.

여기서 잠깐, 구체적인 경로를 살펴보기 전에 외교관 등급부터 알아보자. 외교관은 1등급에서 14등급까지 나뉘어 있다. 실제로는

1, 2등급은 없고 3등급에서 14등급까지 있다고 보면 된다. 등급이 올라갈수록 진급하는 방식이다. 외교 3등급이 공무원 7급에 해당한다.



외교통상부 취업 경로

공채 외무고시에 합격하면 5등급으로 들어오게 된다. 또한 3등급인 외무영사직 공채가 별도로 있다. 채용 인원은 매년 다르다. 외무고시의 경우 매년 20~30명, 외무영사직은 올해 기준 40여 명을 뽑았다.



특채 공개채용 외에 특채로 불리는 특별 채용이다. 지난해 9월 사회적 파문이 일었던 그 특채 맞다. 특채는 원래 공채로는 메울 수 없는 전문 분야의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실시하는 제도다. 크게 자격증 특채, 언어 특채, 민간 경력 특채 등이 있다. 때에 따라 3~5등급 특채를 실시한다. 특채 5등급이면 외무고시와 동등한 자격이다. 특채는 특정 인력이 필요할 시 수시로 모집한다. 외교통상부 홈페이지나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나라일터 홈페이지(gojobs.mopas.go.kr)에 모든 채용 공고가 게시된다. 관심이 있다면 이 두 사이트를 즐겨찾기 해놓고 꾸준히 방문해야 할 것이다.



계약직 틈새 취업의 두 번째 방법이다. 특채는 아니지만 여러 면에서 유사한 게 계약직 채용이다. 특별한 전문성이나 경력이 요구되는 직위에 외부 전문가를 채용하기 위해 실시한다. 언어 우수자, 특정 기능·자격증 소유자 등을 채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조건이 정규 직원과 동일하고, 유일한 차이는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연장할 것인지, 퇴사할 것인지를 심사받거나 본인이 결정한다.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모집하나

앞서 말한 것처럼 특채나 계약직 채용은 특수한 전문 분야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로다. 수요는 꾸준하다.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보면 매달 여러 번 채용 공고가 올라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자원 외교, 제3세계 언어 특기자를 많이 뽑고 있다. 이정민 외교통상부 채용평가팀장은 “녹색성장 에너지·자원 에너지에 전문성을 보유한 이, 중동·아랍·스페인·포르투갈·몽골·러시아 등 특수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을 공채나 계약직으로 많이 채용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할까. 특채에서는 전문성과 경력을 참고한다. 지난 9월 말 게시된 3·4등급 특채 공고를 보면 외무영사직렬 5명, 외무영사직 및 외교정보직렬 48명, 전문계약직 나급 6명을 선발 예정 인원으로 두었다. 임용 예정 분야는 중남미지역협력, 법률, 경제통상, 노어·중국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아랍어 등 언어 우수 인력, 의전, 일반 외교·영사, 외교정보·통신, 에너지 협력 외교 등이었다. 어학 조건은 토익 790점 또는 텝스 700점과 같은 공인영어점수다.

특채는 사회 초년생보다는 어느 정도 관련 경력이 있거나 석사 이상 출신에게 더 적합한 경로다. 장기적으로 외교통상부 취업이 목적이라면, 먼저 관련 분야 경력을 쌓은 후 특채 모집에 응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단, 통역 요원과 같은 언어 전문가는 경력을 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계약직 채용은 특채와 응시 자격 요건이 유사하나 경력을 적게 보는 경향이 있다. 앞에서 소개한 기자 친구의 경우 석사 1학년 재학 중이었고 영어와 중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줄 알았으며 외교통상부 인턴십 경험이 있었다.



외교통상부 특채·계약직 Q&A

업무 시간은?

기본적으로는 9시 출근 6시 퇴근이나 이것을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야근이 많고 특히 국정감사 기간에는 새벽까지 근무하는 일이 다반사다. ‘공무원은 편할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오산.

어디서 일할까?

특정 분야로 취업했다 하더라도 부서 간 교류를 통해 이동할 수 있다. 해외 공관으로 나갈 수도 있다.

특채·계약직 채용 경쟁률은?

매번 다르다. 20 대 1이 넘을 때도 있고, 3 대 1 수준으로 낮을 때도 있다. 분야마다 편차가 크다.

직급·호칭은 어떻게 되나?

비엔나 협약에 따라 외교통상부 직원은 세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대외 직명이 있다. 3~1등 서기관, 참사관 등이다. 타 부처의 서기관, 사무관과는 다른 것이다. 계약직이나 3등급 특채로 입사할 경우 3등 서기관으로 시작한다. 외무고시에 합격하거나 5등급 특채로 입사하면 2등 서기관으로 시작한다. 외교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다 외교관이다. 외교관이라는 법적 명칭은 없지만 외교통상부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은 외교관으로 통칭한다.

공무원 신분 보장되나?

공채나 특채의 경우 한 번 입사하면 공무원으로서 60세 정년까지 신분이 보장된다. 계약직의 경우 5년이 넘지 않는 범위에서 심사를 통해 계약 기간을 연장할 수 있고, 5년이 넘으면 재공고를 통해 다시 입사 시험을 치러야 한다. 계약직으로 들어왔다가 특채나 공채에 다시 응시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 7급으로 입사해 열심히 일해서 5급으로 승진하기도 한다.

차별은 없나?

공무원 계약직은 민간 기업의 비정규직과는 많이 다르다. 우선 계약직 직원이 많고, 직책도 다양하다. 과장이지만 계약직일 수 있다. 계약직에 따른 활동 권한의 차등은 전혀 없다. 근무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 한 가지만 빼면 정규직과 동일하다. 보수는 오히려 더 많이 받을 수도 있다.



특채 절차와 평가 요소

수요 파악(어느 분야에 몇 명이 필요한지) ㅡ>
채용 공고 게시 ㅡ>
1차 서류 전형(스펙만으로 판단. 채용 인원의 5배수 안에서 채용 공고상의 자격 요건에 충족할 경우 전원 합격) ㅡ>
역량 평가(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능력, 협상력 등 외교관 자질 평가. 발표, 토론, 롤 플레이, 필기시험 등 실시) ㅡ>
면접 전형(공직관, 전문지식, 잠재력, 의사소통력 등을 복합적으로 평가. 역량 평가와 요소는 중복되지만 체크하는 방법이 다름.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 질문 예-영유권 분쟁에서 일본 주장의 가장 큰 약점은 무엇인지 2분 내로 짧게 발표하라) ㅡ>
종 합격(한 달 정도 교육 후 실무 투입)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제공 외교통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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