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만으로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

Humanities_최효찬의 ‘인문학이 에너지다’


전 세계가 경제 위기로 청년 실업이 증가하면서 분노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른바 ‘분노의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요즘 대학생 등 20대의 경우 천정부지의 부동산 값이나 어려운 취업 등으로 그 어느 세대보다 좌절과 분노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시골의사 박경철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청춘콘서트’를 하면서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이때 청년들이 ‘무턱대고 도전하라’는 기성세대의 말에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전했다. “기성세대가 흔히 하는 말이 ‘젊은이여 도전하라’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들으면 젊은이들이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함부로 도전했다가 결과가 잘못되면 선생님이 책임지겠느냐’고 말합니다. 도전 정신이 없는 게 아니라 한 번 잘못 내디디면 결과가 비참하기 때문에 못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도전 결과가 무서워 언제까지나 좌절하고 분노하면서 지낼 수는 없다. 또 부모에게 기대서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언젠가는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도전하고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없다.

하기 싫은 일이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다 보면 점차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좌충우돌의 시기에 자신의 고민과 꿈과 목표에 대해 조언해주는 멘토가 있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멘토가 필요한 것은 바로 시행착오와 좌충우돌을 줄일 수 있는 조언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선생님과 저는 학생들에게 도전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약속을 합니다. 여러분의 도전과 모험이 무모한 일이 되지 않도록 사회를 바꿔나가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요. ‘지금은 여러분 앞에 우리 둘만 있지만 주변에 얘기해서 늘려가고 노력할 테니 여러분도 어렵지만 절벽에서 떨어져라. 그러면 나무에 옷자락이라도 걸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합니다. 진정 이해하는 눈빛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들은 꽤 오랜 시간 위로를 받습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목표에 대한 나름대로의 구상과 계획, 비전을 세워야 한다. 용기만으로 무작정 덤벼들면 목표를 이룰 수 없다. 철저하게 조사하고 연구하고 자문을 구하면서 인생을 걸 만한 목표인지를 스스로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이후에는 실행에 옮겨야 한다. 자신의 비전과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게 취업이 될 수도 있고 취업 이외의 일이 될 수도 있다.

피터 드러커는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꾼 일곱 가지 지적 경험을 말하면서 먼저 ‘목표와 비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그는 대학에 진학하라는 부모의 권유를 물리치고 취직한 면제품 회사에서 견습생으로 일하던 18세에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폴스타프’를 봤는데 이것이 그의 일생을 지배하게 됐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베르디의 자료를 찾아본 드러커는 그의 나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오페라를 작곡할 당시 무려 80세였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베르디가 누군가에게서 “19세기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로 인정받고 있고 이미 유명인이 됐는데, 그 나이에 왜 굳이 힘든 오페라 작곡을 계속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답변한 말이었다.

“나는 음악가로서 일생 동안 완벽을 추구했다. 완벽하게 작곡하려고 애썼지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아쉬움이 남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는 분명 한 번 더 도전해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드러커는 베르디의 이 말을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마지막까지 완벽에 도전하고 싶다’는 인생의 목표와 비전을 세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살았다. 2005년 96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그는 30여 권의 저서를 써내며 경영학의 큰 산으로서 수많은 업적을 남긴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경영학자나 기업가는 거의 없을 것이다. 베르디의 오페라를 보고 결심한 대로 마지막까지 완벽에 도전하는 삶을 살았던 그는 진정 ‘자기 경영의 대가’다.



“고통 없이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No pain, no gain)”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내가 각기 다른 분야에서 성공적인 변신을 거듭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안철수 원장이 EBS의 CEO 특강에서 말한 이야기다. 이어서 그는 “의사에서 벤처기업가, 그리고 경영학자로 세 번에 걸쳐 변신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사실은 ‘고통 없이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No pain, no gain)’는 것이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금 하는 공부나 일이 다음에 할 공부나 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도록 인생을 계획한다면 가장 효율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장래에 얼마나 잘 쓰일 수 있을 것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주어진 일에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느냐’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에 다닐 때까지도 ‘외톨이’였다는 안철수는 자기 한계를 극복하면서 이른바 ‘착한 성공’ 모델을 만들었다.

지금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해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다면 왜 꿈을 이루지 못하는지에 대한 냉정한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과연 나는 안철수만큼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아니 안철수만큼은 안 되더라도 나 자신이 스스로 만족할 수준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자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안철수는 조정래 작가의 말을 인용하면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나 자신의 노력이 나를 감동시킬 수 있을 때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노력이 자신을 감동시킨 적이 있는지를 점검해봐야 한다는 말이다.

현대사회는 지나치게 여성화돼 있다고 말한다. 남자는 가족 내에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상실하고 외톨이가 돼가고 있으며, 더 이상 남자다움의 빛으로 아이들을 제대로 건사해내지 못하고 있고, 아내를 제대로 안아주지 못하고 있으며, 가족의 울타리조차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지나친 여성화 경향은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 전체가 수동적이고 착한 남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신화학자이자 시인, 에세이스트인 로버트 블라이는 ‘무쇠 한스 이야기’에서 현대사회의 남성들은 남자다움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다시 ‘야성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블라이는 “야성인은 야만인과 다르다. 자연적인 남자다움을 ‘야성적’이라 부를 수 있다면, 영혼이 없는 무반성적인 폭력성이야말로 ‘야만적’인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요즘 여성들은 직업 세계에서 약진하고 있는 반면 남성들은 퇴조하고 있다. 이 원인을 로버트 블라이가 말한 남성의 여성화 경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남자다움의 상실은 모험과 도전 정신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엄마가 자녀를 양육하고 자녀 교육을 주도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있을 것이다. 블라이는 일에서 전사처럼 싸우고 가족과 자기 내면의 영역을 지켜내며, 진정한 사회적 가치에 헌신해 원형질의 ‘남자다움’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야성인이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수렵사회에서 사냥을 하지 못하면 능력 없는 남자가 된 것처럼 산업사회에서 직업을 갖지 못하면 마찬가지로 능력 없는 남자로 낙인이 찍힌다. 이러한 세상의 법칙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것이 불변하는 세상의 냉엄한 법칙이다. 좋은 직업, 나아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위로받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멘토를 찾고 목표와 비전을 설계하면서 자신의 꿈에 접근하는 노력을 치열하게 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감동시킬 정도로 말이다. 사회적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제 남성이든 여성이든 야성인이 돼야 하지 않을까.



멘토를 찾고 목표와 비전을 설계하면서 자신의 꿈에 접근하는 노력을 치열하게 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감동시킬 정도로 말이다.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비교문학 박사

기자를 거쳐 현재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임연구원 겸 자녀경영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한국의 1인 주식회사’ 등 다수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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