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산학 장학생 제도]취업으로 가는 특급 열차 여기있네

장학금·해외연수·인턴십까지


올해 3학년인 이정욱(국민대 기계자동차공학부) 씨는 그 나이 또래 3~4학년 학생들이 흔히 하는 스펙 고민이나 진로 문제에서 자유롭다. 왜냐고? 이미 입사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잘나가는’ 대기업에!

졸업 전 학교를 다니면서 미리 취업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 각 기업에서 선발하는 ‘연구 장학생’ 또는 ‘산학 장학생’ 제도가 바로 그것. 미리 진로를 결정짓고, 장학금과 각종 빵빵한 혜택을 즐기며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 산학·연구 장학생 제도를 소개한다.

A British no through road T sign and a blue sky.

★ 산학·연구 장학생 제도란?
기업이 우수 인력을 미리 확보하고 양성하기 위해 대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생을 선발, 이들이 학업에 충실하도록 학자금 및 교육 등을 지원하는 제도. 장학생으로 선발된 학생들은 사전에 학자금과 함께 직무 관련 교육을 받고, 어학 점수와 학점 등 입사 조건을 만족하면 졸업 후 바로 입사할 수 있다. 현재 연구 장학생과 산학 장학생을 선발하는 기업은 현대자동차, 아모레퍼시픽, CJ제일제당, 하이닉스반도체, 포스코 등이다.



산학·연구 장학생 제도가 석·박사 출신에게만 열려 있다고 오해하는 학생들이 많다. 기업의 핵심 부서라고 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부서와 연계된 채용이 많다 보니 그 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석·박사 과정 학생을 선호하는 곳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학부생에게 산학 장학생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완전히 닫혀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자동차, 한라공조,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반도체, 포스코 등 많은 기업에서 석·박사 출신과 함께 학부생들도 산학 장학생으로 선발하고 있다.

졸업을 1~2년 앞둔 3~4학년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대자동차와 대우조선해양, 한라공조, 두산인프라코어가 모두 3~4학년을 대상으로 산학 장학생을 모집한다. 포스코는 2학년 학생도 지원할 수 있는데 금속, 재료, 기계, 전기전자, 화공화학 등 이공계 학생뿐 아니라 상경, 법정, 인문, 디자인 등 인문학 전공자에게도 폭넓게 지원 기회를 제공한다.

산학 장학생 선발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은 ‘학점’이다. 대우조선해양, 한라공조를 비롯해 대부분의 기업이 B 또는 B+ 이상의 학점을 지원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공 분야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 역량을 쌓아왔는지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전공에 진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학부생들이 석·박사 과정 학생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기업에서도 이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선발 과정에서 심도 있는 전공 질문을 하기보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주로 살핀다. 현대자동차의 연구 장학생 제도 담당자인 임준채 현대NGV 과장은 “선발할 때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인성’”이라고 말했다. 지원자의 가치관이나 인생관, 자신감 등을 비중 있게 본다는 것.



스펙 대신 학점으로 입사 기회 얻어

산학 장학생이 되면 졸업 후 입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선발 과정에서부터 충분한 검증을 하는 기업들이 많다.

대우조선해양은 매년 7~9월에 산학 장학생을 선발하는데, 그 과정이 신입 공채 절차와 동일하다. 서류 심사와 인적성 검사뿐 아니라 1박 2일 합숙 면접으로 진행되는 인성 면접과 실무 면접, 신체검사까지 실시한다. 한라공조 역시 신입 공채와 유사하게 서류 전형과 실무진 면접, 임원 면접, 신체검사 순으로 산학 장학생을 뽑는다.

포스코에서는 산학 장학생 선발 과정에서 인턴십을 진행하기도 한다. 겨울방학을 이용해 4주간 인턴십을 진행하는데 배치된 부서에서 실무진이 제시하는 과제를 2~3주간 연구해 해결해야 한다. 인턴십이 진행되는 동안 지원자의 조직 적응력과 성실성 역시 평가 요소가 된다.

신입 공채에서 인적성 검사를 실시하는 기업들은 산학 장학생 선발 과정에도 똑같이 인적성 검사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CJ제일제당은 서류 전형을 통과한 산학 장학생 지원자들에게 CAT(Cognitive Ability Test)와 CJAT(CJ Aptitude Test)로 이뤄진 CJ종합적성검사를 치르도록 한다. 하이닉스반도체 역시 서류 전형을 진행한 뒤 언어력, 수리력, 집중력, 분석력, 추리력, 직군별 역량을 검증하는 ‘HYNAT’ 검사를 실시한다. 두산인프라코어 산학 장학생 선발에서도 서류 전형 통과자들은 면접 전에 ‘DCAT’라는 인적성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얼핏 느끼기에 공채 못지않게 까다로운 고개를 넘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백 대 일에 달하는 신입 공채 경쟁률에 비하면 산학 장학생의 경쟁률은 낮은 편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 일례로 현대자동차 신입 공채의 평균 경쟁률은 100 대 1이다. 하지만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실시하는 연구 장학생 선발 경쟁률은 7 대 1 정도다.

낮은 경쟁률의 이유는 선발 방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산학 협력을 맺은 일부 대학만을 대상으로 교수 추천을 받아 선발을 진행하는 기업이 많다. 포스코는 학과장 및 학교의 추천을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산학 장학생을 뽑는다. LG디스플레이 역시 학교별 교수진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LGenius’선발 전형을 치른다.

산학 장학생 제도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신입 공채에 비해 어학 점수 등 스펙이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것. 현대자동차 연구 장학생 선발 과정에서는 신입 공채 전형에 있는 영어 면접이 생략된다. 어학 점수도 보지 않는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연구 장학생으로 선발되면 최종 입사를 하기 전까지 일정 수준 이상의 토익 점수를 갖춰야 하고, 입사 전에 영어 면접도 보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입사에 성공한다”고 말했다.

입사 자격에 일정 수준 이상의 어학 기준점을 두고 있는 기업에서도 산학 장학생 선발에는 어학 점수를 중요하게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본격적으로 취업시장에 뛰어들기 이전인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집하기 때문에 입사 전까지 시간 여유를 주고 입사 지원 조건을 충족하도록 배려하는 것. 소위 말하는 ‘스펙 인플레 현상’ 때문에 부담을 느끼던 이들에겐 전공에 대한 지식만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매력적인 제도인 셈이다.



해외여행·인턴십… 남부럽지 않은 특전 가득

선발 이후의 혜택도 빵빵하다. 매 학기 지급되는 장학금과 졸업 후 입사 특전은 산학 장학생 제도의 대표적인 혜택이다. 회사별로 1인당 40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장학금을 지급하며, 논문 보조금이나 해외연수 비용을 지원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혜택을 주는 대신 졸업 후 일정 기간 이상 해당 기업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입사 후 받을 지원을 학창 시절 미리 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그 혜택의 규모는 엄청나다.

한라공조는 산학 장학생들에게 장학금 외에 논문 보조비를 따로 지원하며, 방학 중 해외법인에 방문해 연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포스코에서는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3학년에겐 현장 실습 기회를, 4학년에겐 일주일간의 글로벌 챌린지 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준다.

학부 성적이 우수한 일부 학생을 대상으로 대학원 진학 비용을 지원하는 기업도 있다. 현대자동차 연구 장학생 프로그램과 LG디스플레이의 산학 장학생 제도인 ‘LGenius’ 멤버십 프로그램이 그 사례.

현대자동차는 3학년 학생들을 연구 장학생으로 선발해 졸업하기 전까지 총 3번의 방학 동안 자동차 관련 교육을 진행한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학교에서는 배우기 어려운 실습 위주의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졸업 후 연구개발 부문에 입사해서 현업에 빨리 적응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과 하이닉스반도체에서도 방학 중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며 관련 분야 직무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방학 기간을 이용해 진행되는 인턴십은 산학 장학생들이 애사심을 쌓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기업에서도 산학 장학생으로 선발된 학생들을 일종의 ‘예비 신입사원’으로 여기기 때문에 입사 전 직무와 관련한 전문성을 쌓으며 회사의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Samsung NV3, Samsung VLUU NV3>

장학금과 해외연수, 대학원 진학까지… 기업들이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산학 장학생을 선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 우수한 인재를 선점해 학창 시절부터 회사를 위한 인재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임준채 현대NGV 과장은 “우수 인재를 먼저 확보해 방학 중 현업에 필요한 지식을 미리 교육시키기 때문에 업무 적응력이 높은 편”이라며 “내년부터 더 많은 그룹사가 연구 장학생 모집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입 공채와 인턴십만이 취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 졸업 전 학교를 다니면서 장학금과 함께 미리 취업을 보장받는 ‘특급 열차’ 제도가 바로 산학 장학생이다. 관심 있는 기업의 산학 장학생 제도를 잘 알아보고 준비하는 것이 취업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듯, 미리 도전하는 자가 ‘취업 특급 열차’의 승차권을 얻는다.



대표적인 산학 장학생 제도
현대자동차 연구 장학생

분야 : 파이롯트센터, 생산개발 총괄본부
지원자격 : 3학년 1~2학기, 기계·전기전자·컴퓨터 전공, 평점 3.0 이상
선발 시기 : 3월, 9월
혜택 : 장학금, 노트북, 산학연계교육 프로그램, 성적 우수자 석사연계 프로그램(대학원 진학), 졸업 후 입사(현대자동차그룹 연구원)



대우조선해양 산학 장학생

분야 : 공학계열(설계, 영업, 사업관리, 생산전략), 상경계열(전략, 재무·회계, 경영관리)
지원자격 : 3~4학년(4학기 이상 이수자), 평점 3.5 이상, 토익 800점 이상, CPA· CFA(level 2)·PMP 자격증 우대
선발 시기 : 7~9월
혜택 : 장학금, 인턴십, 졸업 후 입사



한라공조 산학 장학생

분야 : 기술연구소(시스템 연구개발, 부품 연구개발, 설계평가 및 검증, 기술관리 및 기획)
지원자격 : 내년 2월 졸업예정자, 기계·전기전자 전공, 평점 3.5 이상, 토익 700점 이상
선발 시기 : 3월
혜택 : 장학금, 논문 보조비, 해외 배낭여행 및 연수, 해외법인 인턴십, 직무별 조기육성 프로그램, 졸업 후 입사



CJ제일제당 산학 장학생

분야 : 제조기술(공무, 생산기술, 품질관리)
지원자격 : 3~4학년(3학기 이내 졸업예정자), 기계·전기전자·식품공학 전공
선발 시기 : 4월, 10월
혜택 : 장학금(학기별 등록금 및 학비 보조금), 논문 제작비 지원



하이닉스반도체 장학생
분야 : 설계, 소자, 공정, 제품, PKG 분야
지원자격 : 3~4학년(마지막 학기 제외), 전기전자·반도체·물리·재료·금속·화학(공)·컴퓨터 등 전공
선발 시기 : 3월, 9월
혜택 : 장학금, 방학 중 인턴십, 졸업 후 입사(장학금 수혜 기간의 2배 근무 의무)



두산인프라코어 산학 장학생
분야 : R&D(연구개발) 생산 지원
지원자격 : 3학년 이상, 기계·산업공학·전기전자 전공, 평점 3.0 이상, Toeic Speaking 110점 이상 또는 OPIc IL 이상
선발 시기 : 3월, 9월
혜택 : 장학금(월 70만 원), 졸업 후 입사(장학금 수혜 기간의 2배 근무 의무)



포스코 산학 장학생

분야 : 각 분야
지원자격 : 학부 2~3학년, 평점 3.19(4.5 만점) 이상, 인문계(상경·법정·인문·디자인), 이공계(금속·재료·신소재·기계·전기전자·화공화학·IE·물리·에너지자원)
선발 시기 : 11월
혜택 : 장학금(매달 50만 원), 여름방학 기간 중 현장 실습(3학년) 및 글로벌 체험(4학년), 졸업 후 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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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 장학생’ 채용문 이렇게 뚫었어요
이정욱 (국민대 기계자동차공학부 09학번) 씨·현대자동차 R&D분야 연구 장학생

“학점 관리는 필수, 인적성검사는 의무, 공모전 활동은 선택”



Q. 연구 장학생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A. 신입생 때 선배를 통해 현대자동차 연구 장학생 제도에 대해 알게 된 뒤 도전 목표를 세웠어요. 학교를 다니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학점 관리예요. 연구 장학생 모집에 지원하려면 평점 3.0 이상이 돼야 한다고 들었거든요. 그렇다고 학점 관리에만 매달린 것은 아니에요. ‘브랜드림’이라는 마케팅 연합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현대자동차 마케팅 공모전에 참가했어요. 또 교내 자동차 설계 동아리에 들어가 현대자동차의 설계 프로그램인 카티아(CATIA)를 미리 공부해보기도 했죠. 선발 전형에 인적성 검사가 있었기 때문에 2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에는 교내 특강을 들으며 인적성 검사 준비도 미리 했어요.

Q. 연구 장학생이 돼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A. 무엇보다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시간을 쏟지 않고, 제가 꿈꾸는 ‘자동차 엔지니어’가 되기 위한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이번 학기 수강 신청을 할 때도 자동차 엔지니어로 일하기 위해 배워야 할 것들 위주로 수업을 선택했죠. 그 결과 수업 능률도 많이 올랐어요. 졸업 후 최종 입사를 위해서는 지정 과목을 이수하고, 750점 이상의 어학 점수와 3.5점 이상의 평점을 유지해야 하지만 저는 입사를 위한 공부뿐 아니라 자동차 관련 서적도 많이 읽고, 관심 분야에 소양을 쌓는 공부도 더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저를 믿고 뽑아준 현대자동차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재가 되고 싶습니다.

Q. 연구 장학생이 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A. 한 가지 목표를 일찍 정하는 것이 중요해요. 저도 연구 장학생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나니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쉽게 계획을 세울 수 있었고, 순서대로 차근차근 해나갈 수 있었어요. 시간이 닥쳐서 급하게 어떤 일을 하려다 보면 꼭 무언가는 놓치게 되잖아요. 만일 제가 목표를 일찍 정하지 않았다면 인적성 검사 준비나 카티아(CATIA) 공부를 미리 할 계획을 세우지 못했을 거예요. 자신의 꿈을 위해서 목표를 일찍 정하고 전진하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
김다빈 대학생 기자(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4)
사진 한국경제신문DB·현대NGV·하이닉스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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