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_올가을엔 사랑할 거야] 이것만 알면 ‘커플 성사’는 식은 죽 먹기

소개팅 실전 필살기

소개팅이란 그 자체로 얼마나 로맨틱하며 드라마틱한 만남의 형태인가. 세상의 수많은 사람 중에서 나와 상대방을 동시에 아는 누군가가 운명처럼 인연을 이어주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두 사람을 잘 알고 있는 주선자라고 해도 소개팅이란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높은 프로젝트다. 좋은 결말이 날 확률은 더더욱 높지 않다. 왜 그럴까.

첫째, 소개팅이라는 만남 자체가 가지는 ‘태생적 부자연성’ 때문이다. 조금 어려운 단어 같지만 사실 별 얘기 아니다. 예를 들어 함께 수업을 듣다가, 혹은 동아리나 동호회 활동을 하다가 가까워지는 경우 두 남녀는 얼마든 서로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볼 시간 여유를 갖지만, 소개팅은 그럴 수가 없다.

‘네가 얼마나 이성적으로 매력 있는 존재인지 내가 한번 가늠해보겠어’라며 작정하고 나온 두 남녀의 만남이 자연스럽거나 여유 있기란 태생적으로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바로 이 포인트에서 소개팅 필살기가 나오니 너무 괴롭게 듣지는 말자.)

둘째, 제아무리 두 사람을 잘 아는 사람이 연결해줬다고 해도 그 사람이 만들어낸 남녀의 조합이 썩 괜찮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성으로서 매력 있는 사람과 동성으로서 매력 있는 사람은 분명 다른 법이다.

자신의 괜찮은 동성 친구랍시고 소개해준 사람이 실제로는 정말 별로인 사람이어서 소개팅을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을 어디 한두 번 보던가. 솔직히 필자 역시 몇 번 친구를 통해 소개팅을 해봤다가 애꿎은 우정에 금갈 뻔한 상황을 몇 번 겪었다. (그런데 바로 이 포인트에서 당신이 기억해야 할 한 가지가 나오니 이것 역시 기억해두자.)

셋째, 소개팅 이후에 벌어지는 모종의 파워 게임이 못내 불편해서다. ‘소개팅 후 애프터를 제안하는 것은 아무래도 남자의 몫’이라는 인식 때문에, 여자 쪽에서는 남자가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남자는 여자를 꼭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적거나 다소 시큰둥할 때, 혹은 남자가 소심하여 여자의 호감 어린 눈빛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때 비극이 일어나게 된다.

먼저 연락하자니 자존심이 상하는 여자와 ‘내가 연락 안 하면 어차피 이 관계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겠군’이라고 생각하는 남자의 우울한 조합이랄까. (그러나 또 이것이 끝이 아니다. 분명 여기에도 해결의 실마리가 존재한다. 기다려라.)

그렇다고 해서 소개팅을 포기할 순 없다. 소개팅이 가지는 이런 문제점들은 분명 난감한 것이지만, 누군가는 소개팅을 통해 꽤나 괜찮은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럼 이제부터 소개팅에서 성공하기 위해 당신이 기억해야 할 것을 자세하게 짚어보겠다. Are you ready?


부자연스러운 만남일수록 전투적으로 준비하라

1) 아이 콘택트와 미소로 상대를 녹여라

첫인상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는가? 얼굴의 이목구비? 보디라인? 옷차림? 물론 이 모든 것이 전체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연구자마다 조금씩 다른 의견을 보이긴 하지만 가장 짧게는 0.7초 안에 결정돼 버린다는 첫인상을 좋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소개팅 전 얼굴에 팩도 하고, 유난히 메이크업에 신경 쓰고, 평소에 입지 않던 스타일에도 도전하며 여러 가지로 노력하곤 한다.

하지만 외모가 전부라고 믿는 순간 소개팅에서의 승률은 낮아진다.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적절하지 못하다고 믿는 유교적 의식이 깊게 뿌리박힌 한국에서 자란 탓일까. 혹은 첫 만남에서 너무 좋은 티를 내면 없어 보일까봐 걱정하는 탓일까.

속으로는 ‘이 사람 꽤 괜찮네’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상대방에게 딱히 관심 없는 듯 시큰둥하게 눈도 안 마주치고 제대로 웃지도 않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너무 과하면 안 되겠지만) 적당한 아이 콘택트와 미소 띤 얼굴을 보이는 것은 일단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보여주는 방법이면서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방법이다. 시계나 휴대전화를 힐끔거리는 등 산만한 태도로 상대방의 호감을 얻을 것이란 기대는 하지 말라는 뜻이다.


2) 상대방에 대한 기본 조사와 대화 주제를 준비하라

소개팅 전에 상대방에 대해 조사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많은 연애 전문가들은 말해왔다. 하지만 단순히 ‘어느 학교 다녀?’ ‘키는 몇이야?’ ‘예쁘대?’ ‘어느 동네 산대?’ 정도가 그 사람에 대한 조사로 충분하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그 사람과 절친한 사람이 소개팅을 해주는 경우라면 분명 그 사람의 취향이나 성격, 최근 있었던 일을 전해 들을 기회가 있을 것이다. 상대방이 얼마 전 어학연수를 다녀왔다든가, 어떤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봤다든가, 최근 어떤 뮤지션에게 열광하고 있다든가 등 다양한 정보를 입수할 것. 그리고 대화 도중 그와 관련한 질문을 슬쩍 던지면서 상대방이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편안히 꺼낼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물론 “제가 주선자에게 다 물어봤죠”라는 말을 빼는 것은 기본이다.


이상형이 나올 확률을 높여둬라

1) 반드시 갖춰야 하는 두세 가지 조건을 갖고 있어라

‘소개팅 좀 시켜달라’고 늘 말하면서 정작 어떤 사람을 소개시켜 주면 결과가 좋지 않은 사람이 꽤 있다. 그러고 나서 주선자만 원망하는 사람들 말이다. 이유는 한 가지다. 남들은 ‘저 사람과 꽤 잘 어울리겠다’라고 말하는데 정작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자신이 정말로 어떤 이성을 원하는지 제대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하는 이성을 소개팅에서 만날 수 있으려면 적어도 자신이 어떤 사람을 사귀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사람은 절대로 피하고 싶은지 (남이 그 조건에 대해 뭐라고 하든) 자기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두세 시간이라는 소중한 시간과 얼마간의 데이트 비용을 날려 버리고 싶지 않다면 정말 자기가 좋아할 만한 사람을 만나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키는 무조건 몇 센티미터 이상이어야 한다면, 종교가 같아야 한다면, 함께 여행을 자주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활동적인 사람이 좋다면 그러한 조건을 사전에 충분히 어필하라. 물론 조건의 개수가 하나씩 증가할 때마다 당신에게 소개팅을 해주려는 사람의 수도 하나씩 줄어들겠지만.


2) 일단 어느 누구에게든 매력적인 ‘인간’이 돼라

동성에게 인기 있는 사람이 항상 이성에게 인기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참 괜찮은 사람’이란 말을 듣지만 정작 연애는 한 번도 못해본 사람도 많으니까. 하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실하다. 동성에게든 이성에게든 매력적인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믿을 수 있는 사람’ ‘인간적인 배려심이 있는 사람’ ‘자기 삶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면 당신에게 들어오는 소개팅 횟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고, 당신에게 괜찮은 사람을 소개해주려는 사람도 줄어들 게 뻔하다. 바쁘고 고달픈 현대 시대에 ‘날 뭘로 보고 그런 사람을 소개한 거야?’라는 말을 듣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찮은 남자, 괜찮은 여자가 되려고 애쓰기 전에 당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한 번은 냉철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다음 호에는 애프터 받아내는 법, 소개팅에서 최악인 남자·여자 사례가 이어집니다!



곽정은
‘코스모폴리탄’ 피처 에디터이자 연애·성 칼럼니스트.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전략이었다’ 저자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