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각대로 사는 삶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취업준비생을 위한 심리처방전 ②

‘하루하루의 삶이 스트레스다’ ‘게으름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열심히 살았지만 패배자가 된 것 같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당신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더 큰 노력? 자기반성? 아니면 소주 한 잔? 아니, 무엇보다 마음을 들여다볼 때다.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르듯 마음의 근육을 키우면 많은 갈등을 이겨낼 힘이 생긴다. 실패를 오히려 성공의 발판으로 삼을 수가 있다. 아울러 행복한 삶을 사는 열쇠를 쥘 수 있다.

이제 좌절은 그만. 대신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보자. 행복으로 가는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취업준비생의 고민은?

취업을 생각하면 부담감만 앞서요. 나이가 나이인 만큼 빨리 취업해야 하는데 아직 확실한 꿈이 없어요. 이렇게 취업하는 게 맞는 건지, 이게 정말 내 길인지 고민이 진짜 많죠. 그런데 주변 친구들이 취업하는 모습을 보면 어디든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자극을 받아서 더 열심히 하기보다는 뭔가 더 조급해져요. 갈수록 경쟁사회라고 하잖아요. 취업 전형도 더 복잡해지고, 요구하는 게 많아진다는데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이것저것 말만 들으니까 답답한 거죠.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 하지만 취업의 문은 좁고, 다들 스펙은 쟁쟁하고 하니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 스펙 쌓기에 급급하네요.

경기도 용인시 영불안 씨(가명·24)


왜 이렇게 미래가 두려운 걸까요? 전 평소에 생각이 참 많은데요, 정작 선택은 못하고 고민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엔 입사 시험을 치르는 상상을 많이 해요. 생각하면 괜히 두려워져요. 떨어지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면 아찔해요. 전 거절에 익숙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섣불리 자기소개서를 넣기도 무섭네요. 요즘은 외모도 많이 본다는데 성형을 할까 고민도 많이 하고요.

부산시 민락동 왕소심 씨(가명·26)


붙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어요. 거의 다 붙었다고 생각했는데 꿈을 꾼 것만 같습니다. 탈락 생각만 하면 잠도 오지 않아요. 이게 내 길이라고 생각했고, 물론 100%는 아니지만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해요. 이것만 바라고 준비했는데 떨어지니 ‘이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패배자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곤두박질칩니다. 내가 무능한 탓일까요? 아니면 이게 내 길이 아닌 걸까요?

서울시 대현동 박낙담 씨(가명·25)


전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었어요. 어려서부터 남들과 똑같은 건 싫었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세상이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네요. 사람도 그렇고요. 오히려 뭔가 열정을 가지고 해보려고 하면 더 안 되는 것 같아요. 이제는 모든 일이 힘들게 느껴져요. 사소한 일을 하는 것도 뭔가 부담스럽고, 에너지가 소모되는 느낌이에요. 일이 뜻대로 안 되면 열폭(열등감 폭발)해서 누군가에게 짜증을 내지 않고는 못 견디겠어요. 난 특별한 사람인데 남들이 왜 그걸 몰라줄까요?

경기도 안산시 나특별 씨(가명·27)


공부할 게 산더미인데요, 마음처럼 잘 되지가 않아요. 특히 취업 준비는 중간고사처럼 정해진 양이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실제로는 잘 안 되네요. ‘나는 왜 이러고 있나’ 내 모습에 더 답답하고 화가 나기도 해요. 나름 꿈도 크고, 목표로 정한 회사도 있어요. 진짜 잘하고 싶은데 전 왜 이렇게 의지가 연약하고 게으른 걸까요?

서울시 신림동 늘나태 씨(가명·29)


>>>>심리처방전

‘어른으로 산다는 것’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등의
저자 김혜남 정신분석 전문의에게 도움말을 구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책임을 진다’는 거야

대학생인 아들이 평소 제일 화나는 말은 ‘네가 알아서 해라’라고 하더라. 부모가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네가 원하는 걸 해라’ 했을 때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결국 선택이다.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는데 그걸 피하고 싶은 것이다.

“뭐 먹으러 갈까” 했을 때 “알아서 해”라고 하면 맛이 없을 때는 자기 책임이 아니고, 맛이 있어도 권한을 위임한 자신의 혜안으로 여기지 않던가. 실패했을 때 그것을 내 책임이라고 하면 감당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그런 비난을 피하고 싶기 때문에 선택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 어른이 된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는 인생, 엄마의 요구대로 사는 삶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계속 떠도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행복해지려면 주도적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네가 원하는 것을 다 이루며 살 수는 없어

세상이 내 뜻처럼 다 되지는 않는다.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다 이루며 살 수 없다. 그럴 때 그 사람은 평생을 불행 속에서 살아야 할까? 많은 20대가 ‘이게 내 적성에 맞지 않고, 내 길이 아닌가 보다’ 하고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살다 보면 원하지 않는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때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간절히 원했던 일을 하다가도 권태와 회의가 올 때가 있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내 사람이다 생각했는데 살다 보면 권태기가 오고 맘에 들지 않을 때가 많다. 그렇다고 헤어질 건가. 세상에는 갈아치울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일이건 연애건 열정과 환희 뒤에는 반드시 매너리즘과 회의가 뒤따른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쉽게 포기하면 계속 메뚜기 같은 인생을 사는 것이다. 50년 이상 살아보니까 내 길이 아닌데 걸었던 길이 나중에 보니 내 길인 경우가 많더라. 레지던트를 모교에서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굉장한 배신감을 느꼈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일을 시작하는 첫날, 울면서 ‘내가 여기서 트레이닝하려고 그 고생을 했나’ 했었다.

그런데 돌아보니 얼마나 잘된 일인지 모른다. 모교에서는 약물 치료 위주의 트레이닝을 했을 텐데, 난 다양한 것을 경험하면서 정신분석을 선택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내 길은 여러 가능성 중에서 내가 선택한 나의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하면 그동안의 노력은 다른 일을 할 때 밑받침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 뭔가를 해서 이뤄내 보는 것이다. 그럴 때 자신감이 생겨서 또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다.


면접에서 떨어졌다? 이미 넌 대단해!

면접에서 떨어진 사람들, 거기까지 간 게 어딘가. ‘나는 안 된다’가 아니라 ‘내가 왜 떨어졌나’를 분석해봐야 한다. ‘인재를 못 알아본 너네 잘못이다’라고 생각하고 자기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찾아내서 채우면 된다. 친구만 합격해서 불안하다면 상대방은 왜 붙었는지를 생각해보자. 좌절만 반복하면 또 떨어진다.

그리고 누구라도 넘어질 수 있고,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실패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우리는 그 과정을 통해 더 큰 실패를 예방할 수 있다. 삶의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우리 모두에겐 복원력이 있다. 이 복원력은 힘든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그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도록 스스로 돕는 힘을 말한다.

말하자면 자연치유력이라 할 수 있다. 유독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는 복원력이 큰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의 특성은 스트레스를 잘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누구나 살다보면 고난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나아가 역경을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또한 남의 탓을 하기보다는 힘들다고 인정하고 고통과 실망을 이겨내는 법을 배워나간다.

지금 일어나 움직여 봐

게으름이란 사실상 두려움이다. 또한 큰 성공이 아닌 작은 성취는 무의미하다고 느낄 때, 그런 가치 없는 일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을 의미 없는 일로 여겨 큰 성공에 대한 몽상에만 잠겨 있는 경우이다. 그러나 무엇을 시작했을 때 한 번에 대박을 터트리는 법은 없다.

간혹 매스컴에 대박 신화 기사가 나오면 사람들은 그런 대박을 꿈꾸기도 한다. 그런 대박이 있기까지의 숨겨진 시간과 노력에 대해서는 모른다. 꼬꼬면으로 대박을 친 개그맨 이경규의 경우, 그에겐 이미 닭요리 프랜차이즈를 몇 개 거느려봤던 경험이 있었다.

‘남자의 자격’ 촬영 대기실에서 끊임없이 라면을 끓여 먹어보는 그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즉 그의 대박은 누워 있는 이경규에게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실패와 재기, 그리고 노력 끝에 얻어진 산물이란 것이다. 경쟁사회에서 밀릴까 두렵다면 고민은 그만하고 일어나 움직여야 한다.


네가 하는 일은 ‘가치 있는 일’ 자부심을 가져봐

내가 하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이란 자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아무 의미 없는 서류정리라 해도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내가 하는 서류정리는 다른 누가 하는 것보다 더 체계적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에 임해보라. 결국 그 노력과 성실성은 당신을 세계 최고로 만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최고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일 뿐이다. 인생은 과정인데 눈앞 성취만을 좇으면 내가 뭘 하는지 방향성을 잃을 수 있다.

두 가지 꿈을 꾸라고 말하고 싶다. 10년 후의 먼 꿈으로 인생의 가치를 꿈꾸어라. 인간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불행해진다. 세상에는 꼭 필요한 사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 없어야 할 사람이 있다. 첫 번째가 되면 되는 것이다. 똑똑한 사람은 또 다른 똑똑한 사람으로 대체되지만 성품이나 성격은 그럴 수 없다.

“당신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다”라는 얘기를 듣는 사람은 행복하다. 어떤 삶을 살겠다는 가치를 꿈꾸었다면, 그에 도달하기 위한 현실적인 꿈을 꾸어라. 그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최고를 만나는 기쁨을 맛볼 수 있고 자신이 최고의 반열에 속하는 기회도 잡을 수 있다. 또한 후배들이 자신보다 뛰어난 것을 보는 기쁨도 누릴 수 있다. 왜냐하면 자신이 누군가가 최고로 가는 길에 깔린 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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