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광산에서 금 캐는 대학생들

‘골드러시’ 앱 시장 리포트

스마트폰을 사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십니까? 기자는 애플리케이션에 몰두했습니다. 친구에게 추천 리스트를 전달받고, 며칠간 밤잠을 설치며 휴대폰을 앱으로 꽉 채웠더랬죠. 스마트폰을 손에 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가지는 것이 바로 애플리케이션입니다.

가지각색의 앱 세상에서는 각종 생활 정보도 얻을 수 있고, 게임도 할 수 있고, 공부도 할 수 있습니다. 우연히 마음에 쏙 드는 앱을 만났을 때는 대단한 발견을 한 듯 기뻐하기도 하고요.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앱 시장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는데요.

큰 기술과 자본이 없어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리면서 대학생들도 앱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곳이 미래의 일자리가 될 수 있을까요? 앱 시장에서 금을 캐는 대학생들을 한번 만나보시죠.

누구나 대박 애플리케이션의 주역이 될 수 있다? 학력 불문, 전공 불문,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아이디어가 있다면 앱을 만들 수 있다? 앱 시장에는 걸출한 기업도 꽤 있지만 개인이 만든 대박 상품도 적지 않다. 개발자 중에는 대학생, 고등학생도 있다.

과연 앱 시장은 ‘21세기의 금광’일까. 앱 관련 전문가들과 기자가 만난 앱 개발자들은 “기회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장조사 업체인 IDC에 따르면 모바일 앱 다운로드 건수가 지난해 109억 건에서 2014년에는 769억 건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기존 웹 서비스 시장은 성숙기를 넘어 안정기 단계에 접어든 반면 모바일 시장은 한창 성장기를 지나고 있다. 신규 진입자도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단, ‘환상은 금물’이라는 것이 또 하나의 공통 의견이다. 일확천금을 기대하고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간 실망만 안고 돌아가기 쉽다. 앱으로 돈을 버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공짜 앱이 많기 때문이다. 광고로 수익을 내는 것은 소위 대박 앱이 돼야 가능한 얘기다. 유료 앱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소비자의 주머니를 열만한 매력적인 아이템이 필요하다.

결론은 ‘누구나 진입할 수 있지만 아무나 성공할 수는 없는 시장’으로 요약된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강력한 무기가 있어야 고지를 쟁탈할 수 있다. 가장 경쟁력 있는 무기는 바로 아이디어다. 그래서 앱 시장은 일면 대학생에게 유리하다. 대학생의 재기발랄함과 열린 마음, 창의적인 사고는 앱 비즈니즈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핵심 요소다.

기자가 인터뷰한 이화앱센터, 스튜디오 꼬막 , 윤지혁 세 팀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앱 시장에 몸을 담그고 있다. 이화앱센터는 앱 개발 동아리다. 이들은 “앱에 관심이 있지만 접근 방법을 모르는 이들에게 앱 동아리가 최적이다”고 말한다. 스튜디오 꼬막은 앱 창업을 한 경우다.

두 명의 대표는 “다가오는 스마트 시대와 해외시장까지 공략하면 앱 시장은 무궁무진하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윤지혁 씨는 앱 공모전과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공략했다. 그는 “대학 시절 여러 활동을 통해 기술을 쌓고, 이를 토대로 취업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의 앱 도전 이야기, 더 자세히 들어보자.



이화앱센터
술자리에서 먹힐 만한 게임으로 또래 공략했다

여대의 한 동아리에서 앱을 만들었다 하여 찾아가봤다. 여학생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남학생도 있다고 한다.

“학교 수업을 통해 모임을 시작하게 됐어요. 트위터 등으로 앱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이화여대생 16명과 연대생 1명으로 출발을 했죠.”

1년 반 사이 세 번에 걸쳐 신입 회원을 모집해 지금은 수도권 지역 대학생 3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기획팀, 아이폰팀, 안드로이드팀, 디자인팀으로 나뉜다. 이들은 왜 이곳에 모인 것일까.

신나은 이화앱센터 센터장은 “애플리케이션에 관심이 생겨서 개발을 하고 싶은데 혼자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서 시작했다”고 말한다. 대다수 회원은 “앱 열풍에 동참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서 개발하지 못하는 경우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동아리다”고 의견을 모았다.

현재 이들은 4개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다. 재학생 30명이 협업하는 작업인 만큼 스케줄 관리가 중요한 문제다.

“지도교수님이 있긴 하지만 기획부터 자체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어요. 팀별로 최소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회의를 하고 각자 맡은 분량을 정해서 일하는 시스템이에요. 한 달에 한 번은 전체 모임을 갖고요.”

대표 앱은 ‘앵그리 할머니’라는 게임이다. 듣는 순간 ‘앵그리 버드’가 생각난다.

“앵그리 버드를 떠올릴 수 있게 ‘낚시성’으로 만든 이름이에요. 게임은 단순해요. 어렸을 때 남의 집 대문을 두드리고 도망간 적이 한 번쯤 있을 텐데요, 마찬가지로 할머니네 집 대문을 두드리고 도망가는 게임이에요. 처음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서 아이템을 결정하고, 개발 기술은 책 보고 배워가면서 했어요. 사운드는 동아리방에 회원들이 모여서 직접 녹음했고요. 1년여간 좌충우돌하면서 공들여 만들었어요.”

지난 4월 출시돼 15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 수와 앱스토어 무료 다운로드 순위 3위를 기록했다. 처음 선보인 앱으로서는 만족할 만한 성과라고 한다. 또래 집단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는 자평이다.

“대학생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려고 했어요. 미팅이나 술자리에서 즐겁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 해서 앱 출시도 미팅 시즌인 3~4월에 했고요. 할머니의 욕을 실감나게 살려서 사운드를 재밌게 만들었어요. 기획할 때부터 또래 집단을 타깃으로 삼고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했던 게 좋은 결과를 만든 것 같아요.”

이화앱센터 회원들은 앱 동아리 활동이 ‘수익’보다 ‘경험’을 쌓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한다.

“맨 땅에 헤딩해가면서 앱을 만들었어요. 앱 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끈기인데, 혼자서 하면 포기했을 것 같기도 해요. 함께 하다 보니 책임감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앱 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익힐 수 있었죠.”

이들은 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도전해 볼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동아리 활동을 하고 앱 창업을 한 선배도 있어요. 실무를 경험하면서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볼 수도 있고요. 앱 시장에 기회가 많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자신의 진정한 적성을 발견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화앱센터
2010년 3월 발족. 5월 KT 앱 아이디어 대회 참가. 6월 INDAF(인천 국제디지털아트 페스티벌) 참가. 12월 (사)앱센터지원본부 산하 이화여대 앱센터 인증. 2011년 5월 ‘앵그리 할머니’ 앱스토어 출시, 무료 다운로드 앱 3위 랭크


스튜디오 꼬막
정부 지원 프로그램으로 ‘맨손 창업’ 성공

앱 하나를 출시하기 위해선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기획, 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이다. 물론 혼자서 ‘일당백’을 감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인다면 보다 완성도 있는 앱이 탄생할 수 있다. 스튜디오 꼬막의 박영준·김산 두 대표는 각각 콘텐츠와 개발에 강점을 가지고 의기투합했다.

“만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앱 개발을 하고 있어요. 전공이 만화창작과인 사람과 컴퓨터정보과인 사람이 만났죠. 한 명은 편집·기획을, 다른 한 명은 개발을 맡고 있어요.”

이 둘은 ‘앱 창작터’에서 만났다. 앱 창작터는 중소기업청이 전국 25개 대학에 만든 무료 교육센터로 앱 개발 교육과 창업 지원이 이뤄진다. 스튜디오 꼬막은 일찍이 창업의 길을 생각했다.

“대기업들도 앱 시장에 많이 진출을 했지만 개인 개발자도 아이디어가 있고 지속적으로 공급될 콘텐츠만 있다면 충분히 진출할 만한 시장이라고 봤어요. 특히 만화의 경우 아직 경쟁 업체가 많지 않아서 잘하면 시장 선점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시작했습니다.”

창업 비용은 얼마나 들었을까. 뜻밖에도 ‘돈 들이지 않고’ 창업했다고.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청년 창업을 돕는 지원 프로그램이 많아요. 사무실은 서울시의 청년 지원사업에 응모해서 강북청년창업센터를 이용하고 있어요. 중소기업청이나 창업진흥원 홈페이지를 주시하면 길이 보일 겁니다. 창업경진대회를 공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지난 2월 창업한 이후 모난돌, 신데렐라, 크리에이티브 2011, 팜팜의 이상한 여행 등 총 4개의 앱을 출시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앱은 공짜라는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유료 앱의 경우 평균 가격이 0.99~1.99달러인데 아이폰의 경우 수익의 30%는 애플사에 지급해야 해요. 수익을 내려면 다각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합니다.”

스튜디오 꼬막의 전략은 ‘초기 흥행’에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다.

“초기에 이목을 끌어 다운로드 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해요. 콘텐츠 관련 커뮤니티나 파워블로거 등을 활용해 홍보를 할 계획이에요. 무료 버전이 흥행을 하면 이를 보강해 유료로 출시할 생각도 있어요. 작가 사인북과 같은 이벤트를 통해 꾸준히 독자 관리를 할 생각이고요.”

앱 창업 시에는 보다 멀리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다. 스튜디오 꼬막의 미래 먹을거리는 ‘해외시장’과 ‘스마트 시대’에 있다.

“창업을 생각한다면 시각을 해외로 넓히는 게 필수인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콘텐츠를 제값을 주고 잘 구입하지 않잖아요. 현재 기존 유명 만화 작가의 작품과 새롭게 창작한 만화를 활용한 신규 앱을 준비 중인데 4개 언어로 번역 작업을 하고 있어요. 또 다가오는 스마트 시대에 대비해 여러 매체 연계 상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기존의 앱과 웹을 결합한다든지, 시계나 에어컨 같은 가전제품에도 앱이 설치될 수 있거든요. 통합적인 사고로 콘텐츠를 개발해나간다면 앱 시장은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산 대표(좌)
1986년 생. 경복대 컴퓨터정보과 휴학 중. 2011년 7월 서울시 청년 지원사업 3기 선발
박영준 대표(우)
1983년 생. 2011년 5월 지식서비스분야 아이디어 상업화 지원사업 당선


윤지혁 씨, 앱 공모전 싹쓸이 취업 준비도 OK!

넘치는 열정으로 앱 시장에서 금을 캐고 있는 또 한 명의 대학생, 바로 윤지혁 씨다. 그는 현재 삼성전자 소프트웨어멤버십 소속이다. 소프트웨어멤버십은 삼성전자가 미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 윤 씨는 지난해 1월부터 정회원으로 활동하며 회사 지원 아래 앱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군대를 육군본부 정보체계관리단으로 갔는데, 그때 개발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진로를 정했어요. 그 후 기회가 닿는 대로 실력과 열정을 겸비한 개발자들의 모임을 찾아다녔죠.”

윤 씨는 앱 공모전에서의 활약이 돋보인다. 유명 공모전에 미로와 퍼즐을 접목한 게임 앱, 안드로이드용 무료 문자 앱 등을 내놓아 은상, 동상 등을 받았다. 총 8개 공모전에서 받은 상금만 해도 1000만 원에 달한다.

“공모전은 시장에 출시하는 앱과 비교할 때 공략 방법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시장에서는 사용하기 쉬운 앱, 심플하고 귀여운 디자인이 인기가 많은 반면 공모전에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참신한 기술’이 중요해요.”

윤 씨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기존 앱의 부족한 점을 찾아 보완하는 쪽으로 방향을 맞췄다고 한다. 또한 아이디어 이상으로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다. 젊은 앱 개발자가 생각하는 앱 시장의 미래는 어떠할까.

“아직 인력이 부족한 신시장이라는 점에선 각광받고 있지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은 이 상황이 과거 웹 개발자가 주목받던 때와 무척 닮았다는 거예요. 관련 직종이 포화상태가 됐잖아요. 하지만 앱에는 다양한 기술이 융복합적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다고 봅니다. 앱을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로서의 실력도 키울 수 있어요.”

꼭 앱 개발로 창업을 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쌓은 능력이 취업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삼성 소프트웨어멤버십을 통해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예정돼 있어요. 취업 후에도 지금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즐겁게 생활하고 싶어요.”

윤지혁
가톨릭대 미디어공학과 4. 온네트 전국 대학생 스마트폰 게임개발 은상, 2010 T스토어 애플리케이션 공모전 동상 등 총 8개 공모전 수상


김지현 다음 전략팀 본부장이 말하는 앱 비즈니스의 성공 조건
첫째, 지속 성장이 가능한 앱을 만들어라_한 번 다운을 받고 끝내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용할 만한 앱을 만들어야 한다. 먼저 고객층을 정하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라. 특히 대학생이라면 또래가 좋아할 만한 연애, 공부, 맛집 등 대학 생활과 밀접한 앱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앱을 만든 후에는 소비자의 불만 사항을 계속 모니터하면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둘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명확하게 생각하라_막연히 대박이라는 환상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숫자를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해야 한다. 서비스가 어떤 가치를 지닐 것인지 생각하고,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하루 몇 명이 사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돼야 한다.

셋째, 마케팅을 하라_앱 론칭 후에 어떻게 마케팅을 하느냐도 중요하다. 앱을 추천해주는 마케팅 툴들을 활용할 수 있다. 파워 트위터 등을 통해 입소문을 내거나 각종 콘퍼런스나 세미나에서 홍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박민아 대학생 기자(가톨릭대 미디어공학 3) dannaki@hanmail.net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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